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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대한민국 최북단 걷기길, 평화누리길 4코스 행주나루길

산과 강, 도시와 농촌마을 두루 경험할 수 있어

2018.12.26(Wed) 09:31:26

[비즈한국] 최근 행전안전부는 강화에서 고성까지 DMZ를 따라 ‘한국판 산티아고길’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대한민국 최북단 걷기길은 김포와 고양, 파주, 연천 등 DMZ 접경지역을 잇는 평화누리길이다. 이 중 행주산성에서 일산호수공원에 이르는 행주나루길은 산과 강, 도시와 농촌마을을 두루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 

 

대한민국 최북단 걷기길인 평화누리길. 이 중 행주산성에서 일산호수공원에 이르는 행주나루길은 산과 강, 도시와 농촌마을을 두루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 사진=구완회 제공

 

# 행주산성과 행주치마 이야기

 

행주산성은 임진왜란 당시 바다의 이순신과 함께 혁혁한 무공을 세웠던 권율장군이 10배나 많은 왜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던 곳이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행주산성 정문을 들어서면 권율 장군의 늠름한 동상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권율 장군은 한산대첩, 진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꼽히는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명장. 고작 3000명의 군대로 3만의 일본군을 물리치는 대승을 거두었다. 이때 부녀자들이 행주치마에 돌을 날라서 승리에 결정적으로 공헌을 했고, 그로 인해 행주치마라는 말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권율 장군의 행주대첩이 벌어진 행주산성. 행주치마라는 말이 행주대첩에서 유래했다고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사진=구완회 제공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행주치마라는 말은 임진왜란 이전에 이미 쓰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행주대첩은 백성들까지 총동원된 장기간의 농성전이 아니라 군대끼리 단시간에 맞붙은 전투였다. 물론 임진왜란 전 기간에 걸쳐 조선의 백성들은 모두 힘을 합해 일본군에 저항했지만, 행주대첩에서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권율 장군 동상을 지나 행주대첩비가 있는 산성의 정상에 서면 한강 너머 파주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이 펼쳐진다. 

 

# 베를린 장벽과 DMZ 철조망

 

행주산성에서 내려오면 평화누리길은 한강으로 이어진다. 길 곳곳에 표지판이 있고, 나무나 전봇대에 색비닐로 만든 리본을 달아놓았기에 길을 헤맬 염려는 없다. 한강으로 향하는 작은 지방도 양 옆에 메타세쿼이어가 줄지어 있다. 유명한 담양의 메타세쿼이어길만큼은 아니어도 제법 운치가 있다. 

 

메타세쿼이어길이 끝날 때쯤 눈 앞이 확 트이면서 한강이 나타나는데,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멀리 개화산과 올림픽대로, 계양산과 행주대교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다시 강을 따라 조금 걸으면 나비와 꽃,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색색의 메모지로 장식한 철조망이 나온다. 원래 이곳에 있던 철조망들을 걷어내면서 일부를 남겨 놓은 것이다. 평화누리길을 걷는 이들이 분단의 비극을 상징하는 철조망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원래 이곳에 있던 철조망들을 걷어내면서 일부를 남겨 놓았다. 사진=구완회 제공


지금도 평화누리길 곳곳에서는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을 걷어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물론 아직도 DMZ 전역에는 철조망들이 가득하다. 통일이 되는 날,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듯이 철조망 또한 모두 걷힐 것이다. 그때는 베를린 장벽 조각이 그랬던 것처럼 철조망 조각 또한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으로 판매될지 모른다. 

 

# 고양의 ‘논밭’을 지나 호수공원까지

 

행주나루길은 고양시의 농촌 마을로 이어진다. 고양시의 농촌 마을이라. 도시에 무슨 농촌 마을이냐고? 불과 수십 년 전, 일산 신도시가 개발되기 전까지 고양시는 고양군이었다. 신도시 개발 초기만 해도 일산은 논밭의 바다에 둘러싸인 섬처럼 보였다. 하지만 신도시가 자리를 잡고, 주변에 또 다른 신도시들이 들어서면서 고양시는 도시가 되었지만, 여전히 고양시 곳곳에는 농촌 마을이 남아 있다. 

 

바싹 마른 겨울 억새가 아직도 바람에 춤을 추는 작은 길을 따라 걷으면 한가로운 겨울 밭이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가며 한가한 풍경을 즐기는 사람이 보이고, 지금은 농촌 젊은 일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보인다. 마을과 마을로 이어지는 길에는 사람보다 먼저 동네 개들이 나와 낯선 방문자를 반긴다. 

 

이렇게 농촌 마을 길을 한 시간 반쯤 걸으면 드디어 오늘의 종착지인 일산 호수공원이다. 널찍한 호수를 중심으로 공원이 있고, 그 너머로 높은 건물들이 들어선 모습이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닮았다. 호수공원을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전거다. 공원 입구에 무인 자전거 대여소를 이용하면 손쉽게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도니, 때마침 일몰이 시작된다. 호수를 붉게 물들이며 지는 해와 함께 하루의 걷기 여행을 마무리한다. 

 

행주나루길 걷기 여행은 마무리는 일산 호수공원의 일몰과 함께 마무리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위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산성 일대

▲문의: 031-956-8310(경기관광공사)

▲관람 시간: 상시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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