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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레버리지, 정부 ‘속도전’이 부메랑 됐다?

폭락장 주범으로…금융당국 전면 재검토 착수

[비즈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상품이 증권가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출범 불과 두 달 만에 존폐 기로에 선 것. 이재명 대통령이 ‘레버리지 상품이 필요하지 않냐’고 지시하면서 빠르게 도입했지만,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키워 하락장에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금융당국이 제도 전반을 대수술하는 대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6월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 급락으로 장중 한때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몸통 흔드는 ‘꼬리’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인한 시장 자금 왜곡 현상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

지난 6월 전체 ETF 거래 대금은 797조 원인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14종의 ETF 거래 대금이 26.6%(212조 원)에 달한다. 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 대금(8조 원대)을 압도하는 투기성 거래가 벌어지는 것이다. 건전하게 순환해야 할 생산적 유동성이 오직 반도체 2배 레버리지·인버스라는 ‘거대한 야바위판’으로 급격히 쏠린 셈이다.

지난달 8일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서 사고도 발생했다. 당시 SK하이닉스 주가는 8% 하락했지만 정작 이 ETF는 전 거래일 대비 49.7% 폭등한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정상적이라면 기초자산 하락률의 2배인 15~16%가량 하락했어야 하는 상황인데,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에 호가 공백이 발생한 상태에서 시장가 매수 주문이 몰리며 비정상적으로 체결된 탓이다.

이처럼 주가가 하락할 때 지수를 방어해야 할 거대 자금들이, 레버리지 상품의 헤지(위험회피) 및 자산 재배분(리밸런싱) 메커니즘에 의해 상승과 하락을 ‘호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불과 일주일 전인 6월 18일 코스피 사상 첫 9000 돌파를 축하하던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이는 당초 정부의 정책 도입 취지와 정반대 결과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고위험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판단 하에 속도전에 나섰었다. 홍콩 등 해외에 상장된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등에 달러가 유출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고위험, 고배율’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 것. 하지만 정책 취지와 다르게, 지금까지는 시장을 흔드는 리스크만 커진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루 3~5%의 수익률을 노린 단타 투자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상품이 되어가고 있다”며 “중소·중견기업들로의 자금 조달이라는 주식시장의 순기능이 제한되고, 거꾸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영향을 주는 상황까지 됐다”고 지적했다.

전면 폐지 필요성도 거론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의 ‘단계별 축소’를 넘어 ‘전면 폐지 필요성’까지 거론되는 상황. 정부 차원의 정무적 판단 하에 지나치게 신속하게 도입하면서 부작용 검토 단계가 생략된 만큼, 빠르게 손을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조속히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회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소속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국내 시장 내부에 또 다른 거대한 투기 수단을 키운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개인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레버리지 상품의 영향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포함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6일 “코스피가 카지노가 됐다”며 “레버리지 특유의 ‘음의 복리효과’로 투자자 자산 또한 증발하고 있다. 출시된 14개 삼전닉스 레버리지 모두 한 달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으며, 최대 35.9%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비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당국도 오는 13일 오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주재로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CEO들을 긴급 소집해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레버리지 상품이 야기한 문제점에 대한 대책 필요성 및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해외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상품이지만 효과는 별로 없고 부작용 크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후회한다”며 대응책 마련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금감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부작용 해소를 위해 기본예탁금 기준 상향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데, 신규 상품 출시 및 판매 전면 금지라는 완고한 대응책이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승장에 ‘투기판’을 만들었다고 판단되다 보니 하락장이 본격적으로 오기 전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우려가 상당하다”며 “정부와 정치권 모두 이와 같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보니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책도 빠르게 나오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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