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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도 '동의'로 간주하는 청원게시판에 청와대가 하는 말이…

청와대 관계자 "반대 의사는 토론방 이용하면 돼…안내 문구 게재는 검토"

2018.01.31(Wed) 15:34:48

[비즈한국]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개설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연일 각종 사회적 이슈가 집결하는 가운데 ‘반대’ 의사 표시도 청원 ‘동의’로 분류돼 논란이 일고 있다. 20만 명 이상 청원 참여 시 청와대가 답한다는 기준이 정해진 뒤 이 같은 시스템을 바꿔야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3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답변 대기 중인 청원은 ‘가상화폐 규제 반대’,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 파면’, ‘미성년자 성폭행 형량’ 등과 관련된 총 3건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 28일 등록돼 올 1월 27일 종료된 가상화폐규제 반대 청원은 총 22만 8295명이 참여해 가장 먼저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청와대 답변 대기 중인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의 경우, 청원 참여자 수와 동의자 수는 22만 8295명으로 동일하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는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이 추천한 국민청원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답하도록 하고 있다. 청원에 동의하기 위해선 카카오톡, 페이스북, 네이버 등 SNS 계정으로 간단히 로그인 한 뒤 동의하는 댓글란에 글을 남기면 된다.

 

하지만 청원 게시글에 ‘반대’ 의사를 표시해도 ‘동의’로 집계돼 게시판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원 참여자 수가 20만 명이 넘어 청와대 답변을 대기 중인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의 경우, 청원 참여자 수와 동의자 수는 22만 8295명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그 면면을 보면 반대 의사를 표시한 사람들의 댓글도 청원 동의자 수로 집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청원의 동의 표시를 할 수 있는 댓글란을 보면 청원 게시판이라기보다는 흡사 토론 게시판이 연상된다. 규제 반대 취지의 청원글과 달리 규제를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과 아예 올라온 청원 내용을 대놓고 반대한다는 입장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참여자는 “진짜 궁금한데 왜 동의하는 의견을 적는 곳에 반대한다고 적는 거예요?”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의 기준 재정립 및 재정비를 요구합니다’라는 글을 남긴 A 씨는 “현재 청원 게시판은 제시된 주제에 대해 동의를 표하는 것만 가능하다”며 “이는 찬성만이 난무하는 현상을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로 인해 하나의 청원이 제기되면 해당 안건에 대한 반발 청원이 올라오는 식의 대결구도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청원 게시판의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아울러 SNS 아이디를 통해 의견을 남겨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 극단적인 청원도 올라와 게시판의 질적 저하를 불러온다는 우려도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이 나온 11일 이후 올라온 644건의 박 장관 관련 청원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거래소 폐쇄 반대 의견이지만 이 가운데는 박 장관을 비난하거나 해임을 요구하는 내용도 있었다. 특히 ‘박상기 장관 사형’, ‘박상기 장관 자결’ 등 극단적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일각에선 청원 게시판에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청원법 제 6조에 따르면 청원인에게 ‘성명과 주소를 기재하고 서명한 서면 문서’를 청원의 형식적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현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SNS와 연동만 하면 된다. 한 변호사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현 청원법에 해당될지는 의문”이라며 “이는 자유로운 국민청원을 가능케 한다는 장점뿐 아니라 지나친 요구나 표현을 거르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앞서 국민 청원 제도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청원 작성자는 물론 참여자까지 이름, 지역, 우편번호 등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다만 청원에 동의하는 사람만이 이 같은 정보를 기입하고 추천을 누르는 방식이다. 개인적인 코멘트는 달 수 없다. 이는 단순히 SNS 계정 로그인 후 댓글로 개인의 생각을 적어도 동의자 수로 집계되는 우리나라의 시스템과 차이가 있다. 

 

우리보다 앞서 국민청원 제도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청원 작성자는 물론 참여자까지 이름, 지역, 우편번호 등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사진=영국 정부·의회 청원사이트 캡처


청와대는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토론방이 아니기 때문에 반대 표시를 달 수는 없다. 찬반을 굳이 따지지 않고 청원에 대해 얼마만큼 국민적 관심이 모이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토론방은 따로 마련돼 있고, 청원 반대 의사가 있는 사람들은 그 내용을 담은 청원을 올리면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청원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안내 문구를 달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즈한국’의 질문에는 “안내 문구를 게재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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