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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길 잃은 숲에서 만난 기품 있는 꽃

백작약(작약과, 학명 Paeonia japonica)

2017.05.30(Tue) 10:39:43


[비즈한국] 햇살이 눈부시다. 찬란하다. 온갖 새싹이 싹을 틔워 꽃을 피우고 움이 돋아 담록의 신천지를 이루었다. 5월의 숲속을 걷자면 청량한 공기가 상큼하기 그지없다. 특히 숲속 그늘진 오솔길에서는 풋풋한 산 내음이 가슴마저 시원하게 해준다. 매혹의 담녹색에 이끌려 연둣빛 물결 따라 만나기 힘든 귀한 꽃을 보고자 강원도 깊은 산속을 뒤지다가 길을 잃었다. 하는 수 없이 산 능선으로 오르고자 대충 방향만 잡고 산 중턱을 가로질러 헤매야만 했다. 길도 없는 너덜겅 돌밭에 들어섰다. 산짐승들이 다닌 길만이 유일한 통로로 보이는 숲속 돌밭이었다. 너덜겅 바윗돌이 널브러진 가운데에도 간혹 덤불이 군데군데 있었다. 그 사이에서 뜻하지 않은 귀한 꽃을 만났다. 백작약이다. 찾고자 원하는 산들꽃 대신에 더 귀한 꽃을 만났으니 길 잃고 헤맨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순백의 단아함과 기품 있는 화사함으로 눈앞에 나타난 함박 같은 하얀 꽃이다. 야생의 백작약이 약효가 좋다고 알려져서 무분별한 불법 채취로 산삼보다 보기가 어려워졌다는 꽃이다. 숲 바람에 살랑대는 백작약 하얀 꽃 이파리에 눈부신 5월의 햇살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민낯의 꽃 판을 세상에 내미는 것이 그리도 부끄러운지 필 듯 말 듯 반만 열린 꽃송이가 되려 매혹적이었다. 인적이 드문 외진 숲속에 누굴 위해 저리도 화사하게 꽃을 피웠을까? 

 

백작약은 깊은 산지에서 자라는 희귀한 산들꽃이다. 꽃이 크고 탐스러워서 함박꽃이라고도 한다. 토양 비옥도가 높고 반그늘이며 물 빠짐이 좋은 깊은 산속에서 자란다. 잎은 앞면은 녹색이지만 뒷면은 흰빛이 돌며 3~4개가 어긋나게 달리고 긴 타원형이다. 꽃은 하얀색이고 지름은 4~5cm, 원줄기 끝에 한 송이씩 달린다. 여러해살이풀인 백작약은 워낙 깊은 산에서 자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꽃이 되었다. 꽃이 크고 화려해서 쉽게 눈에 띄고 약효가 좋다 해서 보이는 대로 불법 채취한 탓이다. 

 

아무리 꽃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귀한 꽃일수록 함부로 손을 대거나 옮겨 심어서는 안 된다. 귀한 꽃을 옮겨 심어 잘 자랄 수 있다면 왜 그 꽃이 희귀한 꽃이 되었겠는가? 그만큼 자라는 환경이 까다로워서 아무 곳에서나 자라지 못한 탓이다. 그 꽃을 옮겨 보통의 곳에 심으면 필연적으로 죽기 마련이다. 귀한 것은 귀한 대로 대우해야지 보편화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꼭 탐이 난다면 그나마도 해서는 안 되지만, 씨를 받아 심어보든지 해야 하지 식물체를 채취해서 옮겨 심는 것은 바로 죽이는 짓이다. 

 


백작약은 보통 화단에서 보는 일반 작약과 잎과 꽃 모양이 다르지만, 구별이 쉽지는 않다. 백작약은 일반 작약과 달리 꽃이 활짝 피지 않고 반만 열린다. 깊은 산속에서 반쯤 벌어진 꽃 안으로 벌을 유인하여 벌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꽃 속에서 이리저리 헤매게 하여 꽃가루받이를 돕도록 한다. 꽃은 5~6월에 흰색으로 피고 원줄기 끝에 1개씩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달걀 모양이며 3개, 꽃잎은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고 5∼7개이다. 열매는 8월경에 길이 2~3cm 정도의 긴 타원형으로 달리고 종자는 흑색이다. 뿌리는 덩이뿌리를 형성하는데, 굵고 육질이다.

 

비슷한 종으로 털백작약, 참작약, 호작약, 산작약, 민산작약이 있다. 털백작약은 잎의 뒷면에 털이 있다. 참작약은 꽃은 하얀색이지만, 향기가 있고 잎이 2~3개로 갈라지며 씨방에 털이 있다. 호작약은 한 줄기 꽃대에 꽃이 여러 송이 달리며 백두산에 자라는 꽃이다. 산작약은 꽃이 붉은색이며 잎 뒷면에 털이 있다. 산작약 중 잎 뒷면에 털이 없는 것을 민산작약이라 한다.

 

관상용으로 많이 심기도 하지만 주로 약용에 쓰인다. 뿌리를 진통, 경련 완화, 부인병에 사용하는데 혈(血)을 보(補)해 주고 신경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꽃말은 수줍음이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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