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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법률가들의 천막농성 “삼성 폭주 막을 마지막 기회”

변호사·법학교수 등 304명 동참…‘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은 법리적 모순’ 주장

2017.02.03(Fri) 17:22:15

‘비즈한국’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항의하는 법률가들의 노숙농성장을 찾았다. 사진=우종국 기자


지난 1월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다음날인 20일 변호사·법학교수 등 법률가들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법률전문가들이 봤을 때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은 법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비즈한국’은 노숙농성 14일째를 맞은 법원 앞 천막을 찾아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2월 2일 오후 4시 30분 서울 교대역 인근 법조타운. ‘이재용 영장기각 규탄 법률가 농성단(농성단)’의 천막은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이를 잇는 인도에 있어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법원과 검찰청을 찾은 사람들은 한겨울 추위에 몸을 사린 채 무심히 천막 옆을 지나쳐 갔다. 난방을 위한 소형발전기의 소음이 적막을 깨는 가운데, 천막 앞의 벗어 놓은 예닐곱 켤레의 신발들이 사람들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마침 권영국 변호사,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조승현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가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권영국 변호사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법률팀장, 이호중 교수는 민주주의법학연구회장을 맡고 있다. 조승현 교수는 삼성지배구조분석 전문가로 알려져 있고 ‘나는 꼼수다’ 등 진보매체 단골 방송 출연자다. 다음은 권영국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인터뷰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법률팀장을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와 진행됐다. 사진=우종국 기자


―농성을 하게 된 계기는.

“1월 19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규탄하기 위해 시작됐다. 기각 다음날인 20일 오후 2시 여기서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이 모여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 후 나를 비롯한 몇몇 변호사들이 ‘여기서 그치지 말고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법의 차별적 적용과 그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실천적인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하자는 뜻에서 노숙농성을 결정하고 제안문을 돌리게 됐다.”

 

―참여자는 얼마나 되나.

“어제(2월 1일)까지 299명이 농성단 참여 의사를 표시했다. 변호사 177명, 법학교수 41명, 법학연구자 11명이다. 오늘 5명이 추가됐다.”

 

―그들이 모두 다 노숙농성에 참여하나.

“시간이 되는 사람은 철야농성에 참여하기도 하고, 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잠깐 앉았다 가기도 하고, 또 저녁에 천막 앞 촛불집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형편대로 한다.”

 

―가장 오래 농성에 참여한 사람은 누구인가.

“조승현 교수가 붙박이처럼 하고 있다. 거의 방장이다. 나도 계속 노숙을 하고 있다. 천막과 사무실이 가까운 김남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그 다음 많이 했을 것이다.”

 

1월 20일 농성 첫날 경찰에 의해 파손된 천막. 사진=이재용 영장기각 규탄 법률가 농성단


―첫날 천막이 모두 철거됐다. 어떤 상황이었나.

“첫날인 1월 20일 천막을 설치하려고 하는데 경찰들이 난입해서 부셨다. 법원과 경찰에 평화적 의사표현에 개입하지 말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몸싸움도 해 가면서 실랑이 끝에 설치하게 됐다.”

 

―천막생활이 불편하지 않나.

“당연히 다 불편하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생활공간은 아니니까. 춥지는 않다. 밥은 배달시켜 먹거나 근처 식당에서 사 먹으면 된다. 불편한 건 생리현상이다. 자기 전 미리 다 해결해 놓아야 한다.”

 

―설 연휴 때는 어떻게 했나.

“나와 조승연 교수는 설날 오후 복귀했다. 설 당일은 양력설을 지내는 김종서 배재대 교수가 자리를 지켰다.”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나.

“특별히 비용이 들 게 없다. 많지는 않지만 오며가며 후원이 들어온다. 새벽에 신문배달원이 자기가 돌리는 몇 종류 신문을 매일 넣어 주기도 하고, 설날에는 부침개를 가져다 준 사람도 있었다. 농성 초기에는 바닥 난방도 없었고 침낭도 없었는데, 누군가 무릎담요 50장을 주고 가서 그것 덮고 잤다.”

 

―생업에 지장은 없나.

“업무를 접어야 하니까 불이익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투명·공정·평등한 사회로 가느냐의 기로에 있다. 부모의 돈과 권력에 좌우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농성의 목적은 무엇인가.

“법 앞의 평등이다.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은 법이 재벌총수 앞에서 차별적으로 적용된 것이다. 법원의 잘못된 영장 기각 결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영장을 재청구하고 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목적이다.”

 

법률가 농성단은 구속 여부가 돈과 지위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 ‘법 앞의 평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우종국 기자


―기각 사유로 법률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당연히 법률적 다툼이 있다. 그러나 그건 재판의 영역이다. 그렇게 따지면 모든 피의자를 구속할 수 없다. 죄를 범한 것으로 볼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구속하는 것이다. 사건의 경위를 봤을 때 충분히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면 주거 확실, 도주 우려 없음, 증거인멸 가능성 없음이라는 불구속 수사 원칙에도 불구하고 구속이 가능하다. 생활환경,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들었는데, 생활환경은 구속 기각 사유가 아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것도, 가장이 구속되면 당연히 가정이 파탄날 수 있다. 그렇다고 구속을 안 하나. 규모의 차이일 뿐 원칙은 동일하다.”

 

―대통령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냈다는 논리도 있다.

“말도 안 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득이 7000억 원에서 3조 원 사이로 예상된다. 협박에 의해 마지못해 지원금을 냈다는데, 430억 원을 내고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천문학적이다. 이게 대가성이 없는 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모든 영역에서 이득을 줄 수 있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대가를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포괄적 직무 관련성이 존재한다.”

 

―구속영장 재청구와 영장 발부가 가능하다고 보나.

“법 해석에 있어 판사의 재량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다. 시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법치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평등한 법 적용이다. 삼성 합병과 관련해 문형표 전 장관이 구속되지 않았나. 동일한 사안인데 누구는 구속되고, 누구는 구속이 기각되나. 이게 말이 안 된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이 왜 중요한 기로인가.

“재벌에 대한 통제·규제가 불가능한 사회로 가고 있다. 어떠한 노동탄압을 저질러도 처벌하지 않고, 경영권 세습을 위한 배임·횡령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불법적 경영을 위해 사회 모든 영역에서 부패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2007년 삼성 비자금 사건, 떡값 사건이 있지 않았나. 정기적으로 떡값을 건넨 것은 법 위반을 무마하고 면책을 받기 위한 것이다. 우리사회를 돈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이런 잘못된 재벌의 역사를 바로잡을 중요한 기회다.”

 

농성은 14일째를 맞고 있다. 법률가 농성단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와 영장 발부가 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사진=우종국 기자


―언제까지 하겠다는 계획이 있나.

“처음엔 설 연휴 전인 25일까지만 하자고 제안했었다. 연휴가 닥치니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내부적 공감대가 있어 연휴 이후로 연장했다. 무기한으로 하겠다고 정한 건 아니고, 문제제기가 일정 부분 받아들여졌다는 시점에서 종료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계기에 접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인 오후 5시 30분부터는 촛불집회를 준비하기 위한 회의가 천막에서 열렸다. 천막 앞에서 매일 저녁 7시 100여 명 규모의 집회를 여는데, 이날 저녁에는 교대역에서 강남역 삼성그룹 사옥까지 행진이 계획돼 있었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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