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간 성과급 격차를 둘러싼 불만이 결국 대규모 집회로 이어졌다. 지난 5월 임금협상 타결 이후 이어진 DX 부문 직원들의 불만은 이달 들어 사내 2·3대 노조의 연쇄 집회로 표면화됐고, 갈등은 보상 액수를 넘어 조직 내 형평성과 신뢰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경영진은 부문 간 갈등을 봉합하고 조직 결속력을 다져야 하는 새로운 리더십 과제를 안게 됐다.

‘DX 패싱’ 반발…거리로 나서는 2·3대 노조
DX 부문 직원이 주축인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동행노조)은 16일 오후 5시 30분부터 경기 수원사업장 인근에서 퇴근길 집회를 연다. “같은 회사, 같은 권리”를 내걸고 DS 부문과의 처우 차별 해소를 요구할 예정이다. 동행노조 측은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불합리한 DX 패싱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집회를 진행한다”며 “최대 2000~3000명 운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전 설문에서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은 2400명 규모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 14일 수원사업장 중앙문 앞에서 DX 부문 사기진작 및 보상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분향소’ 집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DX의 역사, 우리가 만든 삼성” 등의 문구가 걸렸고, 합동분향소가 설치돼 조합원들이 헌화를 하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이호석 전삼노 수원지부장은 “돈을 더 받고 덜 받는 문제를 넘어 노동의 가치에 관한 문제”라며 “DX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반도체 설비 투자에 사용될 때는 공통 재원이었는데 성과급을 지급할 때만 DS와 DX 재원을 나누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배경에는 5월 임금협약이 있다. DS 부문 조합원이 주축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주도로 체결된 협약에 따라 DS 부문에는 초과이익성과급(OPI) 1.5%에 특별경영성과급 10.5%가 더해진 총 12% 성과급이 지급된 반면, DX 부문은 기존 제도가 유지됐다. 이에 따라 DS 부문 일부 직원은 최대 6억 원에 가까운 보상을 받게 됐지만 DX 부문은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에 그쳐, 부문 간 격차가 최대 100배가량 벌어졌다는 추산이 나온다.

협약 체결 전 2000여 명이던 동행노조 조합원은 현재 2만 8600명으로 늘어 DX 전체 인력의 55%에 달한다. 전삼노 조합원도 2만 2600명을 넘어선 반면 DS 부문 중심의 초기업노조는 조합원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보상 갈등을 계기로 조합원 이동이 가속화하면서 부문별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노조 구도도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보상 논란 넘어 조직 통합 시험대
노조는 성과에 따른 보상 원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에는 전사 차원의 재원을 활용하면서 성과급 지급에만 사업부별 실적을 적용한 현재의 보상 체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에 이번 갈등은 성과급 규모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보상 기준과 재원 배분 방식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임원 장기성과급은 전사 실적을, 직원 성과급은 부문별 실적만 반영하는 구조가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석 지부장은 “직원들은 안 된다면서 임원들 성과급 배분은 전사 재원으로 나갔는데 얼마나 이율배반적이고 앞뒤 안 맞는 논리모순이냐”고 말했다.
노조에서는 DX 실적 부진을 둘러싼 경영진 책임론도 제기한다. 사태가 발생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적절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노조 간 주도권 경쟁도 변수다.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가 제안한 2027년 공동교섭을 거부하고 DS 부문 처우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교섭 과정에서 노노 갈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갈등은 DX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DS 부문 내부에서도 불씨가 남아있다. 삼전노는 지난 3일 이재용 회장과 전영현 대표이사에게 파운드리 등 실적 부진 사업부의 보상 불이익 구조를 지적하며 공식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사업부별 이해관계에 따라 노조가 분화하는 가운데 경영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성과주의 보상 체계가 사업부 간 경쟁을 유도하는 기능을 넘어 조직 내부의 균열로 이어지면서, 성과 중심 보상 원칙을 유지하는 동시에 조직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성을 확보하고 조직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새로운 경영 과제로 떠올랐다.
이 지부장도 “상처받은 직원들을 보듬고 조직을 다시 하나로 만드는 것이 경영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룹 계열사 전반에 노조 결성과 조직화 움직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IT 서비스·클라우드와 물류 솔루션 기업인 삼성SDS에는 지난 6일 창사 첫 노조가 결성돼 이틀 만에 직원 과반이 가입했고,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장비 자회사 세메스에서도 15일 노조가 공식 출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