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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4] 주미향-풍경에 담은 인성

2018.11.13(Tue) 16:45:21

[비즈한국] 작가들은 빈 캔버스로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설렌다고도 한다.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작품 제작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시즌4를 시작하는 마음도 같다. 초심으로 새롭게 정진하려고 한다. 미술 응원의 진정한 바탕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고 외롭게 작업하는 작가를 찾아내 조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미술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향을 더욱 객관적 시각으로 조망해 한국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숲이야기: 91x27cm 혼합재료 2018

 

주미향의 풍경을 기존의 풍경화와 다른 각도에서 거론할 수 있는 근거는 인성적 요소다. 그가 그리는 풍경은 특별한 경치가 아니다. 사생하듯 자연을 마주해 구성하는 풍경도 아니다.  어디선가 본 나무나 한번쯤 무심결에 스쳤던 숲을 마음에 품었다가 화면에 재구성한 풍경화다. 자연의 절경만을 감탄하는 풍경이 아니기에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가 풍경에 간직하고 있는 인성적 요소는 무엇일까. 

 

개체의 결합이 단체를 이루는 우리의 모습, 즉 개인과 사회의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주미향의 회화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앙상한 나뭇가지다. 화면을 세로 지르며 위로 뻗어 오른 가지. 하나 또는 둘 혹은 그 이상도 되지만, 쉽게 헤아릴 수 있다. 나무는 사실적 형상을 띠며 개별성을 보인다. 각각 다른 나무라는 생각이 분명한 표현이다. 사회를 이루는 각기 다른 개인의 모습을 상징하는 요소다. 이런 나무의 배치는 회화가 갖는 구성적 요소의 의미도 지니지만, 그의 작업에서는 개인의 모습을 은유한다.

 

숲이야기: 91x65.2cm 혼합재료 2018



앙상한 나무를 앞에 두고 배경에는 숲의 이미지가 깔린다. 숲은 거의 모노톤으로 처리되며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앞의 나무는 무슨 나무인지 알 수 있지만 숲은 어떤 숲인지 모호하다. 그리고 어둡다. 실체를 쉽게 파악하기 어려워 보인다. 추상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물질감도 보인다. 검은 숲은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기에 여러 가지 의미를 상상하게 만든다.

 

사회는 개성을 가진 개인이 단위가 되지만 일단 집단을 이루면 하나의 성격을 갖게 되는 속성을 주미향은 나무와 숲으로 나타내고 있다. 멀리서 보는 숲은 하나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많은 나무가 모여 형성한다는 자연의 이치를 보여준다.

 

나무와 숲은 같은 성질 속에서 상관관계를 형성한다.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은 이 둘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대비해 회화적 구성으로 완성하고 있다.

 

나무 하나하나는 연약해 보이지만 배경의 숲은 정체가 모호하기에 신비한 힘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 사회의 모습도 이렇다. 개인은 힘이 없지만, 그들이 모여 이뤄내는 집단은 성격을 가지며, 그것이 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숲이야기: 41x53cm 혼합재료 2018

 

특히 주미향의 회화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배경의 처리다. 오랜 공력이 엿보이는 회화적 운용에서 추상적 표현성이 잘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질감의 결집과 붓질의 흔적으로 인해 평범한 풍경의 분위기를 넘어서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의 구성 방식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근경과 원경의 직접적 대비는 풍경화 본질인 공간의 연출을 무시한다. 중경이 없기에 공간의 느낌이 없는 풍경화가 된다. 이것 때문에 주미향의 풍경화는 전통적 의미의 풍경화를 넘어서 현대적 감각을 보여준다. 그리고 근경의 나뭇가지의 사실적 표현과 배경의 추상성이 인성적 의미(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부각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설득력을 준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것이 주미향의 풍경을 새롭게 보게 만드는 이유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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