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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열정’이야

혼다 미니스포츠카 히트시킨 공고 출신 21세 개발자의 성공 스토리

2016.12.26(Mon) 15:44:00

“가격, 성능, 디자인을 모두 잡았다.” 

지난해 일본의 혼다자동차가 발표한 미니 스포츠카 S660은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하나는 출시되자마자 대박을 터트렸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자동차를 개발한 책임자가 지방 공업고등학교 출신인 20대 청년이라는 점이다.

 

미니 스포츠카로 대박을 터트린 혼다 S660. 당시 사내 공모전에서 이 아이디어를 낸 개발자는 21세의 지방 공고 출신 모델러였다. 사진=혼다 홈페이지


화제의 주인공은 무쿠모토 료(椋本陵·27)다. 그는 2010년 혼다기술연구소가 50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신상품 제안 공모전’에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나이 21세, 입사한 지 불과 3년차인 사원이었다. 하지만 800여 개의 응모안 중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 이듬해 신차 개발프로젝트 책임자로 취임하게 된다. 혼다 역사상 최연소 차량개발 책임자였으며, 그야말로 파격적인 인사였다.

 

21세 고졸 직원의 제안서에는 과연 어떤 특별한 점이 있었을까. 이와 관련, 일본 경제지 ‘프레지던트’는 무쿠모토가 경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제안서의 비밀을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원래 무쿠모토는 디자이너들이 제시한 도안을 모형으로 제작하는 ‘모델러 부서’ 소속이었다. 대개 공모전 경쟁에서는 디자이너가 좀 더 유리한 편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데다 아이디어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반면 모델러들은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데 서투르다. 이런 이유로 “무쿠모토가 우승을 차지했을 땐 모델러 부서 전 직원들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고 한다.

 

무쿠모토에겐 비장의 무기가 필요했다. 차별화를 두기 위해 선택한 것은 “기술을 잡다하게 나열하지 않고, 핵심을 찌르는 말을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공모전 최종 결선에 진출한 팀은 3개. 공교롭게도 세 팀 모두 스포츠카를 내세웠다.

 

다만 다른 두 명의 제안서에는 기술적인 면이 부각됐지만, 무쿠모토가 강조한 것은 ‘갖고 싶다, 타고 싶다, 재미있다’라는 메시지였다. 저렴한 가격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카의 매력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제안서에 담았다.

 

S660 개발자 무쿠모토 료. 그는 사이즈가 작아 유지비가 싸고, 친근한 스포츠카, 운전하는 재미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었다. 사진=혼다 홈페이지


사실 공모전 준비 초창기 때만 해도 그 역시 남들처럼 기술에 치우친 자료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연배 지긋한 선배가 “뭐야, 재미없잖아”라고 한 말이 가슴을 쳤다. “어느 부분이 그렇죠?”라고 묻자 “젊은 패기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시 원점에 서서 자신이 왜 ‘경차 규격의 스포츠카를 만들고 싶은가’를 떠올렸다.

 

이전까지 혼다에는 S2000이라는 스포츠카가 있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 일반인은 선뜻 구매하기 어려웠다. 사이즈가 작아 유지비가 싸고, 친근한 스포츠카. 여기에 굳이 서킷을 달리지 않아도, 운전하는 재미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었다. 오토바이 세계에서 꼽자면 소형 엔진을 장착한 ‘슈퍼커브(일명 배달용 오토바이)’나 ‘몽키’ 같은 제품들이다. 무쿠모토는 ‘좀 더 현실적인 가격의 스포츠카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제게 있어 혼다는 가슴을 뛰게 하는,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무쿠모토는 혼다에 입사한 계기인 두근거림을 표현한 사진 한 장을 제안서에 덧붙였다. 그리고 ‘가슴이 쿵쾅거리는 혼다 스포츠카’라는 문장을 삽입했다. 이것이 제안서의 첫 번째 포인트였다.

 

두 번째 포인트는 기술보다 젊음, 열정을 어필했다는 점이다. 보통은 제안서 ‘특징·어필’란에 최신 기술 같은 테크놀로지를 강조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무쿠모토는 일부러 자신이 꿈꾸는 스포츠카를 그려 첨부했다. 젊은 층도 구입 가능한 저렴한 유지비와 다이내믹한 주행속도를 느낄 수 있는 자동차가 콘셉트였다. 물론 평소 스케치 연습도 부지런히 해뒀다.

 

제안서만큼이나 혼다의 결정은 파격적이었다.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혼다기술연구소는 무쿠모토 료를 우승자로 선정한 뒤,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일을 벌인 장본인이니까 책임지고 마치라”는 것이었다. 이례적으로 22세인 무쿠모토에게 개발 프로젝트 총괄을 일임했으며, 20~30대 젊은 사원 20여 명으로 구성된 팀이 꾸려졌다.

 

2010년 공모전 당선 이후 4년이 흘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한때 프로젝트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결국 2015년 S660이 시장에 선보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사진=혼다 홈페이지


이후 무쿠모토는 수십 대의 자동차를 타고, 어떤 자동차를 탔을 때 즐거운지를 모색했다. 콘셉트를 팀원들과 공유할 경우 표현방법에도 신경을 썼다. 가령 코너를 도는 게 즐거운 차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는 다음과 같이 세세히 전달했다. “빠르고 민첩하게 쓱 코너를 돌아도, 노면에 찰싹 붙어 돌아가는 듯 안정감이 느껴져야 한다. 또 브레이크를 밟을 땐 강렬한 느낌이 들게끔….”

가급적 숫자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수치 데이터를 참고하는 운전자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숫자보다는 ‘쓱’ ‘찰싹’ ‘강렬한 느낌’ 쪽이 자동차부품회사나 타이어회사 쪽에서도 이해하기 쉬울 듯했다.

 

4년의 시간이 흘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한때 프로젝트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결국 무쿠모토는 2015년 경차에 스포츠카를 적용시킨 S660을 시장에 선보인다. 결과는 대성공. 발매되자마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며, 없어서 못 파는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10월 중순, 야마나시현에서 S660 오너들의 모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무쿠모토는 한걸음에 달려갔다. “자식 같은 스포츠카 100대가 나란히 주차된 모습을 보자 감회가 남달랐다”고 한다.

 

혼다는 20~30대 젊은 사원 20여 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을 만들고, 22세인 무쿠모토에게 개발 프로젝트 총괄을 맡겼다. 사진=혼다 홈페이지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저들로부터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줘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자동차는 단지 찍어내는 게 아니다. 타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이 기뻐해줘야 비로소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역시 진심을 담아 최고의 물건을 만드는 ‘모노즈쿠리(장인정신)’은 나를 벅차게 한다.”

 

이에 대해 ‘프레지던트’는 “공모전 자료를 만들 때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 즐겁게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그 즐거움이 사용자들에게 확실히 전달된다. 이것이 바로 히트를 탄생시킨 21세 제안서의 비밀”이라고 전했다.

 

※혼다 S660 - 일본 경차 규격을 충족하는 3기통 660㏄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 64마력, 최대 10.6㎏·m를 낸다. 변속기는 6단 수동, 무단변속기(CVT)를 조합한다.

강윤화 외신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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