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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틴베이커리·비파티세리, 왜 도쿄 아닌 서울에 매장 낼까

'가심비' 트렌드에 외식업 성장…커피·제과·맥주는 유망, 파인다이닝은 미지수

2018.12.13(Thu) 15:07:05

[비즈한국] 미국 스페셜티커피 전문점 ‘블루보틀’의 한국 지점 오픈 소식에 커피 애호가들의 반응이 뜨겁다. ‘커피계의 애플’로 불릴 정도로 인기 높은 블루보틀은 2019년 상반기 성수동에 매장을 오픈한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본사를 둔 블루보틀의 해외 지점 개설은 2015년 일본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비파티세리, 타르틴 베이커리, 브루독 등의 해외 인기 베이커리, 펍 등이 서울에 아시아 최초 매장을 열고 있다. 사진은 브루독의 이태원 브루펍 매장. 사진=브루독 제공

 

# 비파티세리, 브루독… 한국에 아시아 최초 매장 열어 

 

외식업계 ‘테스트 베드(test bed)’로 서울이 뜨고 있다. 해외 유명 베이커리와 커피, 주류 브랜드 등이 줄지어 서울에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베이커리 ‘비파티세리(B. Patisserie)’는 올해 4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열었다. 매장 오픈 전 10여 명의 한국 직원이 샌프란시스코 본점에서 교육을 받고, 오픈 후에는 창업자 벨린다 렁과 미셸 수아즈 등이 작업을 함께했다. 최근에는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어 화제가 됐다. 

 

비파티세리의 아시아권 매장은 한국이 처음이다. 전체 매장으로는 샌프란시스코 본점과 하와이에 이은 세 번째다. 창업자 미셸 수아즈는 가로수길 매장 오픈 당시 한국을 아시아 첫 매장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진보적이고 젊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개방돼 있지 않고, 일본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에서 ‘세계 최고의 빵’,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꼽은 샌프란시스코 명물 ‘타르틴 베이커리’도 지난 1월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열었다. 샌프란시스코, LA에 이어 아시아에 매장을 연 것은 서울이 최초라 화제가 됐다. 

 

수제맥주 브랜드 ‘브루독’은 8월 이태원에 브루펍 매장을 오픈했다. 세계 크래프트 맥주 회사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으로 손꼽히는 브루독이 아시아 국가에 오픈한 최초의 매장이다. 코로나도 9월 이태원에 루프톱 바 ‘카사 코로나(Casa Corona)’를 열었다. 멕시코, 프랑스, 스페인에 이어 아시아에선 첫 매장이다. 

 

브루펍 관계자는 “중국에는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며, 일본에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있다. 하지만 펍 형태로 오픈하는 것은 이태원이 처음이다”라며 “한국은 맥주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다. 높은 기대감을 바탕으로 펍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식업 트렌드 중 하나로 꼽히는 ‘가심비’가 디저트 시장의 성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한다. 사진=비파티세리 홈페이지 캡처

 

# 90년대 일본 거쳐 들어오던 때와 달라, 구매력 갖춘 시장으로 인식  

 

국내 외식업계에 해외 브랜드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미국 계열 패밀리레스토랑이 대거 한국에 진출하며 외식업 트렌드를 이끌었다. T.G.I. 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 토니로마스 등이 대표적이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 비즈니스 랩 소장(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 인기를 끈 패밀리 레스토랑 대부분은 일본을 거쳐 서울로 들어왔다. 일본 자본을 타고 들어오는 등의 움직임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도쿄나 홍콩이 아시아의 테스트 베드로 주목받았다. 일본, 홍콩 등에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뒤에야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졌다. 문 소장은 “일본은 미식에 관심이 높으며 외식 문화를 존중하고 구매력을 갖춘 시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홍콩, 상하이 등도 구매력과 더불어 상징성을 가진 도시라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1960~1970년부터 외식업 종사자가 해외로 유학을 가는 사례가 늘었고, 이들이 외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이유 중 하나다. 문 소장은 “해외 유명 셰프 밑에서 배운 뒤 그 브랜드를 모국인 일본에 여는 방식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은 구매력 없는 시장으로 인식됐으나 최근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만족스러운 한 끼를 위해 흔쾌히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었다. 소비의 상징이랄 수 있는 백화점이 식품관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식품관은 백화점 매출 일등 공신으로 꼽히며, 최근에는 주요 백화점이 식품관을 새로이 단장하고 신규 브랜드 입점에도 힘을 쏟는다. 롯데백화점 식품관 매출은 2017년 5.5% 상승했고, 올해 1분기에만 7.6% 성장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1월부터 9월 사이 전년 대비 매출이 12.4% 증가하고 신세계백화점도 10월까지 5.3% 성장했다. 

 

특히 프리미엄 디저트의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백화점 식품관 디저트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5%에 달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 2016년 국내 디저트 시장 규모는 8조 97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식업 트렌드 중 하나로 꼽히는 ‘가심비’가 디저트 시장의 성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한다. 가심비는 가격 대비 주관적, 심리적 만족감을 중시한다는 개념으로, 프리미엄 디저트 등을 즐기며 만족감을 찾는 현상을 지칭한다. 케이크 한 조각이 1만 원을 넘어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맛보지 못했던 해외 베이커리, 카페 등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맛을 즐기고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한다. 

 

문 소장은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해외 미식에 관심 갖는 사람이 많다. 마트에서 파는 음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현지의 맛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18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9 발간 및 시상식’. 그웬달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가 시상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 파인다이닝 시장도 관심 높아져, 성공 여부는 미지수

 

베이커리, 카페, 펍 등에서 한발 나아가 파인다이닝(Fine Dinning, 고급 식당) 업계도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그 지표 중 하나로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서인 ‘미쉐린 가이드’의 서울편 발간을 꼽는다. 국내 스타 셰프들의 레스토랑에 세계적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유럽 체인이나 독립적인 레스토랑 등이 지점을 낼 만한 시장으로 서울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파인다이닝의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국내 파인다이닝 식당은 약 120곳이지만 흑자를 내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적자 상태라 다른 수익 모델을 고민하는 실정이다.

 

문 소장은 “파인다이닝은 1인 식사 가격이 7만~20만 원 수준이다. 그 정도 금액을 지불하며 한 달에 2회 정도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국내 5000명 수준으로 예상한다”라며 “미식을 즐기며 기꺼이 돈을 지불할 사람이 매우 적기 때문에 파인다이닝의 성공은 확신할 수 없다. 처음에는 관심 갖고 몰릴 순 있어도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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