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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홍기 사형?' 도 넘은 황당 청원에 국민청원 게시판 몸살

초기 취지 사라지고 특정인 비하, 욕설 넘쳐…청와대 "국민 소통 창구 필요하지만 자제 부탁"

2018.06.04(Mon) 18:56:57

[비즈한국]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신설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연일 황당한 청원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이 청원 게시판을 마치 온라인 커뮤니티처럼 장난삼아 이용하면서 정작 중요한 청원들이 묻히고 있어 실명제 등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지난해 8월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국정 현안과 관련해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을 해준다는 것이다. 개설된 지 10개월 지난 현재까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은 20만 여 건에 달한다. 한 달 평균 2만여 건, 하루 평균 680여 건이 올라온 셈이다. 현재까지 청와대로부터 답변을 받은 청원은 31건에 불과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분별한 청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애초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건강한 공론의 장, 신문고 역할이 아닌 단순한 개인민원 창구, 갈등을 조장하는 장소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연예인 수지, 이홍기 등 사형을 요구하는 청원 등 특정인을 향한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5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황당한 청원이 게재됐다. 연예인 수지의 사형을 청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수지는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는 유튜버 양예원 씨 관련 청원에 동의한 장면을 캡처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그러나 지목된 스튜디오는 성추행 사건과 관련 없는 곳으로 확인됐고 이후 청원 게시판에 ‘연예인 수지의 사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온 것이다.
 
지난달 18일에는 가수 겸 배우 수지의 사형을 청원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이후 이 게시물은 삭제됐지만, ‘사형’ 청원이 빈번해졌다. 21일에는 ‘홍기의 사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앞서 가수 이홍기는 여성혐오, 5·18광주민주화운동 비하 발언을 한 바 있는 BJ 철구 방송을 시청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일었고, 항의하는 팬들과 소셜 미디어 상에서 논쟁을 벌였다. 논란이 일자 이 청원 역시 22일 삭제됐다.  

27일과 28일에는 각각 배우 이광수와 유아인의 사형을 청원하는 글이 올라왔다. 31일에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를 부상에 이르게 한 레알마드리드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에 대한 사형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청원이 무관심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천 명의 동의도 이뤄진다는 점이다. 삭제됐지만 이광수 사형을 원하는 청원의 참여 인원은 2500명이 넘었다. 
 
이 밖에도 ‘배그 점검시간을 새벽에 하게 해주세요’, ‘경대 정문 일요일에 당구 파티모집합니다, ’문 대통령님이 매일 점심메뉴를 정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저그 럴커 데미지 내려주세요‘ 등 장난 섞인 개인 민원성 청원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욕설이 가득한 내용도 상당했다. 
         
‘황당’ 청원은 게시판 초기부터 존재했다. 게시판이 개설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8월과 9월에도 청와대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청와대가 다루기 적합하지 않은 내용도 상당수 올라왔다. ‘히딩크 감독 선임 요구’와 ‘남성에 의무적으로 인공자궁을 이식해달라’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분별한 청원이 하나의 ‘놀이’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황당한 청원들을 보면 문제 해결을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당장의 스트레스나 분노를 표출하는 형태로 나타난다”며 “청원에 대해 그간 언론 매체에서 많은 보도가 있었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핫’한 곳이다 보니 하나의 놀이처럼 여겨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사실 황당한 청원은 청원 게시판 개설 초반에도 존재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가 늘고 있고, 카테고리도 개인 민원성 성격이 짙어졌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일각에선 “국민청원 게시판은 대나무숲(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상에서 익명으로 소통하는 게시판​)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나온다. 직장인 안 아무개 씨는 “예전에는 이슈나 정책 관련된 청원이 주를 이뤘는데 요즘은 너무하다 싶을 만큼 사소한 사안이나 개인 문제에 대한 청원이 많다”며 “정작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청원은 쉽게 묻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청원을 방지하기 위해 실명제 도입 등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줄을 잇는다. 현행 청원법 제 6조에 따르면 청원인에게 ‘성명과 주소를 기재하고 서명한 서면 문서’를 청원의 형식적 요건으로 보고 있지만 현 청와대 게시판은 소셜 미디어와 연동만 하면 된다. 
 
우리보다 앞서 국민 청원 제도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청원 작성자는 물론 참여자까지 이름, 지역, 우편번호 등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 계정 로그인 후, 청원글을 작성하고 동의하는 우리나라 시스템과 차이가 있다. 

청와대 측은 무분별한 청원이 올라오는 등 일부 부작용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은 “장난스럽고 비현실적 제안도 이 공간에서는 가능하고 국민이 분노를 털어놓는 곳도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특정인에 대한 사형 청원 같은 내용은 올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모두가 청원이라는 공론장을 함께 지키고 키워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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