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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공공 전용회선 입찰 담합 “정부에 44억 배상하라”

공정위 과징금 이어 발주기관 손배소 잇단 승소…“싸게 공급했어도 경쟁 제한”

[비즈한국] 공공 전용회선 사업 입찰 담합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통신 3사의 공동 불법행위로 정부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세 회사가 공동으로 약 44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고용노동부 국가정보통신망 구축사업 입찰 담합과 관련해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의 공동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세 회사가 공동으로 정부에 약 44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 시내 통신사 대리점. 사진=연합뉴스

세종·대전·서울 오가며 ‘369억 원짜리’ 판 짰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김석범)는 정부가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3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9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가 인정한 배상액은 총 44억 2800만 원으로 정부가 청구한 금액(88억 5600만 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번 소송은 2016년 고용노동부 국가정보통신망 구축사업 입찰 담합 사건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당시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가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입찰 참여 방식을 정해 경쟁을 제한하면서 국가에 손해를 입혔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조달청은 2016년 4월 고용노동부와 산하기관 313개소 696회선을 대상으로 한 이 사업을 공고했다. 통신사업자 이원화를 위해 1·2차로 나눠 발주된 이 사업의 규모는 각각 약 186억 원 수준이다.

당시 3사 영업담당 실무진은 공고 이전인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정부세종청사 인근 커피숍, 대전 소재 LG유플러스 인근 커피숍과 KT 사무소 인근 음식점, 서울역 인근 SK브로드밴드 사무실 근처 커피숍 등에서 수차례 만나 입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리에서 제1입찰은 기존 사업자였던 KT가, 제2입찰도 마찬가지로 기존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각각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합의했다. SK브로드밴드는 두 입찰 모두에 들러리로 참여하기로 역할을 나눴다. 담합의 대가도 미리 정해졌다. KT와 LG유플러스는 낙찰 이후 SK브로드밴드로부터 회선 일부를 임차하는 형식을 취해 실제 회선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각각 20억 원, 30억 원의 이용료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 입찰 결과는 합의 내용대로였다. 제1입찰에서 KT는 184억 2200만 원(예상가격 대비 투찰률 98.6%)으로 낙찰받았고, LG유플러스는 185억 9000만 원(99.455%)을 써내 탈락했다. 이어진 제2입찰에서는 LG유플러스가 185억 3500만 원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SK브로드밴드는 두번의 입찰에서 예상 가격에 한참 못 미치는 139억 원(74.363%)을 동일하게 제시했다.

이 사건은 7년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통신 3사의 공공분야 전용회선사업 입찰담합 12건 중 하나다. 3사는 2015년 4월부터 2년여간 진행된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들러리를 미리 정하거나,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아예 입찰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이어갔다.

규모로 보면 이 사건의 입찰액은 369억 5700만 원으로, KT가 수의계약으로 따낸 우정사업본부의 ‘우정사업기반망 회선사업자 재선정’(448억 원)에 이은 대규모 사업이다. 1·2차 낙찰 건을 각각 개별 사업으로 봐도 KT가 낙찰받고 세종텔레콤이 들러리를 선 행정안전부의 ‘국가정보통신망 백본회선 구축사업’(249억 원)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

당시 공정위는 3사와 세종텔레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33억 2700만 원(KT 57억 4300만 원, LG유플러스 38억 9500만 원, SK브로드밴드 32억 7200만 원)을 부과하고 KT를 검찰에 고발했다.

법원 “들러리도 공동 책임” 통신3사 항변 배척

재판 과정에서 통신 3사는 정부에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자신들의 책임 범위가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3사는 정부가 대규모 수요자인 만큼 원래도 시장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계약을 체결해 왔고, 담합이 없었더라도 계약금액에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약 체결 이후에도 별도 대가 없이 백본스위치나 침입차단·방지시스템 등 추가 장비와 서비스까지 받았다는 점을 들어 손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맞서기도 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이어 법원이 정부의 손해배상 청구까지 일부 받아들이면서, 공공 전용회선사업 입찰 담합에 대한 민사상 배상 책임도 잇따라 인정되고 있다. 사진=각 사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담합이 없는 정상적인 경쟁 상황에서 형성됐을 가격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정부가 실제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정상적인 경쟁이 제한된 이상 국가가 더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할 기회를 잃었다는 취지다.

낮은 요금이나 부가서비스는 애초 사업 제안요청서상 요구사항에 포함돼 있는 계약상 의무로 볼 여지가 있다고도 했다.

들러리로만 참여해 낙찰받지 않은 SK브로드밴드의 책임 범위도 쟁점이 됐다. SK브로드밴드는 이 사건 구조상 애초 제1입찰에서 낙찰자가 될 수 없었던 만큼 LG유플러스가 계약한 제2입찰 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3사가 입찰 전체를 놓고 통합적으로 담합 구조를 설계해 역할을 나눠 합의한 이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함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3사는 또 청렴계약서에 규정된 손해배상 예정액을 근거로 배상 범위가 계약금액의 일정 비율을 넘을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정부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근거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손익상계 등 나머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손해액 산정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피고들의 책임은 50%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총 손해액 88억 5600만 원의 절반인 44억 2800만 원이 배상액으로 정해졌다.

KT가 항소에 나선 가운데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 사건 외에도 공정위 제재 이후 개별 발주기관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에서 통신사들의 패소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4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낸 소송 1심에서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세종텔레콤 등 4개사에 30억 원대 배상 판결이 나왔다. 앞서 언급한 249억 원 규모의 행안부 백본회선사업과 관련한 소송이다. 기상청 관련 1심에서도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에 9억 원대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이 두 사건에 대해서는 통신 3사 모두 항소했다.

앞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KT를 상대로 낸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 지난해 10월 KT의 12억 원 배상으로 최종 확정됐다. 병무청이 낸 소송에서도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가 KT에 2억 8000만 원, SK브로드밴드에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강은경 기자

기술과 산업을 취재하고 씁니다.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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