[비즈한국] 정부가 판을 크게 벌였다. 7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가 릴레이로 공개 토론회를 열었고, 오는 23일에는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가 예정되어 있다.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국민 앞에서 쟁점을 공개하고 토론하는 방식은 이례적이다. 형식만 보면 분명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궁금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결론이다.
토론회가 열리는 배경부터 짚어보자. 6·27 대출 규제로 매수세는 일부 진정됐지만, 서울 집값과 전세·월세 불안은 여전하다. 화성 동탄·기흥·구리가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될 만큼 수도권 풍선효과도 이어졌다. 규제를 거듭했는데도 시장이 잡히지 않으니, 정부로서는 하반기 종합대책을 내놓기 전에 명분과 방향을 다시 세워야 하는 시점이다.

그래서 이번 토론회는 단순한 의견 수렴 자리가 아니다. 하반기 부동산 정책이 세제 강화로 갈 것인지, 공급 보완과 임대차 안정으로 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지다. 사흘간의 사전 토론회는 이미 많은 것을 말해주었다. 세 번의 토론회를 복기해 보면 23일의 풍경과 이후 나올 대책의 윤곽이 상당 부분 보인다.
첫째 날, 공급—“규제가 공급을 막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주택공급 토론회의 분위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공급을 늘리겠다면서 왜 공급의 자금줄을 막아 놓았느냐.” 토론회장에서는 정비사업 조합원들과 전문가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핵심은 세 가지였다. 이주비 대출, 용적률, 임대의무비율이다.
특히 이주비 대출 문제는 절박했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이주비 대출의 담보인정비율이 70%에서 40%로 떨어졌고, 다주택자는 아예 대출이 막혔다. 재개발 구역의 한 주민대표는 “노후 주거지에는 현금으로 이주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호소했다. 관리처분인가까지 받아 놓고도 이주를 못 해 사업이 멈추는 것이다. 공급의 마지막 관문에서 병목이 생기고 있다는 뜻이다.
용적률 문제도 마찬가지다. 공공 정비사업에만 법적 상한의 1.3배까지 용적률을 높여주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민간 정비사업에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공사비가 치솟는 상황에서 사업성을 확보할 수단은 결국 용적률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가구 착공을 공언했지만, 현장에서는 “장기 주거복지 로드맵조차 없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주목할 만한 제안도 있었다. 준공업지역 등 도심 저이용 부지의 용도를 전환하고 공공이 선제적으로 토지를 비축해, 정비사업과 신규 택지에 이은 ‘제3의 공급축’을 만들자는 것이다. 반대편에서는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를 그 재원으로 쓰자는 주장도 나왔다. 방법론은 갈렸지만, 공급의 총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속도’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계획 물량이 아무리 많아도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지 않으면 시장은 반응하지 않는다. 공급 토론회의 결론은 명확했다. 공급의 적은 수요가 아니라 규제였다.
둘째 날, 금융—실수요 보호와 시장 자극 사이의 고차방정식
15일 금융위원회 토론회는 세 가지 쟁점으로 압축됐다. 청년·무주택 실수요자 대출 규제, 전세대출, 그리고 다시 등장한 이주비 대출이다. 첫날과 달리 이날은 찬반이 팽팽했다.
실수요자 대출을 풀어주자는 쪽은 6·27 대출 규제 이후 정작 집을 사야 할 무주택자와 신혼부부의 사다리가 끊겼다고 지적했다. 반대쪽은 지금 대출을 풀면 안정 조짐을 보이는 시장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고 맞섰다. 전세대출을 두고도 서민 주거 안정의 필수 장치라는 옹호론과,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갭투자의 연료가 된다는 비판론이 충돌했다. 이주비 대출 역시 “가계대출이 아니라 공급을 위한 사업비로 봐야 한다”는 주장과 “투기 수요와 연결된다”는 반론이 부딪혔다. 고가주택 대출에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을 부과하자는 새로운 제안까지 나왔다.
금융 토론회가 보여준 것은 금융당국이 처한 딜레마다. 가계부채 총량은 조여야 하고, 실수요자는 보호해야 하고, 공급 자금은 돌게 해야 한다.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대출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이고, 그 우선순위를 정하는 자리가 23일이 될 것이다.
셋째 날, 세제—보유세 강화라는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16일 재정경제부 토론회는 사흘 중 가장 무게가 실린 자리였다. 그리고 가장 방향성이 뚜렷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현행 ‘주택 수’에서 ‘보유 주택 가액’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30억 원짜리 한 채를 가진 사람보다 10억 원짜리 세 채를 가진 사람이 더 무거운 세금을 내는 현행 구조가 ‘똘똘한 한 채’ 쏠림을 만들었다는 진단이다. 발제자는 2016년 이후 서울 동남권 아파트값이 166% 오르는 동안 소비자물가는 25% 오르는 데 그쳤다는 수치를 제시하며 조세 형평성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보유세 강화의 이론적 근거도 제시됐다. 한국의 보유세 수준이 G7 등 선진국보다 낮으며, 보유세는 자원 배분 측면에서 경제학적으로 효율적인 세금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반론이 가능하다. 선진국의 높은 보유세는 낮은 거래세, 안정적 공시 체계, 지방재정과의 연계라는 전체 시스템 속에서 작동한다. 보유세율만 떼어 와서 이식하면 부작용이 먼저 온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 기준에서 ‘실거주’ 기준으로 재편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오래 갖고 있었다는 이유가 아니라 실제로 살았다는 이유로 공제를 주자는 것이다. 5년 이상 거주 시 10%에서 시작해 거주 기간이 늘수록 공제율을 높여 20년 이상이면 최대 40%까지 공제하자는 구체적 설계안까지 나왔다. 초고가 주택에까지 최대 80%의 양도세 공제를 주는 현행 제도가 과도하다는 지적, 2주택 20%포인트·3주택 이상 30%포인트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지할 것인지,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조정할 것인지도 테이블에 올랐다.
거래세에 대해서는 보유세를 강화하는 대신 양도세 부담은 낮춰 매물이 시장에 나올 퇴로를 열어주자는 의견이 많았다. 구윤철 부총리가 “보유세도 올리고 양도세도 올리면 나보고 죽으란 말이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언급한 대목은, 정부가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의 교환 구조를 이미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세 토론회가 말해주는 것, 그리고 23일
사흘을 관통하는 구도는 흥미롭다. 공급과 금융 토론회에서는 “풀어달라”는 목소리가 분출했고, 세제 토론회에서는 “조여야 한다”는 기류가 우세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토론회를 앞두고 SNS에 직접 공개한 쟁점 목록을 보면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해진다. 적정 보유세 수준, 실거주 1주택과 다주택의 차등, 초고가 주택의 별도 처리, 보유세와 거래세의 관계, 보유세수의 용도. 일곱 개 쟁점이 모두 세금이다. 23일 대토론회는 공급·금융·세제를 망라한다지만, 본론은 세제가 될 것이다.
변수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토론회의 핵심 의제가 세금이 아니라 공급 확대와 전세·월세 시장 안정이 되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맞서고 있다. 서울은 신규 택지가 사실상 없어 정비사업이 공급의 유일한 축인데, 공사비 상승과 인허가 지연, 금융비용 증가로 사업 속도가 갈수록 느려지고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논리다. 공급 토론회에 서울시 의견이 전달됐지만 시장 본인은 불참했다. 서울 주택 정책의 실행 주체인 서울시와 각을 세운 채 나오는 대책이 현장에서 온전히 작동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야당과 일부 전문가들이 “답을 정해 놓은 요식행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의 전망은 이렇다. 첫째, 세제는 ‘주택 수’에서 ‘가액과 실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큰 틀이 사실상 확정 수순이다. 보유세를 단계적으로 강화하되 초고가·비거주 주택부터 적용하고, 양도세는 매물 유도를 위해 일부 완화하는 조합이 유력하다. 토론회 직후인 7월 말에서 8월 초 발표될 세제개편안에 담길 것이다. 둘째, 공급 분야에서는 이주비 대출의 조건부 완화, 정비사업 절차 단축 등 첫날 쏟아진 요구 중 일부가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 확대를 외치면서 이주비를 계속 막는 것은 정부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실수요자 대출은 청년·무주택자에 한해 미세 조정에 그칠 것이다.
시장 파급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의 전환은 방향 자체는 옳다. 애초에 ‘똘똘한 한 채’ 쏠림은 시장이 만든 것이 아니라 주택 수 중심 세제가 만든 왜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환 과정에서 초고가 기준선을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시장 반응은 완전히 달라진다. 기준선이 낮으면 상급지 실거주 1주택자까지 세 부담이 급증하면서 조세 저항이 커지고, 기준선 바로 아래 가격대로 수요가 몰리는 새로운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다주택 중과가 실질적으로 완화되면 그동안 눌려 있던 지방과 수도권 외곽의 다주택 수요가 살아날 여지도 있다. 세제의 칼끝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지역별 온도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관건은 정책의 순서와 속도다. 보유세 강화는 단기적으로 매물을 늘리기보다 버티기와 전세·월세 전가를 부를 수 있다.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이전되면 가뜩이나 불안한 전세·월세 시장이 먼저 흔들린다. 전셋값은 매매시장의 선행지표다. 세금으로 수요를 누르는 정책은 효과가 빠른 만큼 부작용도 빠르고, 공급 정책은 효과가 느린 만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이 교훈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
23일 토론회가 성공하려면 답을 정해 놓은 요식행위가 아니라, 공급의 병목을 푸는 구체적 일정표가 함께 나와야 한다. 세제 개편이 본론이 되더라도, 시장이 진짜 기다리는 것은 “언제, 어디에, 얼마나 공급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실수요자라면 23일의 말잔치보다 이후 발표될 세제개편안과 공급 로드맵의 숫자를 확인하고 움직이시기 바란다.
대책 발표를 전후해 시장은 단기 관망세로 들어가겠지만, 관망은 전략이 아니다. 내가 살 지역의 입주 물량과 전셋값 흐름이라는 기준을 세워두고, 정책이 그 기준을 바꾸는지 아닌지만 판단하면 된다. 정책은 토론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행으로 완성된다. 23일, 토론회장의 말이 아니라 그 이후의 숫자를 지켜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