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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4] 이군우-달빛 아래 빛나는 매화의 미학

2018.12.11(Tue) 09:00:36

[비즈한국] 작가들은 빈 캔버스로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설렌다고도 한다.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작품 제작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시즌4를 시작하는 마음도 같다. 초심으로 새롭게 정진하려고 한다. 미술 응원의 진정한 바탕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고 외롭게 작업하는 작가를 찾아내 조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미술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향을 더욱 객관적 시각으로 조망해 한국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일,월 매화도: 350cm×180cm 장지에 칠보, 야광채색 2018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 그 틈새에서 우리는 매화를 만난다. 자태보다 향으로 먼저 다가온다. 그 향을 내뿜기 위해 추운 시절을 홀로 견디며 겨울 한가운데를 건너온다. 매화는 한평생을  이처럼 혹독한 추위 속에 머물지만 함부로 향을 내두르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

 

매화의 이런 마음을 우리네 선조들은 닮으려고 했다. 청렴과 지조를 지키는 품격 있는 삶을 꿈꿨던 조선 선비들이 찾아낸 매화의 미학이다. 그래서 매화는 사군자의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매화는 우리 전통 회화의 주요 주제이며 현대회화에서도 우리 미감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작가들에게 창작력을 자극하는 소재로 통한다. 조선시대 매화 그림 중 독특한 미감의 세계를 창출한 빼어난 그림으로는 고람 전기의 ‘매화초옥도’가 꼽힌다. 추사 김정희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던 그는 29년의 짧은 삶을 마쳐 스승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고 전한다. 

 

일,월 매화도(야광): 350cm×180cm 장지에 칠보, 야광채색 2018

 

조선 회화의 거의 끝자락에 등장하는 이 그림은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는 듯 예쁘다. 그리고 현대적이기까지 하다. 겨울 한가운데 산골에 초옥을 짓고 묻혀 사는 벗을 찾아간다는 내용이 분명한 그림인데, 새로운 감각을 향한 작가의 실험 정신이 빛난다. 기존의 산수화와는 사뭇 다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마치 서양화를 보는 듯하다.

 

이 그림에는 동서양의 조형 방식이 절묘하게 뒤섞여 있다. 서양 수채화 기법과 전통 수묵 기법을 고루 썼기 때문이다. 눈꽃처럼 흐드러진 백매화를 두 가지 기법으로 그려서 아련한 서정성을 배가했다. 서양의 원근법과 전통 회화의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점을 고루 사용해 독자적 공간을 연출해놓았다. 동서양 기법을 혼합해 새로운 감각의 퓨전 회화를 시도했던 전기의 정신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 예술가들이 받들어야 할 화두가 아닐까. 

 

매화 작가로 알려진 이군우의 회화를 보면 고람 전기의 실험정신을 이 시대에 새롭게 시도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반갑고 귀한 작가라는 느낌이다. 이군우는 전통회화를 전공했다. 그런 탓인지 그는 우리 미감에 대한 사명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작업해왔다. 

 

매화향기: 131cm×160cm 장지에 칠보, 야광채색 2017


매화향기(야광): 131cm×160cm 장지에 칠보, 야광채색 2017


 

그가 매화를 소재이자 주제로 택한 이유도 한국적 아름다움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매화의 고장에서 자란 어린 시절의 감성이 몸에 배었기 때문일 게다. 

 

그의 그림은 매화가 보여주는 고고한 미감이 주된 표현 언어지만 서양식 공간 구성법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래서 현실감이 물씬 풍긴다. 이를테면 한옥의 창문을 실제 나무와 한지를 이용해 바탕 화면으로 만들고 그 위에 흐드러진 매화 가지를 전통 기법으로 그리는 방법이다. 

 

더욱 기발한 것은 매화를 야광 물감으로 그려서 빛이 없이도 은은하게 보이는 실험을 통해 달빛에 빛나는 매화의 정취를 연출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새로운 기법을 끊임없이 실험해 우리 미감을 이 시대 감각코드에 맞추려는 이군우의 작가 정신이 더욱 돋보인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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