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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황금빛 봄의 노래, 히어리

히어리(조록나무과, 학명 Corylopsis coreana Uyeki)

2017.04.12(Wed) 09:13:54


[비즈한국] 히어리가 꽃을 피웠다. 오는 길손을 반기며 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노란 꽃초롱이 수없이 매달려 봄바람에 한들대며 오는 봄을 맞이하는 듯하다. 앙상한 가지에 찬바람 넘나드는 이른 봄인데도 개나리보다 앞서 노란 꽃망울을 톡톡 시원스레 터뜨리는 꽃! 밀랍 같은 꽃잎에 까만 수술이 방점인 듯 돋보이는 봄맞이 꽃초롱! 봄의 길잡이꾼으로 나선 듯 히어리가 황금빛 꽃을 피웠다.
   
4월의 시국은 탄핵, 세월호 인양,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예사롭지 않아 뒤숭숭하지만, 철 따라 피고 지는 자연의 질서는 어김없이 올해도 예년과 변함없다. 갓 깨어난 병아리 색깔처럼 맑고 밝은 노란 꽃잎이 따스한 봄 햇살 아래 빛난다. 싱그러운 새 봄의 상큼함이 물씬 묻어난다. 
   
히어리는 이름이 마치 외래어처럼 보이지만 순수 우리말이다. 히어리는 1924년 일본인 식물학자 우에키 호미키(植木秀幹, 1848~1977) 박사가 송광사 근처에서 처음 발견했는데, 꽃잎이 벌집의 밀랍처럼 생겼다 해서 ‘송광납판화’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1966년 이창복 박사가 원산지인 순천 지역 방언에 따라 ‘히어리’라 바꿔 학계에 발표하면서 이름이 히어리가 되었다. 

순천 지역에서 이 꽃을 ‘히어리’라 했던 것은 이 지역에서는 귀한 나무가 아니라 시오리(십오 리)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설, 이른 봄 연한 노란색 꽃이 햇빛에 반사될 때 하얗게 빛이 나서 우리말 ‘희다’에서 변형되었다는 설, 그리고 입춘 절기인 구정 즈음에 꽃이 피므로 한 해를 연다는 의미의 ‘해여리’가 점차 히어리로 발음이 변했다는 설 등 몇 가지 설이 있는데, 마지막 가설이 더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 발견 당시에는 히어리가 조계산과 지리산 그리고 백운산에서 자생하고 있어 남쪽에만 자라는 나무로 인식되었다. 한때는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였다. 그러나 근래 남해의 일부 섬과 경기도 광교산, 최근에는 강원도 백운산에서 새로운 군락이 계속 발견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량번식에도 성공하여 2012년 1월에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되었다.
    
히어리는 대표적인 봄의 전령사이다. 꽃은 이른 봄에 밝은 노란색으로 잎보다 먼저 피고 8~12개의 황색 꽃이 초롱 모양으로 늘어져 달린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며 털이 없고 꽃잎은 연한 황록색이고 수술은 5개, 암술대는 2개이다. 높이는 1~2m 정도이며 낙엽 활엽 관목이다.
    
히어리는 국내에서 비슷한 식물이 없어 분류상 1속 1종인데,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종은 아니다. 히어리 속(屬)은 세계적으로 중국, 히말라야, 일본 등 약 30여 종이 있다. 중국의 중서부 지방에 자라는 중국 히어리는 꽃이 좀 더 길게 늘어지고 가지가 바로 선다. 일본에는 도사물나무와 일행물나무가 있다. 도사물나무는 히어리와 매우 비슷하지만 꽃자루와 꽃차례에 털이 있다. 일행물나무는 꽃자루에 털은 없지만 꽃이 1~3개이고 키와 꽃과 잎이 히어리보다 훨씬 작다. 

히어리의 꽃말은 ‘봄의 노래’이며 영명(英名)은 ‘Korean winter hazel’, ‘한국 겨울 개암나무’인데 히어리의 잎이 개암나무와 많이 닮아서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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