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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4] 노신경-재봉틀로 그린 추상화

2018.12.25(Tue) 09:00:35

[비즈한국] 작가들은 빈 캔버스로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설렌다고도 한다.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작품 제작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시즌4를 시작하는 마음도 같다. 초심으로 새롭게 정진하려고 한다. 미술 응원의 진정한 바탕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고 외롭게 작업하는 작가를 찾아내 조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미술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향을 더욱 객관적 시각으로 조망해 한국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inbetween 0707: 33x68cm Sewing on the Korean paper  2017

 

현대회화가 기존 회화와 다른 점은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도 최근 회화 흐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재료에 대한 관심이다. 이런 경향은 20세기 말부터 나타났다. 매체에 대한 연구가 미술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작품이 개별적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회화는 평면에 붓으로 그린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재료와 방법으로 ‘만든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제 작가들은 그리는 행위보다는 만드는 방식으로 회화를 제작하는 경우가 점점 더 느는 추세다. 

 

그림을 보는 사람들도 그리는 솜씨에 감탄하기보다는 어떻게 이런 재료로, 혹은 이렇게 기발한 발상으로 화면을 연출했을까 하는 쪽에 더 관심을 둔다. 이런 흐름은 아트페어처럼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회에서 주목받는 작품 대부분이 잘 그려진 그림보다는 생각지도 못한 재료나 방법으로 만들어진 회화라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inbetween 0580: 72.7x60.6cm Sewing on the Korean paper  2018

 

 

노신경의 회화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작품은 만들어지는 방법으로 연출된 화면이다. 그는 붓 대신 재봉틀을 이용하여 화면에 선을 만들고 구성을 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실에는 여러 대의 재봉틀이 있다. 굵은 실로 강한 선을 만드는 공업용 재봉틀이 있는가 하면 지그재그 식 박음질을 할 수 있는 재봉틀, 가는 선을 연출하는 재봉틀 그리고 면을 이어 붙이는 바느질 기능을 대신하는 재봉틀이 그것이다.  

 

노신경에게 재봉틀은 붓이며 여러 종류의 실과 천은 물감인 셈이다. 동양회화를 전공한 그는 전통 회화 재료인 장지와 천을 사용한다. 장지에다 마치 옷을 만드는 방법과 흡사하게 얇은 솜이 들어 있는 천을 덧대어 바탕화면을 만드는 것으로 작품 제작을 시작한다. 

 

이 화면을 재봉틀에 넣고 자신이 생각한 화면 구성에 따라 여러 가지 실로 박음질을 해서 선을 만들어낸다. 구성이 완료된 화면을 캔버스 틀에 올려 평평한 그림 화면으로 만들고 전통 물감으로 채색을 한다. 이렇게 그림의 밑 작업이 완성되면 화려한 색채와 문양의 한복 천을 이용해 본격적인 구성 작업에 들어간다. 전통 보자기에서 느껴지는 기하학적인 추상 구성처럼 여러 가지 천을 잇대어 붙이는 작업이다. 

 

한복 옷감의 현란한 색채와 무늬, 그리고 박음질로 만든 선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시각적 효과는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것이 노신경 회화가 일반인에게 어필하는 요소다. 그려서는 도저히 나타낼 수 없는 시각적 유혹이기 때문이다. 

 

inbetween 1201: 130x162cm  sewing on the Korean paper 2018


 

이런 작업으로 그는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일까. 

 

전통적 아름다움을 이 시대감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이다. 그것도 우리의 전통 보자기에서 추출한 현대성의 발견을 통해서다. 구체적 이야기가 없어서 추상 회화 형식을 따르지만 그의 그림에는 우리가 원래부터 갖고 있었던 고급스런 아름다움의 본모습이 은은히 스며 있다. 이런 뚜렷한 이유로 노신경의 회화는 대중의 선호도가 높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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