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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젊은 승부사들' 재규어 백정현 vs 볼보 이윤모

1966년생 동갑, 국산차 회사 첫 입사 후 수입차 브랜드에서 시장 개척 공통점

2018.05.03(Thu) 22:50:29

[비즈한국] 국내 수입차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는 크게 외국인과 내국인으로 분류된다. 수입차 업계 1·2위를 다투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대표는 그리스 출신, BMW코리아의 김효준 대표는 한국인이다. 외국인인 경우 본사가 전략적으로 한국 시장에 힘을 쏟느냐에 따라 성과가 갈리고, 한국인인 경우 CEO 개인의 역량과 노력에 의해 성과가 갈리는 편이다.

 

수입 브랜드의 국내 법인은 차를 직접 판매·수리하지 않는다. ‘딜러’라 불리는 별도의 판매법인이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대리점·영업사원·서비스센터를 운영한다. 국내 법인의 역할은 해외 본사로부터 차량 확보, 운송·통관, 브랜드 홍보 등에 그친다. 판매량이 많은 브랜드는 본사에서 영향력을 가진 CEO가 와서 물량을 많이 배정받는 것이 유리하고, 판매량이 적은 브랜드는 국내 사정을 잘 아는 CEO가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백정현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대표(왼쪽)와 이윤모 볼보자동차 코리아 대표(오른쪽). 사진=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볼보자동차코리아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를 이끄는 백정현 대표와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이윤모 대표는 1966년생 동갑으로, 대학 졸업 후 국산차 브랜드 입사 후 일찌감치 전직해 수입차 개척기를 함께 했으며,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브랜드의 급속한 성장을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 백정현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대표

 

경영학을 전공한 백정현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대표는 1990년 졸업과 동시에 기아자동차에 입사했다. 자동차가 귀하던 어린 시절 집에 신진지프가 있었는데, 친근함 때문에 대학 졸업 후 고민 없이 자동차회사에 입사했다. 당시 경영학과 동기들은 연봉이 높은 금융회사에 주로 취업하던 시절이다. 

 

백정현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대표. 사진=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기아자동차는 영어능력이 좋은 그를 회장 비서실로 발령 내려 했지만, 백 대표는 반대의사를 밝히고 해외영업본부를 택했다. 해외영업을 택한 것은 이후의 커리어로 연결되는 중요한 결정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기아차가 휘청대는 사이 현대차의 제안으로 백 대표는 현대정공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정공에서 포드 엠블럼를 달고 수출되던 프라이드와 아벨라용 애프터서비스(AS) 부품을 해외시장에 수출했는데, 이때의 인연으로 2000년 포드가 재규어·랜드로버의 국내 판매를 맡게 될 때 AS 총괄이사로 스카우트 됐다. 포드 이직 후 기술 분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경야독의 날들이 이어졌다. 시승행사를 위한 오프로드 코스도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며 찾아야 했다. 수입차 시장이 작은 데다 판매량이 미미하던 브랜드이다 보니 혼자서 많은 분야를 챙겨야 했지만, 이것이 추후 CEO가 되는 주춧돌이 됐다.

 

그 사이 재규어 랜드로버의 판매량도 조금씩 증가했다. 2003년 381대에서 2007년 1096대로 늘었고, 2010년부터는 해마다 1000대 이상씩 성장했다. 2011년 2399대이던 판매량은 2017년 1만4865대로 6년 만에 6배 넘게 늘었다.

 

이런 성장은 영국 본사가 한국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고, 2015년 국내외 복수 후보와의 경합을 통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최초의 내부승진 사례로 화제를 모았다. BMW 김효준 대표의 경우는 이미 한국신텍스 대표이사를 지낸 후 임원으로 입사했으므로 영입 사례로 봐야 하고, 백 대표가 2000년 재규어 랜드로버 업무를 맡은 것은 서른네 살 때다. 

 

백 대표는 취임 때 다양한 신모델 출시, 서비스 네트워크 강화, 고객우선 철학으로 수입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경영목표를 발표했다. 그 결과 취임하던 해인 2015년 9975대를 판매해 1만 대 달성에 육박했고, 2016년에는 1만 4399대를 판매하며 44.3% 성장을 이뤘다. 

 

그는 딜러 네트워크와 AS 설비를 계속 늘려 현재 26개의 전시장과 25개의 서비스센터를 내년까지 각 30개로 늘릴 계획이다. 

 

#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

 

산업공학을 전공한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1994년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대우자동차 경영기획실에 입사했다. 곧바로 아시아·중동수출본부에 발령돼 1999년까지 수출 업무를 담당했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대우자동차가 매각되는 과정에서 그는 2002년 BMW코리아의 딜러개발 매니저로 이직한다. 2000년 BMW코리아 대표가 된 김효준 사장 취임 이후의 일이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고 BMW 브랜드가 급속히 커지는 동안 이 대표는 7년 동안 딜러개발, 2년 동안 세일즈, 1년 동안 애프터세일즈를 담당하며 상무로 승진했다. 2014년 12년 동안 몸담았던 BMW코리아를 떠나 볼보코리아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볼보 브랜드가 국내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 대표가 볼보코리아 대표를 맡은 2014년 2976대에 그쳤던 볼보의 국내 판매량은 2015년 4238대, 2016년 5206대, 2017년 6604대로 매년 최고 실적을 새로 썼다. 취임 후 3년 만에 판매량은 2배 이상 늘었다.

 

그가 취임하던 때 볼보는 연 2000대 정도를 파는 정체된 브랜드로 존재감이 미미하던 때였다. 당시에 대해 이 대표는 “이런 조직문화로는 신차를 들여와도 힘들겠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한 번 해보자’며 조직분위기를 끌어올리려 노력했는데, 다행히 신차 반응도 좋았다. 딜러들도 자신감을 갖고 투자해주고 있다. 가끔은 과감한 투자에 놀랄 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볼보코리아 대표가 되던 해 그의 나이는 48세로 비교적 젊은 때였다. 그간 볼보는 ‘안전하지만 구닥다리 같은 차’로 이미지가 각인돼 있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젊음의 거리 가로수길에 북유럽 스타일의 카페를 겸한 팝업스토어를 만드는 등 볼보를 젊은 이미지로 거듭나도록 노력을 계속했다. 

 

마침 볼보 본사에서도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던진 혁신의 아이콘 XC90을 2016년 출시한 데 이어 동일한 콘셉트의 S90, XC60 등을 추가로 내놓으며 판매량 증가에 가속도를 붙였다. 

 

매력적인 신차의 출시가 판매량에 불을 붙이지만, 그것이 지속되도록 하는 것은 판매 현장과 서비스센터의 서비스 품질이 좌우한다. 이 대표는 최근의 성장세에 기여한 딜러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그는 “현재 7개 딜러가 22개 전시장을 운영하는데, 최근 판매가 좋아 수익성이 개선됐다. 판매대수와 판매지역을 늘리기 위해선 네트워크를 빨리 확장해야 하지만, 그간 고생한 기존 딜러들에게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6604대를 판매한 볼보코리아는 올해 8000대, 2019년 1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연 1만 대 판매를 위해선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차별화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2016년 여름 XC90을 출시했을 때 BMW X5, 아우디 Q7과 비슷한 가격대를 책정했는데, 시장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입소문이 퍼지면서 시장 반응이 바뀌었다. 볼보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아 가는 과정에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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