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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서울 집값, 왜 급등하나

소득 증가할수록 주택가격도 상승…대기업 사상최고 실적 등 '소득 기대감' 반영

2018.08.06(Mon) 10:33:14

[비즈한국] 최근 서울 집값, 특히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7월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 주에 비해 0.24% 상승했는데, 참고로 지난 4주 동안 상승률 추이는 0.13% → 0.13% → 0.20% → 0.24%이었다. 특히 강남의 11개 구 아파트 가격은 전주에 비해 0.26% 상승해, 강북 14개 구의 상승률 0.21%를 뛰어넘었다. 

 

대체 왜 서울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일까? 

 

최근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개포주공4단지 일대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이에 대해 최근 발간된 책 ‘대한민국 아파트 부의 지도’에서 이상우 작가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KB국민은행, 한국감정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개하는 PIR(Price to Income Ratio, 주택가격이 소득의 몇 배인지 측정한 지표) 수치를 이용해보자. 특히 한국감정원은 소득 분위별 주택가격 수준을 구분해서 제시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가구들이 주택 구매에 어느 정도 부담을 진 채 살아가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5분위는 상위 20%, 1분위는 하위 20%). 

 

소득 분위에 따른 집값을 확인해보면 우리나라 가구는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대체로 연 소득 대비 8배 정도의 주택 가격을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서울의 경우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현재 연소득의 8배 정도 되는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해 주거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중략)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의 판단 기준이 분명해진다. 게다가 소득이 감소하지 않을 것을 가정한다면, 결국 향후 소득 증가분에 따라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책 20~21쪽

 

매우 흥미로운 주장이다. 쉽게 이야기해 부동산 가격의 추세를 좌우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바로 ‘소득 수준’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다. 이상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일수록 집값이 더 비싼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층 빌딩과 화려한 건물이 밀집해 있는 상업지구는 대체로 타 지역에 비해 사무실과 상가 임대료가 높다. 그리고 이처럼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회사들의 급여수준도 높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관점에서 어느 지역에 업무 지구가 형성되어 있는지 파악하면 고소득직장을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책 47쪽

 

이 주장이 사실인지 검증해보기 위해, 세계 23개 나라의 부동산 가격과 소득 수준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나라마다 물가 수준이 다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기에, 실질 주택가격 및 실질 1인당 국민소득을 비교했다. 

 

아래 그래프는 이 결과를 보여주는데, 1995년 이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연 평균 증가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실질 주택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반면 1인당 경제성장률이 낮은 일본 같은 나라일수록 주택가격의 상승률이 약하다.​

 

자료=BIS·World Bank


이런 면에서 한국은 매우 특이한 나라다. 1995년 이후 1인당 국내총생산은 연 평균 4.3% 상승했지만, 실질 주택가격은 오히려 -0.8%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BIS(국제결제은행)에 제공된 한국 주택가격 통계는 ‘지가통계’이기 때문에, 한국의 정확한 주택가격 변화를 설명하는 데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6년부터 발표된 KB 부동산 통계를 기준으로, Bubble Index를 작성해 보았다. 여기서 Bubble Index란 실질주택가격과 실질소득의 차이를 의미한다. 즉, 위의 그래프처럼 주택가격이 소득 증가율에 의해 좌우된다면 소득보다 더 빠르게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이를 ‘Bubble’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지표다.*  

 

아래의 그래프에 23개 주요국의 Bubble Index가 표시되어 있는데, 주택가격이 소득보다 가파르게 상승한 나라가 주로 유럽에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은 소득증가율보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100% 이상 높은 나라들이다.

 

반면 한국(-90%)과 태국(-84%), 말레이시아(-64%) 등 아시아 국가의 주택 가격은 소득 증가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KB 부동산 통계에서 제공되는 전국 아파트 가격과 서울 아파트 가격 모두, 같은 기간 소득 증가율에 비해 각각 55%와 36% 뒤쳐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

 

자료=BIS·World Bank


물론 강남 지역 11개 구, 혹은 강남이나 서초 등 한국을 대표하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비교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나라나 가장 직장이 많고 발전된 대도시의 집값이 상승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의 급등세를 일반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는 이유는 결국 ‘소득 전망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고 특히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자리 잡은 상장 대기업들의 실적이 사상 최고 수준을 연이어 경신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 부동산 시장은 꽤 뜨거운 시기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IMF(2002), ‘​When Bubble Burst’​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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