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주 반도체주 조정의 방아쇠 중 하나는 메타 관련 소식이었다. 메타가 자체 AI 모델 개발에 쏟아부은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의 여유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판매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시장은 이를 “이미 AI에 대한 과잉투자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 여파로 지난주 S&P500 반도체 업종은 6%, 코스피 반도체 업종은 9% 하락했다.
그렇다면 투자 정점은 정말 지났을까? 하나증권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 오라클 등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1분기 81%에서 3분기 90%까지 오히려 높아질 전망이다. 투자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밑돌기 시작하는 시점, 즉 본격적인 정점 통과 논란이 불거질 시점은 내년 3분기로 예상된다.

잉여현금흐름(FCF)은 이미 지난해 3분기 518억 달러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올해 1분기 191억 달러까지 축소됐고, 3~4분기에는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시장이 걱정하는 변곡점들은 아직 반년에서 1년 이상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투자 정점과 자금 회수 우려를 “현시점에 반영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삼성전자KOSPI 005930와 SK하이닉스KOSPI 000660의 12개월 예상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전월 대비 모두 상승 중인 점을 들어 코스피의 조정 폭이 과도했다고 봤다.
숫자로 보면 조정 폭은 이미 과거 최악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 2023년 이후 코스피가 고점에서 가장 깊게 밀렸던 낙폭은 20%였다. 이번 고점 9115포인트에서 똑같이 20%가 빠진다고 가정하면 7290포인트가 나오는데, 지난 3일 장중 저점은 7378포인트였다. 최근 3년여 동안 겪은 가장 험한 조정을 잣대로 삼아도 계산상 바닥까지 100포인트가 채 남지 않았던 것이다. 주가가 최근 한 달간의 평균 가격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재는 지표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지난주 코스피는 20일 평균선보다 9% 가까이 낮은 자리(이격도 91.3%)까지 밀렸는데, 이는 지난해 이후 가장 과도하게 눌린 상태다. 주가는 평균에서 멀어질수록 다시 평균 쪽으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하나증권이 제시한 9240포인트는 눌린 폭이 2025년 이후 평균 수준(103.3%)까지 회복된다고 가정할 때 닿는 자리를 계산한 값이다. 증권사가 약속하는 목표 지수가 아니라, 눌린 스프링이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어디까지 튈 수 있는지를 가늠한 기술적 계산에 가깝다.
같은 날 나온 두 증권사 보고서는 같은 미국 고용지표를 보고도 금리를 다르게 해석했다. 하나증권은 채권시장의 반응에 주목했다. 6월 고용이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자, 단기금리인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10년물보다 더 빠르게 떨어졌다. 그 결과 장단기금리차는 6월 29bp에서 35bp로 벌어졌다. 하나증권은 이를 금리 인상 우려가 조금 줄어든 신호로 봤다. 과거에도 이런 흐름에서는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2015년 이후 비슷한 국면에서 S&P500 성장주지수의 월평균 수익률은 1.7%로 가장 높았고, 미국에서는 반도체·하드웨어·제약바이오, 한국에서는 반도체·제약바이오·방산 업종의 성과가 좋았다.
반면 BNK투자증권은 같은 고용지표 안에서도 다른 부분을 봤다. 6월 비농업취업자수는 5만 7000명 증가에 그쳤지만, 실업률은 오히려 4.2%로 낮아졌다. 일자리가 크게 늘어서가 아니라 구직에 나선 사람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해석이다. 김성노 연구원은 여기에 물가 부담까지 감안하면 테일러 준칙금리가 5월과 같은 6.82% 수준에 머물 것으로 봤다. 시장에는 9~10월 25bp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쪽은 채권금리 하락을 보고 성장주 반등 가능성을 읽었고, 다른 한쪽은 실업률 하락과 물가 부담을 보고 금리 경계가 끝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반도체 쏠림이 너무 심해졌다는 경고도 나온다. BNK투자증권은 돈이 반도체로만 몰리면서 시장에서 지나치게 싸게 거래되는 종목들이 늘고 있다고 봤다. 회사가 가진 현금보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더 낮은 기업들까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코스피 변동성지수(V-KOSPI)도 역사적 최고 수준까지 올라 시장 불안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헬스케어를 주목했다.
6월 바이오·헬스케어 수출액은 19억 2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헬스케어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그런데 국내 헬스케어 업종 주가는 오히려 눌려 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실적과 수출 지표는 좋아지고 있는데 주가는 소외돼 있다는 얘기다. 김성노 연구원은 “반도체 이외의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증권가는 반도체 이익 사이클은 여전히 살아 있지만, 반도체 하나에 계좌 전체를 실어도 통하던 지난 몇 달의 공식은 유효기간이 다해가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전제로 몇 가지 원칙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지금은 투매도 추격 매수도 아닌 분할 접근의 구간이다. 반도체 이익 전망 자체는 여전히 상향 중이지만, 이번 주 삼성전자KOSPI 005930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고, 7일 개장 전에는 스페이스X가 나스닥100에 공식 편입된다. 나스닥이 지난달 도입한 패스트트랙 규정에 따라 상장 15거래일 만에 이뤄지는 초고속 편입으로, JP모건은 약 43억 달러의 패시브 자금 유입을 추정했다. 변동성 요인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한 번에 비중을 조절할 이유가 없다.
둘째, 쏠림의 반대편을 점검할 때다. 하나증권은 이익 전망과 영업이익률이 동반 상승하는 업종으로 코스피 내 반도체와 함께 2차전지, 조선, 전력기기, 방산을 꼽았고, BNK투자증권은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도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저점인 바이오·헬스케어를 지목했다.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이익과 수출, 밸류에이션이 뒷받침되는 복수의 업종으로 나눠 싣는 재배분이 이번 조정 국면에서 개인투자자에게 주어진 실질적인 과제다.
셋째, 판단의 기준점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하이퍼스케일러의 FCF가 예상대로 2027년 1분기 흑자로 돌아서는지, 장단기금리차 반등이 이어지는지를 보면 이번 조정이 잠시 숨을 고르는 구간인지, 추세가 꺾이는 시작점인지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변동성지수가 사상 최고 수준인 국면에서 레버리지 상품으로 반등에 베팅하는 것은 이 모든 원칙과 가장 거리가 먼 선택이다. 종목 선택과 투자의 최종 결정은 투자자 본인의 몫이지만, 시장이 하나의 업종만 바라볼 때 숫자는 종종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사실은 기억해둘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