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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실패’ 흐지부지 롯데 수사가 검찰에게 남긴 것

“4개월 만에 전반적 비리 수사” 자평에도 “말만 앞섰다” 비판

2016.10.19(Wed) 18:46:11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롯데 수사는 시작이 전부였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를 재판에 넘기고 4개월간 강도 높게 진행된 롯데그룹 경영 비리 의혹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검찰은 “4개월 만에 롯데라는 대기업의 전반적인 비리를 짚었다”고 자평했지만, 검찰이 책임자로 지목한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사실상 수사는 실패로 끝난 모양새다.

 

9월 29일 새벽, 횡령·배임 혐의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사진=박정훈 기자


의미 있는 기록도 남겼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 서미경 씨와 장녀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각각 탈세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등, 검찰은 롯데 총수일가 5명을 한꺼번에 법정에 세우는 기록을 남겼다. 통상 오너 일가 중 한 명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과는 달랐다.

 

검찰은 수사 초반 신영자 이사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하며 흐름을 탔다. 그리고 신동빈 회장을 ‘총책임자’로 몰아 야심차게 소환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검찰이 신동빈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1753억 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 신 회장은 또 신동주 전 부회장과 서미경 씨, 그의 딸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이 모두 508억 원의 급여를 부당 수령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858억 원의 탈세, 508억 원 횡령, 872억 원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등 검찰이 롯데 총수 일가에게 적용한 범죄 혐의 금액은 수천억 원 규모. 엄청난 금액이지만 모두 유죄로 나올지는 의문이다. 법원이 검찰이 청구한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치열한 법정 다툼 가능성을 예고했기 때문. 롯데 측은 “정당한 의사 결정이었으며, 신동빈 회장이 결정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재판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최대 화력을 집중했지만 검찰의 수사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롯데 수사에 중앙지검의 특수부 두 개와 방산비리전담부 등 부서 세 곳을 투입하고, 그룹 압수수색에만 수사관 200여 명을 동원하는 등 요란한 수사를 벌였지만 신동빈 회장을 구속하는 데 실패했다. 게다가 영장 재청구 방침을 밝히고는 그대로 불구속 기소할 정도로 수사력의 빈틈을 보였다.

 

의혹도 다 짚어보지 못했다. 롯데가 MB 정권 시절 핵심 의혹으로 주목받았던 ‘제2롯데월드 승인’ 논란은 수사도 못 한 채 덮어야 했고, 롯데건설을 통해 조성됐다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비자금 의혹’을 브리핑에서 대놓고 언급했던 300억 원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말만 앞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9월 8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방문조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수사팀이 신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수사 과정에서 핵심 피의자였던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면서 “걸리는 것은 다 처벌한다”는 ‘저인망식 수사, 먼지떨이식 수사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포스코, KT&G 수사와 마찬가지로 정권 입맛에 맞춘 기업 수사의 맥락이지 않느냐”며 “지난해 포스코를 1년 동안 끌면서 비판을 받아서 그런지, 4개월 만에 성급히 마무리를 하지만 내년에 재판 결과를 봐라, 아마 빈틈이 많이 지적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대검찰청 관계자 역시 “대기업을 향해 진행되는 수사는 통상 회계 기록과 오너 일가의 지시 여부에 대한 관계자 조사 등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영장 하나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도 하루가 넘는데, 짧은 기간에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는 너무 이상적인 얘기”라고 반발하면서도 “대기업 수사 방법에 대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올해를 관통했던 롯데 수사가 이렇게 마무리되면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라인은 우병우 수석, 이석수 전 감찰관을 조사하는 수사팀을 제외하면 사실상 잠정 휴업에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있을 검찰 인사 때까지 특수수사를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 다만 롯데 수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논란, 미르재단 관련 최순실 씨 의혹 등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어 일손이 남은 특수수사팀이 정치적 사안에 긴급 투입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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