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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나] '먹고 살기'엔 문제없는 독일 장바구니 물가

한국 대비 절반 수준…카트 가득 담아도 10만 원 정도

2018.05.17(Thu) 11:11:13

[비즈한국] “한 달에 마트에서 쓰는 비용 얼마나 돼요?” 한 달 전쯤 몇몇 친한 한국 엄마들과 이야기 중에 나온 질문이다. 어느 정도 베를린 생활이 정착되면서 외식 횟수도 줄고, 한 달 평균 식비 계산이 가능해졌다고 판단한 즈음이었다. 우리 집(3인 가구)을 제외하고 모두 4인 가구인 그들의 대답은 얼추 비슷했다. 700~800유로. 

 

카트 가득 채우고 계산한 금액이 65유로. 고기 네 팩과 유기농 달걀 두 팩, 여러 과일과 채소, 유제품과 주스, 아이 간식용 냉동식품과 과자 등이 포함돼 있다. 사진=박진영 제공


환율 1유로당 1300원 정도로 계산하면 대략 100만 원이다. 메뉴는 어느 정도 공유하는 사이고 비슷한 수준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터라 어쩌면 예상된 대답이기도 했다. 

 

우리 집은 한 달 세 번 정도 외식을 포함해 800~850유로의 식비를 쓰고 있었다. 맞벌이를 하며 걸핏하면 외식을 하고 아이 먹거리는 유기농 코너나 유기농 전문 마켓에서 가격 고민 없이 집던 한국에서의 소비를 생각하면 비교적 ‘착한’​ 금액이다. 

 

그렇다고 식탁 위가 초라해진 것도 아니다. 냉장고에 종류별로 고기류가 떨어지지 않았고, 채소·과일도 늘 풍성했다. 우유, 요구르트, 치즈, 버터 같은 유제품은 넘치도록 먹고, 맥주며 와인이며 온갖 주류도 부족하지 않게 비치했다. 일부 품목은 유기농만 고집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독일은 돼지고기 소비량이 많다. 최근 구입한 돼지고기 목살이 1kg 기준 4.75유로(약 5100원). 스테이크용 소고기 안심 한 덩어리는 6~8유로(7600~1만 200원)대로 구입할 수 있다. 사진=박진영 제공


‘베를린 마트 물가 엄청 싸다’는 말에 ‘한 달에 500유로 정도면 넘치도록 먹겠지’라고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오버한 금액이지만, 먹고 사는 ‘수준’을 생각하면 순수 마트 비용 750유로 이하는 만족할 만했다. 유리네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한국 가족인 유리네는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베를린 생활을 시작한 4인 가족이다. 중학생 아들, 초등학교 고학년 딸이 있어 우리 집보다 소비가 많아야 정상이었다. 유리 엄마가 말했다. “마트 비용은 줄곧 500유로를 넘지 않았는데요?” 그 집과 우리 집 사이, 200유로가 넘는 차이에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내가 뭘 잘못하는 건가. 말도 안 되는 과소비를 하는 건가. 

 

맥주의 나라인 독일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가장 싸게는 500ml 6개짜리를 2유로(약 2550원)가 채 안 되는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 와인 가격도 매력적이다. 2유로대부터 10유로(약 1만 2750원)대까지 판매되며 저가 와인들 중에도 괜찮은 와인들이 많다. 사진=박진영 제공


답은 식탁 위 메뉴에 있었다. 삼시 세 끼 한식을 먹는 집과 한식을 자주 먹지 않는 집의 차이. 유리네는 한국 식재료 소비 금액이 현저히 적었고, 우리 집은 매달 한국 마트 소비액만 200유로에 달했다. 독일 마트에서는 그 큰 카트에 차고 넘치도록 담아도 한화 10만 원을 넘기기 어려운데, 한국 마트에서는 한국 가격 대비 1.5배의 금액으로 사야 하니 그럴 수밖에. 

 

베를린에서 처음 마트에 갔던 그날이 떠올랐다. 텅 빈 냉장고를 채우고 남을 각종 먹거리며 기본 생활용품들, 엄청난 양의 생수까지, 카트 하나가 부족할 정도로 사 들고 나오면서 80유로가 안 되게 계산했던 기억. 동행한 지인은 “여기도 신입사원 초봉이 높지 않은 데다 높은 세율, 치솟는 임대료 등으로 삶이 팍팍하다”면서 “예전에 비하면 많이 올랐지만 아직 장바구니 물가가 저렴해 먹고 사는 문제만큼은 해결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기농 우유 1L 한 팩의 가격이 1유로(약 1275원). 치즈와 요구르트 등 유제품 가격도 너무나 착한 수준이다. 사진=박진영 제공​


유리네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한 가지 실험을 시작했다. 80% 이상을 구매했던, 독일에서 비교적 고가 마트인 에데카(EDEKA)의 소비를 20% 이하로 줄이고, 저렴한 리들(LIDL)을 주로 이용하는 것, 일주일에 장보기 2회로 제한하는 것, 한식을 줄여 한국 마트에 가는 횟수를 줄이는 것 등이다. 

 

한 달이 돼 가는 지금, 리들을 이용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마트마다 그곳에서만 판매하는 제품들이 따로 있어 다른 마트에 전혀 가지 않을 순 없지만, 그럼에도 ‘숫자의 차이’가 나쁘지 않다. 한식을 줄이는 건 풀어야 할 숙제다. 

 

기껏 다짐하고는 김장하는 수준으로 한국 채소들을 사다가 사투를 벌이는 스스로를 보면서 한숨도 나지만, 스스로 합리화를 해본다. ‘요즘 한국에서 마트 한번 가면 20만 원 훌쩍 넘긴다는데, 이 정도면 괜찮은 거야’라고. 

 

글쓴이 박진영은,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에 입문, 여성지 기자, 경제매거진 기자 등 잡지 기자로만 15년을 일한 뒤 PR회사 콘텐츠디렉터로 영역을 확장,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실험에 재미를 붙였다. 지난해 여름부터 글로벌 힙스터들의 성지라는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또 다른 영역 확장을 고민 중이다. 

박진영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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