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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성수동이 '제2의 홍대'가 될 수 없는 이유

서울숲 상권·성수역 남부 상권 모두 물리적 제약…제2의 ○○ 지향하다간 뒤처져

2018.08.06(Mon) 12:15:39

[비즈한국] 2010년대 들어 홍대 상권이 거대화하고 확장을 지속하면서 ‘여기가 제2의 홍대가 될 겁니다’라고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그렇게 거론된 곳들은 하나같이 제2의 홍대는커녕 그 기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성수동이다. 성수동 상권이 부각되던 2010년대 초에는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임장을 나와서 ‘여기가 제2의 홍대가 될 지역’이라고 바람을 넣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3년 전에 성수동 일대를 살펴보고 받은 느낌은 ‘잠재력은 있겠지만 제2의 홍대가 되긴 어렵겠구나’였다.

 

서울숲과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전경. 성수동은 제2의 홍대 상권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물리적 제약 때문에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듯싶다. 사진=박정훈 기자


보통 사람들이 ‘뜨는 상권’으로서의 성수동 상권이라 하는 곳은 정확히는 서울숲 상권과 성수역 남부 상권이라는 두 개의 독립적 상권으로 나뉜다. 서울숲 상권은 홍대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오래되고 저렴한 주거지역이 상권으로 탈바꿈한 전통적인 형태의 뜨는 상권지다. 서울숲이라는 외부 유입 요인까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다만 서울숲은 상권의 배후지가 되는 낡은 주택지의 면적이 너무 좁아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성수역 남부 상권은 또 다르다. 일단 성수동 카페거리란 이름으로 사람들 사이에 알려졌고 공장과 공업소 등이 밀집한 곳이다. 배후지가 매우 넓기 때문에 조건만 맞는다면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 그렇지만 그 조건을 충족하기가 어려운 게 성수역 남부 상권의 특징이다. 공업소, 공장 등은 주택가를 개조할 때보다 필요한 자본의 규모가 크다. 좀 더 큰 자본 규모를 요구한다는 것은 사업가의 입장에선 리스크의 증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해당 지역은 다른 상권보다 사업가 입장에서 진입이 어렵다. 그러한 이유로 발전이 다른 곳보다 더디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본 것이다.

 

근래에 맥주를 마시러 성수동을 자주 찾는다. 그러다 보니 그 당시의 예상과 비슷하게 발전 중인 성수동의 모습을 본다. 성수역 상권 쪽은 예상보다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다른 뜨는 상권과 비교하자면 그 속도가 역시나 더디긴 마찬가지다. 서울숲 상권은 나의 예상보다 좀 더 깊은 곳까지 확장하면서 공간을 집약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업가 입장에서는 이러한 적당한 속도의 발전이 좋다. 너무 빠른 발전은 너무 빠른 임대료의 상승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제2의 홍대를 기대한 임대인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드는 결과일 것이다.

 

성수동은 이러한 물리적 제약 조건 때문에 제2의 홍대 상권이 되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렇다면 홍대와 비슷한 수준의 물리적 조건을 갖춘 곳이라면 제2의 홍대 상권이 될 수 있을까?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어렵다. 경제학은 우리에게 언제나 수요와 공급을 생각하라고 말한다. 제2의 홍대 상권이 앞으로 나타나기 힘든 것은 바로 이 수요와 공급 때문이다.

 

홍대에서 거리 공연을 즐기는 시민들. 사진=이종현 기자


홍대가 뜨기 시작할 당시에 서울에 뜨는 상권이라곤 강북의 홍대, 강남의 압구정 두 곳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강북만 해도 뜨는 상권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제 소비자들에겐 선택지가 다양해져 예전의 홍대가 경험했던 만큼 소비 인구의 집중이 발생하기 어렵다. 즉, 상권의 공급이 많아졌기에 수요가 분산되는 상황이다. 홍대 상권의 발전 사례는 조건은 더 낫고 상황은 완전히 달랐던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그때만큼의 발전과 수익률을 기대한다는 것은 예금 이자율 1~2%대인 지금, IMF 이전의 두자릿수 이자율을 기대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제2의 홍대 상권, 혹은 제2의 XX 상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상권의 공급은 가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이 상권지들의 기대수익률을 점진적으로 하락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상권지 간에 경쟁을 만드는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떠한 상권이 제2의 홍대 상권을 기대하는 순간 그 상권지는 경쟁에서 뒤쳐지게 될 것이다. 당연한 이유다. 제2의 홍대 상권을 갈 바에는 사람들은 그냥 홍대 상권을 가는 것을 택하기 때문이다. 매력 있던 상권에서 제2의 명동 상권을 지향하고 변모했던 가로수길 중심 상권의 몰락은 이런 부분에서 시사점이 크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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