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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지금] 이재용 영장, ‘양날의 검’

CJ 수사 확대 잰걸음 속 삼성 뇌물죄 적용 방침 확정…결과 따라 전체 흐름 큰 영향

2017.01.16(Mon) 09:50:05

지난 2014년 11월 27일 오후 삼청동 안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요구를 하나 받는다. “CJ의 좌편향적 방향을 바꾸라”는 것. 박 대통령은 손 회장과 인사를 주고받은 뒤 “CJ가 좌파 성향이 있다. CJ가 영화를 잘 만드는 것 같은데, 방향을 바꾼다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요구했다. 이에 손 회장은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한 뒤, “앞으로는 방향을 바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 12월 6일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대통령과 손경식 회장 사이에 이런 대화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보고 수사 중이다. 특검팀 측은 손 회장의 검찰 조사 진술 등을 근거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인데 이날 대화에서 CJ가 생산하는 미디어의 정치 편향성에 대한 대화가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CJ는 손 회장과 박 대통령 독대 이후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애국주의가 짙게 묻어있는 영화를 제작한다.

 

CJ와 박 대통령 측은 그 후 이재현 회장의 사면 요청 때도 긴밀(?)하게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2015년 12월 27일 업무수첩에는 ‘이재현 회장을 도울 길이 생길 수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적혀 있었다. 당시 이 회장은 실형을 선고받고 건강문제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였다. 

 

특검은 손경식 회장이 박 대통령 독대 자리에서 최소 다섯 차례 사면 청탁을 한 사실을 파악했는데, 특검은 손 회장의 박 대통령 독대 및 사면 청탁 요청 진행 상황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보고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대기업들의 뇌물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총수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핵심 측근’들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정유라 지원개입을 특검팀에 확인해 준 것도 측근 박상진 사장 때문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를 입증하는데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의 휴대전화가 중요 증거로 작용했다. 검찰이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박 사장의 휴대전화에서 이 부회장이 정유라 금전적 지원에 관여한 문자메시지 등 핵심 증거들이 다수 들어 있었다. 특검은 이를 들고 이재용 부회장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박영수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초 “주말 사이 결정하겠다”는 게 특검팀의 입장이었지만, 일요일(15일) 갑자기 “결정이 더 미뤄질 수 있다”며 입장으로 바뀌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 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여전히 고심 중인데, 박근혜 대통령 뇌물 혐의 입증의 분수령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이 기각될 경우 후폭풍도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미 특검팀은 박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일단 삼성그룹이 최순실 씨 측에 지원한 80억(승마 비용 관련)~400억 원대(미르재단 지원 관련 포함) 자금은,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 합병 찬성을 도와주는 대가로 최 씨 측에 삼성이 지원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때문에 포괄적 뇌물 혐의가 적용 가능하다는 것. 다만 제3자 뇌물 혐의가 아닌, 직접 뇌물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논리가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 청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발부된다면 박 대통령 수사는 동력을 얻게 되지만, 자칫 정교하지 못한 논리로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 당한다면 나머지 대기업 수사도 엄청난 차질을 빚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삼성의 오너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하지 않을 경우 국민적으로 ‘삼성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영장 흐름에 밝은 한 법원 관계자는 “영장은 ‘도주의 우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 나오는 것인데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사실 그 기준으로는 애매하지 않느냐”며 “그렇다면 실형을 받을 만큼 중한 범죄를 저질렀어야만 영장 청구 시 발부가 가능한데, 이 부회장은 구체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실무진의 결정이라고 책임을 넘길 것이고 기껏 해봐야 청문회 위증 정도만 영장실질 심사에서 입증이 가능할 텐데 재판부 입장에서 영장을 내주기 참 애매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대검찰청 관계자은 “박 대통령으로 넘어가야 하는 수사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이재용 부회장 측 진술 태도는 물론 다른 대기업 오너들도 더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삼성을 시작으로 줄줄이 엮어 가려던 대기업 뇌물죄 적용 수사가 큰 고비를 맞이했다”고 풀이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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