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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자 보석신청 기각…중형예고편 혹은 경고메시지?

“보석으로 재판 결과 가늠” 법원 직접 중형 대상 언급 ‘눈길’

2016.10.08(Sat) 11:20:20

동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마자 “나도 풀어달라”며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낸 보석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다. 법원은 여러 이유를 들며 보석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신 이사장의 범죄 혐의가 중하다는 점을 강조한 게 다소 이례적으로 보인다. 영장 실질심사 때부터 앓는 소리를 했던 신 이사장에게 법원이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법조계 관계자들은 신 이사장의 이런 태도가 재판 결과에 불리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7월 1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신영자 이사장. 사진=고성준 기자


“롯데 일가에서 처음으로 구속됐고 유일하게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몸 상태도 좋지 않으니 보석을 허가해달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영장이 기각되자마자 불구속 재판을 신청(보석 허가 신청)하며 내놓은 주장이다. 7월 7일 구속됐으니 구속 시점이 석 달을 향해 가던 중이었다.

 

서로 별개의 사건임에도 신 이사장 측은 직접 동생의 구속영장 기각을 언급하며 형평성 문제를 들먹였다. 각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자존심 강한 법원을 자극하는 다소 위험한 전략이었는데 신 이사장 측은 “신동빈 회장의 영장도 범죄 중대성과 혐의 소명 정도 등을 고려해 기각됐다"고 강조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도 토로했다. 신 이사장 측 변호인은 “2008년부터 휴선종양 진단을 받아 협심증 치료를 받고 있다”며 “현재 허리와 심장 증상을 호소해 건강이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신 이사장이 반성하고 있는 점, 공소제기 금액 80억여 원 중 대부분을 공탁하고 변제한 점도 반영해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신 이사장의 보석을 허가해주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낸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신 이사장은 오너 일가의 횡령·배임 등의 기업 비리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신 이사장은 이미 사건관계자 등을 회유해 허위진술을 부탁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난 만큼 불구속 재판을 받을 경우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고 맞섰는데, 재판부는 “신 이사장의 범죄 혐의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에 해당하는 중죄”라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구체적인 양형 범위를 언급하며 ‘중죄’임을 꼬집은 것이다. 범죄 증거 인멸 우려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앞선 검찰 수사 당시 조직적인 증거 은폐 등의 혐의가 있었다”는 검찰 주장을 인용해 “인멸 염려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피의자가 법원에 보석을 신청하는 것은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대대적인 롯데그룹 수사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 피의자의 보석 신청은 재판부에 내는 검찰 의견과 조율이 절대적이다. 이때 검찰이 ‘별다른 의견 없음’이라고 재판부에 밝혀줘야 보석 가능성이 가장 높다. 사실상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하는 메시지이기 때문인데, 신영자 이사장의 경우 검찰 측의 동의를 얻지 못했는데도 보석 신청을 강행했다.

 

당연히 기각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 그럼에도 법원은 범죄 혐의가 중하다는 점을 직접 언급했다. 신 이사장의 혐의는 2007년 2월부터 지난 5월까지 네이처리퍼블릭을 비롯한 롯데면세점 입점 업체들로부터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약 35억 원의 뒷돈을 챙겼다는 것. 또 아들이 소유한 비앤에프통상의 임원으로 자신의 세 딸을 등기임원으로 기재하고 급여 명목으로 47억 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형사 재판 경험이 많은 한 고등부장판사는 “재판을 하다가 보면, 구속돼 넘어왔어도 실형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사건이라고 판단되면 ‘보석 신청은 안 하시냐’며 일부러 보석을 신청하라고 분위기를 흘려 받아주기도 한다”며 “실형을 선고하지 않을 사안인데 구속돼 있는 게 안타까울 경우 가끔 있는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석은 ‘건강’을 제외하면 결국 양형이 전부인데 기각한다는 것은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이사장의 사건 역시 ‘중형’ 선고 가능성을 미리 확인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신 이사장 사건의 경우 1차 공판만 이뤄진 상태에서 보석 신청이 이뤄졌기 때문에 재판부가 향후 재판을 고려해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설명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재판부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신 이사장 같은 경우 지속적으로 검찰, 법원의 통상적 절차에 반발을 한다는 느낌이 있었지 않았느냐”며 “재판 시작부터 보석 신청을 한다는 것이 어리석은 전략임을 알려주기 위해, 재판에 충실히 임하라는 메시지를 내포한 기각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신 이사장 측의 보석 신청이 너무 일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사 사건에 밝은 한 전관 변호사는 “통상 증인 조사 등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에서 보석 신청을 통해 재판부가 이번 사안에 실형을 주려는지, 집행유예를 주려는지 가늠해보는 차원에서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아직 언론이 두 눈을 뜨고 지켜보는데 그 잠깐을 못 참고 벌써 보석 신청 기회를 써먹은 것은 어리석은 시도”라고 지적했다.

 

신영자 이사장의 구속 유지가 결정되면서 재판은 예정대로 속도감 있게 진행될 예정이다. 법원은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 마무리 단계에 이뤄지는 피고인 신문을 12월 23일에 하겠다고 밝혔는데, 통상 피고인 신문과 결심을 거쳐 선고까지 두 달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년 1월 말, 늦어도 2월 초에는 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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