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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토론회, 세금보다 공급을 물어야 한다

보유세 논쟁에 갇히기보다 매매·전세·월세 물량을 어떻게 늘릴지부터 답해야 한다

[비즈한국] 7월 23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가 열린다. 토론회가 열리기도 전에 정치권은 이미 뜨겁다. 야당은 “결론이 정해진 ‘답정너 토론회’라 하고, 여당은 “국민의 집단지성이 두려운가”라고 맞받는다. 그런데 나는 이 공방을 지켜보며 다른 걱정이 앞선다. 답이 정해져 있느냐 아니냐를 다투기 전에, 질문 자체가 잘못 설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대통령이 SNS를 통해 미리 공개한 여섯 가지 쟁점을 보자. 적정 보유세 수준, 실거주 1주택과 비거주·다주택의 차등 과세, 차등의 폭, 초고가 실거주 주택의 별도 취급, 초고가 주택의 기준선, 보유세와 거래세의 관계, 보유세수의 용도. 쟁점을 사전에 공개하고 국민 의견을 구한 것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과거처럼 밀실에서 대책을 만들어 어느 날 발표하는 방식보다 훨씬 진일보한 태도다.

부동산정책 논의의 초점은 세금보다 국민이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주택 공급과 정주 기반 확충에 맞춰져야 한다. 일러스트=생성형 AI

그러나 여섯 개의 질문을 나란히 놓고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전부 세금 이야기다. 얼마를 걷을 것인가, 누구에게 더 걷을 것인가, 걷은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 질문의 프레임이 처음부터 ‘과세’에 맞춰져 있다. 여기에 답을 아무리 정교하게 채워 넣어도, 국민이 정말 알고 싶은 질문에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국민의 질문은 단순하다. “내가 살 집은 언제, 어디에, 얼마나 나오는가.”

세금은 시장의 결과에 부과되는 것이지, 시장의 원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세금과 대출 규제는 수요의 ‘형태’를 잠시 바꿀 수는 있어도, 살고 싶은 곳에 살 집이 부족하다는 ‘구조’는 단 한 채도 바꾸지 못한다. 원인을 놔두고 결과에만 청구서를 보내는 정책은,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해도 결국 시장에 지고 만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은 역사는 없다

부동산 시장을 20년 넘게 데이터로 추적해 온 사람으로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 역사에서 세금과 규제로 집값을 잡는 데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만들고 양도세를 중과했지만 임기 중 서울 집값은 폭등했다. 문재인 정부는 20여 차례의 대책으로 보유세, 거래세, 대출을 전방위로 조였지만 결과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반대로 집값이 안정됐던 시기는 언제였나. 2010년대 초중반, 보금자리주택과 위례·미사 등 대규모 입주가 쏟아지던 때다. 세율이 낮아서가 아니라 물량이 많아서 시장이 안정됐다.

수요 억제 정책이 실패하는 메커니즘은 명확하다. 보유세를 올리면 다주택자가 집을 팔 것이라 기대하지만, 거래세(양도세)가 무거우면 파는 순간 세금 폭탄을 맞으니 버티기를 택한다. 매물은 잠기고, 보유세 부담은 전세와 월세로 전가된다. 결국 세입자, 즉 가장 보호해야 할 무주택 서민이 최종 청구서를 받는다. 그리고 규제가 강해질수록 사람들은 여러 채를 정리하고 가장 좋은 한 채로 갈아탄다. 정부가 그토록 문제 삼는 ‘똘똘한 한 채’ 쏠림은 시장의 탐욕이 만든 것이 아니라 규제가 설계한 합리적 선택의 결과다. 두더지를 때리면 두더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옆 구멍에서 올라온다. 규제지역을 지정하면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우리는 최근 1년 사이에도 똑똑히 목격하지 않았는가.

진짜 위기는 고지서가 아니라 입주 물량 절벽이다

지금 시장의 진짜 시한폭탄은 세금 고지서가 아니다. 입주 물량 그래프다. 민간 조사기관들의 집계를 보면 기준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방향은 하나같이 같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5년 3만~4만 가구대에서 2026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꺾이고, 2027년에는 1만 가구 안팎까지 떨어진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통계 기관마다 임대 포함 여부가 달라 숫자는 다르지만, 어떤 기준으로 봐도 2026~2027년 서울은 최근 10년 내 최악의 공급 절벽을 향해 가고 있다.

주택은 라면이 아니다. 오늘 인허가를 내도 입주까지 5년 이상 걸린다. 지금 눈앞의 공급 절벽은 이미 수년 전에 예정된 미래였고, 지금 무엇을 하느냐가 2030년대 초반의 시장을 결정한다. 공사비 급등으로 조합과 시공사가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PF 부실로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을 접는 지금, 정부가 토론회에서 보유세 실효세율의 국제 비교표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한가한 일이다. 집이 모자라서 오르는 시장에서 세금을 올리는 것은, 열이 나는 환자에게 해열제 대신 청구서를 내미는 것과 같다.

대출 규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6·27 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계속 조여졌고, 올해 7월에는 동탄·기흥·구리·광주가 규제지역으로 묶이는 이른바 ‘트리플 규제’까지 더해졌다. 그 결과가 무엇이었나. 현금 부자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았고, 대출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 즉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갈아타기 수요만 시장 진입이 막혔다. 대출 규제는 집값을 잡는 정책이 아니라 ‘누가 집을 살 수 있는가’를 현금 보유량으로 재편하는 정책이다. 그리고 규제지역을 지정할 때마다 수요는 죽지 않고 옆 동네로 이동했다. 규제의 손이 누른 자리 옆에서 비규제지역의 가격이 튀어 오르는 장면을, 우리는 올해 상반기에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보유세 인상의 근거로 내세우는 국제 비교도 절반의 진실이다.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OECD 평균보다 낮다는 수치는 맞다. 그러나 한국은 취득세와 양도세, 즉 거래 단계의 세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다. 보유세가 높은 나라들은 대체로 거래세가 가볍다. 세목 하나만 떼어 국제 평균과 비교하고 “우리는 낮으니 올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전체 세 부담의 총량을 가리는 통계의 착시다. 총부담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주택 관련 세수 비중은 이미 OECD 상위권이다.

전셋값이 이미 답을 말해주고 있다. 전세에는 투기 수요가 없다. 전셋값은 오직 실수요, 즉 ‘지금 그 지역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과 ‘지금 그 지역에 나와 있는 집’의 수급만을 반영하는 가장 정직한 시장 지표다. 서울 주요 지역의 전셋값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는 것은 투기꾼이 아니라 실수요 대비 물량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비명이다. 전셋값이 오르면 갭이 줄고, 줄어든 갭은 다시 매매 수요를 자극한다. 이 악순환의 출발점은 언제나 물량 부족이다.

대토론회가 다뤄야 할 진짜 세 가지 의제

그래서 23일 대토론회에 바란다. 세금 문항 여섯 개 대신, 다음 세 가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 달라.

첫째, 매매 물량이다. 시장에 매물이 나오게 해야 한다. 다주택자와 비거주 주택 보유자가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 중과 때문에 못 파는 구조를 먼저 풀어야 한다. 보유세를 올리려거든 최소한 퇴로, 즉 거래세는 한시적으로라도 확실하게 열어줘야 한다. 팔 길은 막아놓고 보유 부담만 올리면 시장은 매물 잠김과 전세·월세 전가로 답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

둘째, 전세·월세 물량이다. 우리나라 임대주택의 80% 이상은 공공이 아니라 민간 다주택자가 공급한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만 규정하고 시장에서 퇴출시키면, 그들이 공급하던 전세·월세 물량도 함께 사라진다. 그 빈자리를 공공이 메울 재정 여력이 있는가. 없다면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복원·정비해 민간 임대공급자에게 의무와 인센티브를 함께 부여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임대주택 공급자’라는 순기능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셋째, 공급 파이프라인이다. 3기 신도시의 입주 시점을 앞당길 실행 계획, 공사비 갈등으로 멈춰 선 서울 정비사업장의 착공을 촉진할 공정관리와 금융 지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등 정비사업의 병목을 푸는 로드맵. 이것이야말로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의제다. 서울에서 새 아파트가 나올 길은 사실상 재개발·재건축뿐이다. ‘짓는 손’을 묶어 놓고 ‘누르는 손’만 강화하는 정책 조합으로는 5년 뒤 더 큰 청구서가 돌아온다.

덧붙여, 이번 토론회가 ‘서울 초고가 아파트’라는 좁은 렌즈에 갇히지 않기를 바란다. 한남동의 250억 원짜리 거래가 뉴스가 되는 동안, 지방에는 미분양이 쌓이고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집들이 늘고 있다. 같은 나라 안에 과열과 침체가 공존하는 시장에 전국 단일 잣대의 세금과 대출 규제를 적용하면, 서울은 못 잡고 지방만 죽는다.

정책은 평균이 아니라 지역별 수급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논의의 한가운데에는 2030세대가 있어야 한다. 수도권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9년 가까이 모아야 하는 시대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주택자를 향한 응징의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청약할 단지와 입주할 물량, 그리고 감당 가능한 대출 사다리다.

국민을 운전석에 모신다면, 목적지부터 바로잡아야

여당은 이번 토론회를 두고 국민을 정책의 관객석에서 운전석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운전석에 앉혀 놓고 내비게이션 목적지가 ‘세수 확보’로 찍혀 있다면, 국민은 원치 않는 곳으로 운전하게 될 뿐이다. 목적지는 명확해야 한다. 매매·전세·월세, 세 시장 모두에서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물량을 늘리는 것. 그것이 집값 안정의 유일하게 검증된 경로다.

세제 합리화 논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거주하지도 않는 초고가 주택에 과도한 공제가 적용되는 불합리는 손보는 것이 맞다. 다만 순서와 비중의 문제다. 세금은 시장 안정의 ‘주연’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주연은 언제나 공급이다. 23일, 청와대 토론장에서 보유세 실효세율 숫자보다 2027년 입주 물량 그래프가 먼저 스크린에 띄워지기를 바란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내년 고지서가 아니라, 내 아이가 살 집이 언제 지어지느냐이기 때문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3040 부린이 처음 부동산 투자(2026)’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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