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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IT 리뷰#2] ‘지뢰’ 밟은 스마트폰·스타트업…다음 세대에 대한 경고

스마트폰 사업 정체기에 대한 대비와 스타트업 규제에 대한 논의 필요

2016.12.26(Mon) 17:08:54

IT는 우리나라의 자존심 같은 산업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IT강국’이라는 말 자체도 부쩍 흐릿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강점을 보이는 것이 반도체 기술을 앞세운 스마트폰과 빠른 통신, 그리고 그 위에서 돌아가는 각종 서비스들이다.

 

하지만 2016년을 돌아보면 스마트폰과 스타트업, 이 두 중심축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뜨거운 관심사지만 시장은 좀처럼 커지지 않는다. 스마트폰 배터리 폭발은 한 기업의 위기를 넘어 산업 전체에 불안을 남겼고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다. 좀체 풀리지 않는 규제는 올해도 몇 개의 스타트업에 시련을 주었다. 이 위기들을 잠시 겪고 지나가는 사건으로 볼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 사건들은 공교롭게도 변화하는 IT 세상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 성장 멈춘 스마트폰 시장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은 큰 인기와 호평에도 배터리 폭발 사고로 단종됐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스마트폰 시장의 위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예고되어 왔다. 스마트폰의 보급 속도는 폭발적이었고, 그 안에서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기술 발전도 빨랐다. 몇 달 사이로 신제품이 쏟아져 나왔고 시장은 빠르게 성숙 단계로 접어들었다.

 

성숙이라는 말은 좋은 포장이고, 사실은 정체 단계로 넘어간다는 표현이 맞다. 교체 수요가 중심으로 자리 잡고, 그 교체 주기가 길어지는 단계가 다가왔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그 자체로 수익을 내는 회사는 애플과 삼성전자 정도뿐이고 다른 기업들은 만들수록 적자 형태의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강국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삼성전자가 독주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애플과 LG전자가 나머지 시장을 차지하는 단조로운 상황이 됐다. 그리 좋은 시장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2016년 들어 두 개의 스마트폰이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 그리고 LG전자의 ‘G5’다. G5는 아래 모듈 부분을 교체해 새로운 하드웨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설계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정작 판매 성적은 썩 좋지 않았고,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자체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갤럭시S7은 지난 세대와 디자인이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초반 관심은 떨어졌지만 완성도가 높았고, 삼성전자에 대한 브랜드 신뢰가 이어지면서 삼성은 오랜만에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하반기 기대작이었던 ‘갤럭시 노트7’이 호평에도 배터리 문제 때문에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갤럭시 노트7은 2016년 가장 잘 만든 안드로이드 기기로 꼽히곤 했다. 기기적으로 완성도가 높았고, 펜은 이제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완전한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이유 없이 배터리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리튬 계열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건은 거의 모든 제품이 겪는 일이다. 다만 갤럭시 노트7은 그 빈도가 높았고, 침실이나 비행기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길을 만들어냈다.

 

LG전자는 ‘G5’로 모듈형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아직 시장이 이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LG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제품을 회수하며 발 빠르게 대처했지만 교체품 역시 같은 문제가 번지기 시작했다. 결국 갤럭시 노트7은 단종 수순을 밟았다. 문제는 단순히 신제품이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곧 브랜드 신뢰도로 연결된다. 스마트폰이 삼성전자의 매출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기업의 위기라는 인식으로 번졌고, 공교롭게도 현대자동차의 엔진 리콜과 맞물려 삼성과 현대차, 두 대기업의 실수 하나가 나라 경제에 영향을 끼친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삼성전자의 배터리 폭발, LG전자의 G5 실패는 각각 스마트폰 기술의 한계, 그리고 시장의 고착화로 해석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을 기대하지 않는다. 모듈형 디자인은 재미있고 신선했지만 지갑은 갤럭시나 아이폰에 여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더 이상 느린 기기는 찾아보기 어렵고, 새로 뭔가를 배우는 것에 지치면서 쓰던 브랜드를 고집하는 경우도 많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에 빗대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결국 스마트폰 시장이 익숙한 것에 자리 잡는 ‘경험의 성숙단계’까지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중요한 산업이다. 벌써부터 신제품에 대한 소문과 기대들이 싹을 틔우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010년을 기점으로 시작한 스마트폰 호황기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그에 맞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한 시기다.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단순한 사고나 늘 언급되는 위기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장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 풀리지 않는 스타트업 규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은 ‘창조경제’라는 정책과 함께 떠오르긴 했지만 사실 창조경제와 스타트업의 결합은 시기적 우연히 맞아 떨어졌을 뿐이고 스타트업이라는 형식의 창업은 이미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거대 자본 위주의 사업은 기존 대기업들이 꽉 잡고 있는 상황에서 창업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창업은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중국, 유럽 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구글과 애플도 스타트업으로 시작했고, 테슬라를 만든 일론 머스크 CEO(최고영영자) 역시 금융 스타트업인 페이팔을 성공시킨 뒤 그 힘으로 다른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헤이딜러’는 중고차 거래의 방식을 바꿨다. 하지만 이내 규제에 막혀 사업을 멈췄다. 현재는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 사진=헤이딜러 홈페이지 캡처


특히나 대기업 중심의 비즈니스가 사회 전체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국내 경제 환경에서 스타트업은 훌륭한 대안으로 꼽혔다. 대기업 위주의 취업 시장은 갈수록 좁아지고, 일반적인 창업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창업을 통한 경제 순환과 일자리 창출에 스타트업은 최선의 대안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이 주로 서비스를 이어주는 O2O(offline to online) 위주로 성장하면서 기존 산업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규제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초에는 중고차 거래를 연결해주는 ‘헤이딜러’가 불법의 딱지를 안고 사업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차량 경매 시스템이 인기를 얻자 관련 업계가 법을 고쳐서 온라인 사업자도 오프라인 유통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규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기존 규제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없던 법까지 만들어가면서 기존 시장을 지키려는 움직임은 스타트업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심야에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는 ‘콜버스’ 역시 불법 논란에 시달려 왔다. 기존 버스나 택시 외의 사업은 대체로 운수사업법에 걸리게 마련이고, 이 문제를 해석하는 동안 정식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가 없었다. 콜버스는 사업에 대한 고민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 받는 데에만 1년이 걸렸다. 이뿐 아니다. 스타트업의 꽃으로 불리는 금융 관련 기술, 즉 핀테크(Fintech) 업계는 기존 금융관리법에 부딪치는 일이 태반이었다. 

 

심야에 운행하는 ‘콜버스’는 탑승자의 목적지에 따라 노선이 바뀌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창업했지만 운수사업법 때문에 시작이 1년이나 늦어졌다. 사진=콜버스 홈페이지 캡처


결국 규제 때문에 사업을 접거나, 변경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한 해다. 다행히도 헤이딜러와 콜버스는 규제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면서 개선이 이뤄지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규제들이 기존 산업 위주로 짜여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창업을 장려하면서 동시에 창업을 방해하는 묘한 사회적 분위기가 공존하는 게 현재의 그림이다.

 

물론 적절한 법과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게 소비자와 시장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기존 사업자들의 밥그릇 싸움의 빌미가 되는지는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2016년부터 그 고민이 사회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기업들이 모여 규제를 풀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도 했다. 창업하려면 사업보다 법을 더 잘 알아야 하고, 해외의 경쟁자들보다 국내 법과 잘 싸워야 한다는 오명이 내년에는 벗겨지길 바라본다.​ 

최호섭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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