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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vol. 2] ‘꽃, 생명의 시’ 고은주

2017.04.10(Mon) 15:36:36


[비즈한국] 식물은 생애 절정에서 꽃을 피운다. 그래서 꽃은 아름답다. 자연 창조물 중 신의 솜씨가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도 꽃이 아닌가 싶다. 꽃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낙화가 있기 때문이다. 가야 할 때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것처럼. 분분한 낙화는 튼실한 열매를 얻기 위한 축제다. 결실을 위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사르는 고통의 축제. 생애 절정에서 가장 빛나는 것을 스스로 버리는 희생의 축제.

 

고은주는 꽃을 그린다. 탐사하듯 치밀하게. 그는 꽃의 보이는 모습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외모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꽃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무엇일까.

 

Pray for a child_立身出世: 118x257cm, 비단 위 채색, 2017년.



작가는 꽃잎에서 ‘모성’을 보았다고 말한다.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숭고한 어머니의 마음을.  결실을 위한 낙화와 어머니의 희생은 같은 마음의 다른 모습이다. 자연을 닮은 모성 본능은 모든 생명체의 존재 필수 조건이다. 특히 꽃이 그렇다. 꽃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자태와 색깔, 향기는 오로지 수정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온 힘을 다해 새 생명을 잉태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생명의 씨가 온전히 자라도록 깊숙이 품는다. 꽃이 있던 자리에서 식물은 열매를 맺는다.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열매다. 꽃의 이러한 모습은 어머니의 마음과 꼭 닮아 있다.

 

고은주가 그리는 꽃은 자기희생이라는 숭고한 모습을 아름다움으로 번안해내는 작업이다. 눈앞에서 반짝이다가 스러지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어머니 마음 같은 속 깊은 아름다움이다. 그가 그린 꽃에는 현란함이나 강렬한 인상이 들어 있지 않다. 한참을 보고 있어야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푸근한 아름다움이다.

 

고은주가 추구하는 회화의 맛은 고전적 감동에 다가서려는 것이다. 감흥의 진폭이 넓고 깊게 울려 오래 지속되는 아름다움을. 어머니 마음 같이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아름다움. 끝없이 퍼내도 한없이 솟아나오는 어머니 사랑 같은 아름다움. 아름다움의 농익은 맛이다.

 

생명의 시론(사막장미 시리즈 5): 65x79cm, 견본채색, 2013년.


 

농익은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전통 방식의 채색 기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한지에다 색채의 감정을 제대로 실으려면 많은 공력이 필요하다. 특히 꽃 빛깔의 고운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끈기를 가지고 같은 색을 여러 겹 입혀야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색을 올린 고은주의 꽃은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즉 색채가 화면으로부터 번져 나오는듯한 맛이다.

 

꽃잎은 생명을 잉태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문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성장의 문이다. 식물은 낙화라는 통과의례로 이 문을 넘어선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의 청사진을 품은 열매를 맺는다. 꽃잎 너머의 새 세상인 것이다. 이를 열기 위해 꽃잎이 견디는 세월은 혹독하다. 인고의 시간이다. 꼭 어머니의 마음을 빼닮은 것이다. 고은주가 꽃을 정성스럽게 그리는 이유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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