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정몽준 현대중공업 지주사 지분 2배 늘릴 때 국민연금이 침묵한 까닭

지주사 전환 시 현대로보틱스 유상증자에 불참…국민연금 “내부 지침에 따른 것”

2017.08.28(Mon) 17:01:09

[비즈한국]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현대중공업·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를 자회사로 하는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전환 작업이 8월 14일 신주 상장으로 완료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인 정몽준 현대아산복지재단(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배력 강화에 유리한 결과를 낳았다. 

 

정몽준 현대아산복지재단 이사장이 8월 14일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완료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현대중공업이 사용한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는 현대중공업을 4개 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그 중 하나인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정하는 것이다. A 기업이 B·C·D·E의 4개의 사업분야를 영위하고 있을 경우, 인적분할을 하면 B·C·D·E의 4개 회사로 나눌 수 있다. 이 경우 A 사의 기존 주주들은 A 사 지분율만큼 B·C·D·E 사의 각 지분을 가지게 된다. B·C·D·E의 가치의 합이 A의 가치의 합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때 B 사를 임의로 지주사로 지정할 경우 주주들은 C·D·E 사 주식을 팔고 B 사 주식을 사면 결과적으로 지주사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여기서 A 사를 현대중공업(구), B 사를 현대로보틱스, C 사를 현대중공업(신규), D 사를 현대일렉트릭, E 사를 현대건설기계로 대입하면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된다. 

 

현대중공업(구)은 올해 초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신규)·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의 4개 회사로 분할됐다. 6~8월에는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전환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기업분할 후 현대로보틱스는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해 신주를 발행했다. 발행규모는 기존 주식의 35.26%(이하 보통주 기준)였다. 신주에 대한 납입은 기존 현대중공업(구) 주주들이 가진 현대중공업(신규)·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 주식으로 받는 현물출자 방식이었다. 기존 주주들은 현대중공업(신규)·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 주식을 굳이 시장에 내다 팔고 지주사인 현대일렉트릭 주식을 살 필요 없이 한 번에 해결하는 셈이다. 

 

이렇게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신규)·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 지분을 확보해 지주사 요건(상장사 20%, 비상장사 40%)을 갖췄다. 

 

8월 14일 증자된 신주가 상장하면서 현대중공업(구) 지분 10.15%를 가졌던 정 이사장은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 지분 25.80%를 확보했다.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2배 이상 늘린 것이다. 반면 현대로보틱스 증자 전 정 이사장과 비슷한 9.30% 지분을 가졌던 국민연금의 지분은 늘지 않아, 정 이사장 지분의 절반 미만이 됐다.

 

현재 국민연금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은 8.50%다. 현대로보틱스 주식이 유상증자로 1204만 주에서 1628만 주로 늘어났기 때문에 지분이 희석된 것이다. 유상증자 결정 후 국민연금은 현대로보틱스 주식 약 16만 주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8.50% 선을 유지했다. 추가 매입을 하지 않았다면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6.87%까지 낮아졌을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뇌물죄’는 중요한 쟁점이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토록 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탁한 것이 ‘부정한 청탁’이라고 재판부가 인정한 바 있다. 

 

현대로보틱스 유상증자를 통해 정몽준 이사장이 지분을 2배 이상 늘린 반면, 국민연금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지분이 오히려 줄었다. 국민연금이 정 이사장의 지분 강화를 눈감아 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는 이유다. 출처=금융감독원


현대중공업의 경우 국민연금은 그룹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정몽준 이사장의 지배력 강화를 눈감아준 꼴이 됐다. 국민연금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개별기업 지분 10%를 넘지 않도록 한 ‘10% 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개별기업 이슈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는 것이 방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대로보틱스 유상증자는 이사회에서 결의한 것이므로 국민연금이 목소리를 낼 기회는 없었다. 

 

또한 국민연금의 행위는 결과적으로 현대중공업 자녀승계에 대해서도 도움을 주게 됐다. 현대중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의 최대주주는 정몽준 이사장으로 25.8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상속·증여세를 최대 50% 낸다고 해도 자녀들에게 12.90%의 지분을 물려줄 수 있다. 

 

현재 정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는 현대로보틱스 보통주 97주를 갖고 있어 지분이 거의 없는 상태다. 다른 자녀들은 아예 특수관계인에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현대차처럼 ‘일감몰아주기’를 이용하지 않아도 정 이사장의 지분이 워낙 많아 승계에는 문제가 없다. 자녀들 지분 총계가 12.90%라고 하더라도 이보다 앞선 단일 주주는 없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10% 이하다.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의결권 행사는 내부 지침이 마련돼 있고 그에 따라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특정 기업의 특별한 케이스에 대한 기준이 따로 마련돼 있지는 않다”고 답변했다. ​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핫클릭]

· 이재용 징역 5년, 같은 혐의 불똥 튈라 롯데·CJ·부영 '노심초사'
· 이재용 징역 5년, 법조계 "삼성 전략 완패에도 2심 여지 남겨"
· [리얼 실리콘밸리] 성차별에 인종차별까지…테슬라·우버·구글도 '천국'은 아냐
· 하나고 영어캠프 스태프, 잠도 못 자고 외출도 금지 '노예노동' 논란
· 개장 150일 등기완료 4%,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에 신동빈은 없었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