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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가뭄에 ‘자문’으로 눈 돌리는 로펌들

송무 시장 위축에 생존 전략 고심…수임보단 자문 중심 운영

[비즈한국] 변호사 3명 정도를 고용해 소형 로펌을 운영 중인 검찰 출신 A 변호사. 최근 그의 최대 고민은 ‘자문 확보’다. A 변호사는 최근 월 500만 원에 병원에 자문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대신 법적 다툼까지 가는 사건을 수임할 때마다 무조건 ‘사건당 비용 500만 원’으로 고정하기로 했다. A 변호사는 “사건 수임도 환영할 일이지만, 불규칙한 사건보다는 안정적으로 로펌을 운영할 수 있는 자문이 좋다”며 “무조건 500만 원에 민사, 형사 사건도 맡아야 해서 사실상 변호사 1명이 한 달 내내 병원 일만 담당해야 하지만, 운영하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10명 정도를 고용해 소형 로펌을 운영 중인 B 대표 변호사는 자문을 따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몇몇 회사에는 전담 변호사를 정기적으로 출근시킬 정도로 신경 쓰고 있다. 대부분 자문료가 월 100만~200만 원 수준이지만, 20곳 정도를 확보했더니 추가적으로 따라오는 사건도 늘어났기에 ‘자문’을 살아남는 전략으로 선택했다. B 변호사는 “한 달에 문의가 한 건도 안 올 때는 그냥 100만~200만 원을 버는 셈이지만, 이슈가 있으면 회의 참석 2~3번만 해도 시간당 5만 원도 안 될 정도로 준비를 해야 한다”며 “자문을 하다 보면 그 회사의 법적 분쟁도 자연스레 맡을 수 있다 보니 로펌들이 살아남기 위해 ‘자문’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법조계의 메카 서초동 법조 타운(사진)이 양극화에 직면했다. 대형 소송이 줄면서 로펌들이 ‘자문’ 계약 따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최준필 기자

대한민국 법조계의 메카 서초동 법조 타운이 양극화에 직면했다. 대형 로펌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의뢰인이 끊이지 않는 반면, 중소형 로펌들은 경기 침체 장기화와 검찰 폐지를 앞두고 사건 수임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과거엔 기업의 민·형사 사건 한 번만 맡아도 수임료를 수억 원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대형 송무(소송) 사건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것이다.

이에 서초동 부티크 로펌(특정 분야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규모 작은 법률회사)들이 생존을 위해 대대적으로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승패의 리스크가 크고 일회성에 그치는 소송 수임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 및 개인 대상 ‘자문’ 영역으로 사활을 건 것이다.

특히 치열해진 수임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문료를 낮추고 소송 단가까지 연동해 후려치는 이른바 ‘자문 패키지 영업’이 상시화됐다는 얘기가 변호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온다. 전관 출신의 부티크 로펌 대표 변호사는 “검찰이나 법원 출신 전관들을 만나면 변호사 사무실 운영하기도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이라며 “과거에는 자문은 100만 원만 받는, 사실상 공짜로 제공하되 사건 수임 시 제대로 비용을 받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자문도 100만 원, 수임도 1000만 원처럼 고정된 금액에 계약을 하려는 로펌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병원을 상대로 한 자문 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산부인과·피부과·소아과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이면 퇴직 직원·환자들의 문제 제기에 법적 대응을 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 앞선 A 변호사는 “병원들 중에서도 이슈가 많은 산부인과 자문을 맡았는데, 한 달 기준 퇴직 직원·환자들의 소송이 3~4건에 달한다”며 “자문료까지 한 달에 2000만 원 정도를 벌고 있다. 시간당 비용(Time Charge)으로 따지면 저렴하지만 고정 고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대형 로펌들 역시 자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소송을 전담하던 부장판사·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기업 지배구조 개편, M&A(인수합병), 공정거래, ESG, 신종 금융 규제(레버리지 및 토큰증권 등) 분야의 전문 자문 인력을 대거 확충하고 있다. 송무 중심에서 자문 중심 대응팀으로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검사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는 “과거에는 형사 사건이 터질 때 기업이 새롭게 로펌을 선임했다면 이제는 로펌과 자문을 통해 꾸준히 대비하다가 이슈가 본격화됐을 때 로펌을 중심으로 대응 변호사들을 구성한다”며 “그러다 보니 대형 로펌들도 대기업들과 끈끈한 자문 파트너십을 맺어두기 위해 꾸준히 기업 법무팀 영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협 소속 한 변호사는 “자문 시장 선점을 두고 로펌 간 생존 경쟁이 심화된 것은 수임 경쟁이 치열해진 현 변호사 시장의 구조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형 로펌들의 경우 수익성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지만, 소형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들은 소득을 당장 고민하는 등 K자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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