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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단오에 머리 감던 그 창포, 이젠 희귀식물이라니…

창포(천남성과, 학명 Acorus calamus var. angustatus)

2017.05.23(Tue) 09:20:31


[비즈한국] 봄이 완연한 5월의 끝자락, 날씨는 벌써 한여름이다. 온갖 식물이 꽃을 피우고 새싹을 내어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민족의 전통 명절 단오도 며칠 남지 않았다. 창포도 그동안 힘차게 줄기만을 세워 올리더니만 드디어 꽃을 피웠다. 

 

창포 꽃은 창포를 잘 모르면 꽃이 피었는지조차도 알아보기 힘들게 눈에 띄지 않는 꽃이다. 학명에서도 희랍어 Acorus는 부정의 접두어 ‘a’와 ‘coros(장식)’의 합성어로서 꽃의 관상 가치가 없다는 뜻을 내포한다. 하지만 창포 꽃이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은 꽃이 화려하지 않거나 잘 보이지 않는 탓만도 아니다. 한때는 단오(端午)와 창포가 불가분의 관계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의 관심 밖이기 때문일 것이다. 

 

단오는 조선 시대에 설날, 한식,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에 들었다. 단오는 일 년 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해서 여러 가지 풍속과 행사가 행해졌다. 민간에서는 단옷날 창포 끓인 물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는 풍습이 있었다. 전통사회에서 농가의 부녀자들은 단옷날 창포물로 머리를 감거나 목욕을 하면, 액운을 막고 머릿결이 곱고 윤기가 있으며 피부도 부드럽고 깨끗해진다고 믿었다. 창포 뿌리에는 아사론(asarone)이라는 방향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이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으면 시원할 뿐만 아니라 은은한 향기도 난다. 창포에는 독특한 향기가 있어 지금도 욕실용 향수나 입욕제, 화장품, 비누 등에 이용되고 한방에서는 약재로 사용한다.

 

신윤복의 ‘단오풍정’에는 창포 물로 머리를 감는 여인네들이 나온다. 자료=간송미술문화재단


창포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우물이나 논, 냇가 등 물이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예전에는 민가 주위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으나 경지정리 및 제초제 사용으로 지금은 희귀식물이 되었다. 

 

창포는 인공 종자번식은 거의 불가능하며, 포기나누기에 의한 증식이 가능할 뿐이다. 근경은 굵고 옆으로 뻗으며 마디가 많고 밑부분에서 수염뿌리가 돋으며 특이한 향을 내는 방향성 식물이다. 잎은 뿌리줄기 끝에서 모여나기를 하며 선형이고 나란히맥이 있으며 주맥이 뚜렷하고 대검(大劍) 같으나 밑부분이 서로 겹치며 2줄로 나열된다.

 

꽃대는 잎과 모양이 같으나 약간 짧고 중앙부에서 5cm 정도의 이삭꽃차례가 비스듬히 옆으로 달린다. 꽃대 축을 싸고 연한 황록색의 많은 꽃이 밀생하며 꽃은 양성이고 6개씩의 화피와 수술이 있다. 매우 작은 암술과 수술이 모여 길쭉한 이삭꽃차례를 형성하며 꽃잎이 없어 화려하지 않은 안갖춘꽃이다. 암술은 1개이며 씨방은 둥근 타원형으로서 둥근 암술머리가 있지만, 종자번식은 되지 않는다. 

 

비슷한 종으로 석창포가 있다. 석창포는 산골짜기 맑은 냇가 바위틈에서 자란다. 창포와 비슷하지만, 잎이 더 좁고 너비는 1cm 미만이며 길이도 짧고 뿌리가 더 가늘다. 창포보다 더 희귀하다.

 

창포가 우리 생활 속에서 멀어져 가다 보니 꽃창포와 혼동해서 생기는 에피소드나 웃지 못할 촌극도 많다. 샴푸를 맨 처음 시중에 상품으로 내놓은 모 회사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성분이 천연 재료와 가깝다는 의미로 게재한 샴푸 선전 광고에 창포와 전혀 다른 꽃창포 사진을 넣은 것이다. 또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설명은 창포에 관한 것인데 사진은 꽃창포를 올려놓은 사이트가 너무 많다. 심지어는 공공성이 강한 단체나 법인체의 단오 풍속이나 문화, 꽃 설명 인터넷 사이트에도 창포 대신에 꽃창포 사진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왼쪽이 창포, 오른쪽이 꽃창포다. 창포와 꽃창포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창포와 꽃창포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창포는 천남성과(科)의 식물이고 꽃창포는 붓꽃과(科)의 식물이다. 꽃창포는 잎이 창포와 비슷하게 생겼고 화려한 꽃이 피므로 ‘꽃이 피는 창포’라는 뜻에서 ‘꽃창포’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뿐, 향기와 꽃 모양은 창포와 완전히 다르다.

 

천남성과 식물인 창포는 우리나라 토종으로 크기가 1m 내외로 비교적 작고 꽃도 화려하지 않다. 독특한 향이 있어 우리 선조들은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희귀종이 되어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이 아니다. 

 

붓꽃과 식물인 꽃창포는 크기가 크고 꽃은 붓꽃처럼 생겼다. 꽃도 적자색으로 피며 원줄기 끝에 2~3개가 달리며, 화피 안쪽에 황색 줄무늬가 있다. 꽃 밑부분에는 2~3개의 녹색 포가 씨방을 둘러싼다. 꽃이 아름다워 정원이나 주변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이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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