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신동빈 구속영장 기각 ‘나비효과’

검찰 당혹. 국방부 뒤늦게 사드부지 발표, 롯데는 위신 추락

2016.09.30(Fri) 20:38:05

“요새 법원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수사팀 내에서 나온 비판의 목소리다. 검찰은 영장 기각 이후 “상당히 유감”이라며 공식적으로 반발했는데, 수사팀 관계자는 “범죄 피해액이 17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사안이 중대한데도 신동빈 회장 변명만 받아줘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장전담 재판부 구조를 잘 아는 부장판사는 “우리는 입이 없어서 말을 못하는 줄 아느냐”며 “검찰이 증거나 진술 등 스스로 부족하거나 무리한 부분이 있었는지 뒤돌아볼 생각은 않고 모든 책임을 법원에 떠넘기는 비겁한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비공개가 원칙인 영장실질심사지만 법원의 판단 구조를 알면, 법원이 검찰의 범죄 혐의 주장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알 수 있다. 공식적으로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증거 인멸 가능성과 도주 우려인데, 여기에 비공식적인 것이 하나 더 있다. 실제 재판에 가서도 실형(집행유예 제외)이 나올 정도로 ‘죄를 지었는가’이다. 이 기준을 가지고 법원이 검찰의 롯데 수사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는지 추정해보자.

 

9월 29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


신동빈 회장은 검찰이 주장한 각종 범죄 사실을 놓고 혐의를 부인했다. 통상 범죄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범죄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데 신병이 자유로워질 경우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 혐의를 없애기 위해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 

 

하지만 신 회장이 검찰과 다툰 것은 통상의 사건과 다소 달랐다. 검찰은 롯데그룹 내 각종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 등의 혐의에 대해 신동빈 회장을 ‘대장’으로 판단해 책임을 물었는데, 신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결정권자”라며 책임을 아버지에게 떠넘겼기 때문. 일련의 범죄 행위가 발생한 것은 인정하되 책임 여부를 다툰 것인데, 법원이 이런 점을 감안해 추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롯데라는 거대 기업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갑자기 도주할 가능성도 낮다. 이미 출국금지 조치가 되어 있는 점도 신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법원의 기본적인 두 가지 영장 발부 요소(증거인멸, 도주)를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이 검찰이 가지고 온 증거들만으로는 신동빈 회장을 최종 책임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법원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부장판사는 “영장 기각이라는 것은 설사 신 회장 책임이라고 하더라도 실형을 선고할 만큼 검찰이 주장한 범죄 혐의가 중하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렇게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1심 재판부도 집행유예로 구속하지 않는 결과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는데,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최근 법원이 국민적 관심이 높은 기업인들의 범죄는 영장을 가급적 내주는 편인데도 기각한 것을 보면 검찰 수사에 허점이 있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영장 기각은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신동빈 회장의 영장 발부를 기다렸던 ‘국방부’로 말이다. 당초 국방부는 롯데 성주골프장 사드 제3부지 선정 발표를 늦어도 이번주 초 하려고 했으나, 30일로 미뤘다. 최종 판단과 내부 보고 등의 일정이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여러 요인 중에는 검찰이 청구한 신동빈 회장의 구속 여부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불구속은 됐지만 검찰 수사로 롯데의 위신이 바닥에 떨어졌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우리에게는 주 대화상대가 아니다”라며 “지역 주민이 승낙하면 그 뒤 ‘통보의 대상’이 롯데”라고 발언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검찰의 자신감 있는 수사 진행에 국방부는 ‘호재’를 예상했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국방부의 계획도 다소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가장 당황한 것은 롯데 수사팀이다. 롯데 수사팀은 “국감 이후 롯데 수사를 끝낼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검찰 내외부에서는 신동빈 회장 영장 재청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관계가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인데, 검찰의 한 관계자는 “롯데 수사는 지난 3월 말 내사부터 시작해 올 한 해를 관통한 수사”라며 “지금 상황에서 엄청난 진술 확보나 비자금 입증 증거 확보가 있지 않는 한 다시 영장을 청구해봐야 참담한 결과(영장 기각)만 돌아올 가능성이 높지 않냐”고 분석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