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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일기] 취준생에게 연애는 사치일까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이 피고, 내 마음도 심란해지기 시작한다

2017.04.17(Mon) 10:42:00

[비즈한국] 꽃이 피었다. 꽃이, 피어버리고 만 것이다.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데, 내 고민은 다른 데 있다.


지독한 미세먼지가 괴롭혀도 봄이 오는 것은 반갑다. 봄이라 부르기 민망한 추운 3월이 지나고 따스한 4월의 봄바람이 불어온다. 잔인한 4월이라지만 무거운 마음과 별개로 옷은 가벼워지고 있다. 따뜻한 기운이 잠시라도 느껴지면 피어버리는 벚꽃 때문에 봄의 발걸음을 모를 수 없다. 결국 커플들의 날이 도래한 것이다!

 

예전부터 대학생은 벚꽃놀이를 자유롭게 즐길 수 없었다. 오죽하면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고 했을까. 벚꽃이 만발할 때면 대학생들은 중간고사를 준비할 시즌이 되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건 어차피 벼락치기 할 거면서 생색내기 좋아하는 대학생들의 변명일 뿐이다. 사실은 벚꽃놀이 갈 사람이 없었던 거잖아!

 

친구들은 거의 모두 남자친구가 있다. 그래서 소외감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나만 외로울 수는 없는 법. 다행히도 친구 H 양이 솔로가 되었다. 그 친구와 연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이다. 

 

H 양에게 다시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없냐고 묻자, ‘썸은 타고 싶은데 사귀는 건 싫다’고 했다. 그렇지…. 썸 탈 때가 제일 좋지…. 서로가 서로의 것이 아직 되지 않았을 때 묘하고 간질거리는 긴장감은 연애를 시작하고 나면 사그라지는 것 같다. 

 

나도 비슷한 심정이다. 설레는 감정만 그립지, 상대방과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는 게 싫거나, 예민해진 신경으로 감정소모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알콩달콩한 일상을 보내는 것은 좋지만, 어느 정도는 혼자 있을 권리를 잃어버리는 것이기도 하지 않는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나에게 연애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일련의 경험들 속에서 실수를 해봤으니 더 이상 어설픈 기분에 휩쓸리고 싶지 않다. 어설픈 연애 뒤, 헤어짐을 고하는 사람이나 헤어짐 당하는 사람이나 모두 아픈 일이다. 그 놈의 ‘사랑’이 지천에 널려 있는 것도 아니니, 사랑도 연애도 쉽지 않다. 

 

소개팅이 들어왔다. 회사원이었다. 연애는 하고 싶었지만 망설이다 거절했다.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스물다섯, 어리지 않은 나이다. 대학생이나 취준생이 아닌, 회사원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 아직은 다른 세계 같다. 불안정한 취준 생활에 서로에게 상처만 주지 않을까, 시작도 하지 않은 연애에 걱정쟁이는 또 걱정부터 했다. 거절하고 나니 벚꽃이 더 흐드러지게 보였다.

 

연애를 해야 사랑을 하지!


“연애” 하고 중얼거리면 가끔 기억 속 일상이 떠오른다. 나도 누군가와 연애했던 적이 있으니까. 우리는 뭐든 함께했다. ‘크라임 씬’이나 ‘​무한도전’​을 보려고 치킨과 맥주를 사들고 함께 갈 때가 진짜 즐거웠는데. 자주 먹어서 살 진짜 많이 쪘었는데! 부질없는 기억들은 미울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고마운 마음뿐이다. 내가 그리운 건 연애려나, 연애감정이려나.

 

혼자라 외로운 감정엔 익숙해진 느낌이다. 좋게 말하면 독립적이 된 것이겠지. 나의 ‘독립’은 시도 때도 없이 상대를 바꾸거나, 잠깐의 휴식기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시답잖은 위안을 삼기에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누굴 좋아하기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다. 상처를 주거나 혹은 받을까봐 겁이 난다. 아직 어린데 왜 겁이 많아졌을까?

 

내 친구들은 나의 눈이 너무 높단다. 잘생긴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고, 따지는 조건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냥 어려운 하나를 원한다고. 하긴 나는 ‘느낌’을 원한다. 그냥 좋아하게 되어버리는, 그런 사람. 

 

나는 첫 느낌을 믿는다. 처음 느낌이 오지 않는다면 두고 보는 일이 거의 없다. 사람을 내 느낌대로 서둘러 판단해버리는 거, 나도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잘해주고 좋아해주면 좋아진다는데, 나는 왜 그럴 수가 없지? 나도 내 마음이 소중한데 아무나에게 억지로 그 마음을 퍼주고 싶진 않은데. 정말로 좋아하게 되면 주고 싶다. 휴, 아무래도 오랫동안 혼자일 것 같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사랑은 청춘의 일일까? 사진=필자가 ‘Youth’ 전시회에서 찍은 사진


요즘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를테면, 취준에 연애가 필요할까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기댈 수 있으니 도움이 될지도, 하지만 너무 이기적인 이유인가, 아니, 내가 시간이 없어서 연애를 안 하는 건 아니잖아, 전쟁 통에도 사랑을 한다는데, 난 못 찾겠는데 다들 어디서 그렇게 잘 만나나, 역시 내가 문제인가,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이게 다 벚꽃 때문이다.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에 봄과 벚꽃의 콜라보는 너무 치명타야. 벚꽃엔딩을 그만 들어야 할 것 같다. 안 듣는다고 안 들어질 노래는 아니지만…. 

 

※필자는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어딘가 삐걱거리는 삶을 살고 있는 대학생으로, 거둬갈 기업 관계자 여러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 ​​ 

이상은 취업준비생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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