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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명절 음식이 설레지 않는 이유

놀라움을 선사했던 차례상…성인이 된 지금은 애물단지

2017.02.01(Wed) 11:15:25

유년 시절의 추억이 담긴 ‘​명절 음식’​은 이제 ‘​설날 남은 음식’​이 되었다. 사진=Pixabay(CC0)


설 연휴 전후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많이 찾을까? ‘​설날’​이 포함된 검색어에는 인사말, 교통정보, TV 프로그램, 연령별 세뱃돈 등이 있다. 이 외에 눈에 띄는 검색어로는 ‘설날 남은 음식’을 꼽을 수 있다.

 

설날 직전까지는 주로 ‘명절 음식’이 검색되고, 당일 아침에는 ‘차례상 차리는 법’이 인기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으레 ‘설날 남은 음식’이라는 검색어가 등장한다. 명절 음식이 남은 음식이 되어 처리 대상이 되기까지는 채 1주일이 걸리지 않는다. 

 

음식이 귀하던 시절에는 좋은 재료를 모아 정성껏 차린 명절 음식이 반가운 존재였다. 나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 가족은 친척들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었다. 보통의 제사에는 대부분 참석하지 못했다. 1년에 두 번 명절 때만 차례상을 만날 수 있었다. 

 

친척들과 부대낄 기회가 적었던 내게 차례상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많은 사람들과 음식이 그득한 밥상이 온 집안 방마다 펼쳐졌다. 온갖 나물에 고소한 참기름을 듬뿍 넣고 다시마튀각도 바사삭 부셔넣어 쓱쓱 비빈 고추장 없는 비빔밥 브런치의 맛은 아름다운 유년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안동에 여행을 갔다가 신기한 메뉴를 발견했다. 바로 ‘헛제삿밥’ 이었다. 제사 음식을 그리워하던 유생들이 제사 없이 제사 음식을 차려 먹으며 ‘헛제삿밥’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주로 경상도 안동, 진주, 대구 등지에서 헛제삿밥 식당을 찾아볼 수 있다. 헛제삿밥은 관광객을 위한 지역 특산 메뉴로 종종 언급되기도 한다. 

 

1년에 두 번 명절 때마다 차례상 차리는 법에 대해 검색한다. 하지만 같은 음식인 ‘헛제사밥’의 검색어 순위가 특별히 두드러지는 시기는 없다. 성인이 되고 차례 지내기가 실전이 되고 나니, 나도 더 이상 명절 음식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장을 왕창 보고, 전을 ​열심히 ​부치며, 명절 아침 차례상 이미지를 검색하고, 연휴 내 하루 한끼 이상 명절 음식을 먹게 되면서 우리 집에도 ‘설날 남은 음식’ 검색어가 슬그머니 발을 들인다. 분명 같은 음식인데 ‘명절 음식’보다는 ‘내 손이 가지 않은 명절 음식’​ 혹은 ‘헛제삿밥’이 훨씬 맛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참 희한한 일이다.​ 

 

※필자 이제이는 현직 포털사이트에서 좌표 있는 글을 즐겨 읽고 쓰는 기획자이다. 사람들이 어디를 어떻게 검색하는지 살펴보고, 좀더 의미있는 콘텐츠를 접할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건축과 도시를 공부했다.

이제이 포털사이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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