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5대 건설사의 레미콘 사용량이 2년 새 44%가량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착공 현장 감소와 대형 공사 현장의 공정 변화가 맞물리면서 대표 건설 자재로 꼽히는 레미콘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레미콘 수요 감소는 전국 출하량과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지며 레미콘업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주택 착공 줄고 공정도 변화한 영향
비즈한국이 각 사 2026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건설사 레미콘 사용량은 총 1166만 ㎥로 전년 1587만 ㎥ 대비 27% 감소했다. 연간 사용량이 2099만 ㎥에 달했던 2023년과 비교하면 44%가량 줄어든 수치다. 레미콘은 시멘트·물·골재 등을 섞어 만든 굳지 않은 상태의 콘크리트를 말한다. 건물 골조나 도로·교량 공사 등에 쓰이는 대표적인 건설 자재다.
레미콘 사용량 감소세는 삼성물산에서 두드러졌다. 지난해 사용량은 58만㎥로 2023년 176만㎥와 비교했을 때 67% 줄었다. 같은 기간 GS건설은 563만㎥에서 276만㎥로 51%, 현대건설은 685만㎥에서 384만㎥로 44%, 대우건설은 453만㎥에서 271만㎥로 40%, DL이앤씨는 222만㎥에서 178만㎥로 20% 감소했다. 다만 각 사 산정 기준은 일부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레미콘 사용량 감소는 건설 기성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국가데이터처 건설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2023년 142조 7760억 원에 달했던 건설기성액은 2024년 136조 920억 원, 지난해 113조 9920억 원으로 2년 새 20%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건설기성은 건축(-17.3%)과 토목(-13.0%)에서 공사실적이 모두 줄어 전년 대비 16.2% 감소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 개설 초기 많이 투입되는 레미콘 사용량이 착공 현장 감소로 함께 줄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정비사업장 등 민간 주택 현장에서 착공을 늦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각종 규제 영향으로 주택 착공 현장이 줄어들면서 레미콘 사용량도 줄었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전망도 좋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주택 착공만으로 레미콘 사용량 감소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2023년 24만 6265호에서 2024년 30만 3433호로 23% 늘었다가 지난해 27만 2685호로 10% 줄었다. 2024년 증가를 고려하면, 비주택 현장과 대형 현장 공정 변화 등이 함께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등 그룹사 물량이 2023년 이후 크게 줄었다.

출하량·가동률 동반 하락에 레미콘업계 부담
건설 현장 레미콘 사용량 감소는 출하량 감소로 이어졌다. 9일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레미콘 출하량은 9766만 ㎥로 전년 대비 15%가량 감소했다. 2021년 1억 4591만 ㎥에 달했던 레미콘 출하량은 2022년 1억 4134만 ㎥, 2023년 1억 3583만 ㎥, 2024년 1억 1444만 ㎥로 꾸준히 줄다 지난해 1억 ㎥ 아래로 떨어졌다. 출하량이 9597만 ㎥를 기록한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레미콘 사용량 감소는 레미콘업계에 타격을 줬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 자료에서 지난해 전국 레미콘 공장 가동률은 15%로 전년 대비 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23%였던 가동률은 매년 떨어져 4년 새 8%포인트 낮아졌다. 국내 레미콘 공장 수는 2024년 1088곳에서 지난해 1075곳으로 줄었다. 레미콘은 장기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현장 수요 감소가 가동률과 직결된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산업은 건설 투자와 주택 경기 흐름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업종”이라며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건설 호황기에는 업체가 빠르게 늘었지만, 최근 건설경기 둔화로 출하량이 줄면서 지역별 경쟁과 가동률 부담이 함께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