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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건희·이재용 구속은 ‘미션 임파서블’?

1995년 이후 이건희 회장 네 번, 이재용 부회장 두 번 구속 위기 넘겨

2017.01.20(Fri) 17:33:49

아버지는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고 바랐지만, 그 아들은 정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사법부는 단 한 번도 삼성 이 씨 부자를 구속기소하지 못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비자금 사건 ‘원포인트 사면’을 받은 직후 2010년 2월 열린 호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MBC 뉴스 화면 캡처


박영수 특검팀이 지난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및 위증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일가를 위해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 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 2800만 원, 코레스포츠(전 비덱스포츠) 213억 원 등 총 430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라고 판단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하고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도 적용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이 18시간이 넘는 장고 끝에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을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특검의 승부수에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입장에는 한시름 놓게 됐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이 부회장도 구속하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10대 그룹의 총수들이 한 번쯤 철창신세를 진 것과 대조적으로 삼성 이건희·이재용 부자는 구속된 적이 없다.

 

이번 이 부회장의 상황처럼 이건희 회장도 몇 번의 위기는 있었다. 이 회장의 첫 번째 위기는 지난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100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첫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기소됐고, 이듬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마저도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개천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이 회장의 이름을 올려 사면됐다.

 

이후 2002년 대검 중수부가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벌였을 때도 조양호 회장, 김승연 회장 등은 기소됐지만, 가장 많은 액수인 370억 원을 건넨 이건희 회장은 소환조사도 받지 않았다. 대신 “내가 다 알아서 했지, 이 회장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 ‘2인자’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 부회장이 모든 책임을 안고 불구속 기소됐다.

 

2005년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삼성이 현직 검사들에 정기적으로 떡값을 줬다”고 폭로하며 불거진 ‘안기부 삼성 X파일 사건’ 때도 이건희 회장의 구속 수사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 회장은 미국에 체류 중이라는 이유로 서면조사만 이뤄졌고, 결과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특히 2008년 삼성특검 당시에는 이건희 회장이 벼랑 끝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이 회장의 지시로 비자금을 조성, 임직원 명의의 차명주식 형태로 숨겼다”고 폭로한 것. 이에 따라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삼성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준웅 특별검사 중심으로 특검 수사가 진행됐다.

 

당시 특검팀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을 각각 두 차례와 한 차례 소환조사했다. 그럼에도 구속기소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당시 특검은 4조 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찾아내고도 횡령이 아닌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했고,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을 통한 편법 승계는 배임 혐의로 판단했다.

 

결국 삼성 특검이 불구속 기소한 이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4개월 만인 2009년 12월 31일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사상 초유의 ‘원포인트 사면(1인 사면)’을 받았다. 당시 이 부회장의 경우는 기소도 하지 못하고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삼성 특검 사태에 정통한 ‘특수통’ 검사 출신 인사는 “이번 특검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조연이지만, 당시 삼성 특검에서는 이건희·이재용 부자가 주연이었다. 타깃이 그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구속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부랴부랴 덮어주기 바빴다. 차명재산, 편법 승계를 오히려 인정해주지 않았느냐”며 “솔직히 처음부터 사법절차로 해결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법원의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서도 그는 “조의연 판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많은데, 월급쟁이 판사에게 혁명가가 되길 바랄 수 있겠느냐. 얼마나 고생해서 그 위치까지 갔는데 불안했을 거다. 밤새 얼마나 고민을 했을지 보인다. 그만큼 삼성이라는 재벌은 쉽지 않다”면서도 “상류층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더욱 엄정한 법집행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민들이 법이 공평하다고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특검팀도 이미 예상하지 않았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 내부에서도 발부 안 될 거라 예상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특검에서는 구속영장을 청구 안 할 수 없으니 했고, 법원에서는 발부할 수 없어 기각했고, 한번씩 치고 받은 것 아니었을까”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증거인멸 도주우려가 없으니 기각사유는 충분했다. 여론은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분노가 크지만, 법리적으로는 세세하게 다퉈야할 문제가 많다”며 “그럼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특검에 상징성을 갖는다. 따라서 특검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는데, 발부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까. 특검은 아직 재청구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자료 및 법리 검토를 지속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19일 언론 브리핑에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특검과 피의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에 있어 견해 차이 때문으로 판단된다. 매우 유감이다”라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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