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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입사 후 20kg 불어난 기자의 ‘저탄고지’ 체험기

1주차 워밍업…먹을 게 없다, 살이 왜 빠지는지 알 것 같다

2016.10.19(Wed) 10:22:38

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 일명 ‘저탄고지’.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다이어트 비법이란 매년 보이는 신기루 같다. 매해 첫날 다이어트를 꿈꾸지만, 현실은 명절 남은 음식을 맛있게 해치우고 있다. 그 후 시도하는 다이어트는 모두 극단을 향해 있다. 원푸드다이어트, 초절식 다이어트 등 극단적으로 몸을 혹사시킨다. 대개 푸성귀에 현미밥을 권하며 운동을 강요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탄고지는 다이어트계의 혁명이다. 살을 빼고자하는 사람이 채식주의자일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들은 열이면 열, ‘우리는 지방을 좋아한다’, ‘고기는 우리의 가장 훌륭한 친구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이 다이어트는 지방을 권한다. 극단적으로(또 극단적이긴 하다) 지방만 먹으라고 한다.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는 느낌이다. 

 

저탄고지, 영어로는 Low Carb High Fat(LCHF). 자세히 들여다보면(들여다보기 위해 저탄고지계의 바이블 ‘지방의 누명’을 2회 시청했다) 대강 이렇다. 전체 식사량에서 70~75%를 지방으로 섭취하고 탄수화물은 5~10%로 대폭 줄인다. 탄수화물은 약 20g도 섭취하지 않아야 진정한 저탄고지의 길. 탄수화물의 섭취를 제한하면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쓰던 인체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게 된다는 이야기다. ‘바이블’에 따르면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먹었던 지방은 그대로 배출되니 몸에 저절로 지방만 빠져나가는 시스템을 구축시켜주는 것이다. 

 

놀랍다. 이게 가능한가. 사람들이 받은 충격만큼 열풍도 커져갔다. 한 대형마트는 지난 한 달 삼겹살 매출이 1년 전보다 8%, 버터 매출이 41% 상승했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버터, 치즈 품절된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저탄고지에 관한 기사가 연일 쏟아진다. 대부분 저탄고지를 비판하기도 하고, 일부 맞는 부분도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도 저탄고지에 뛰어들었다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대단한 관심이다. 의심은 간다. 그렇다고 나흘 동안 맥주를 들이키면서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며 저탄고지하는 사람들을 비웃고 싶지는 않았다. 

 


직접 뛰어들기로 했다. 대신 철저히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보통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주변 반응은 비슷하다. ‘다이어트는 무슨 다이어트야. 대충 살아.’ 아마 이런 반응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달랐다. 입사하고 무려 20kg 이상이 쪄버렸기 때문이다. ‘쟤가 입사할 땐 안그랬는데…’라고 혀를 차며 안타까워하던 동료들은 저탄고지해보겠다는 말에 ‘그래 저탄고지(가 아니라 고탄저지라도 살만 뺀다면) 꼭 해봐’라며 응원을 해줬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계획으로 4주를 잡았다. 4주를 과연 할 수 있을까, 먼저 1주를 해보기로 했다. 1주일간 저탄고지 다이어트에 대해 알아보고 철저히 시행해보면서 4주를 할 수 있을지 점검해봤다. 1주가 지났다. 유혹은 많았지만 ‘4주는 채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 매주 본격적인 저탄고지 다이어트 체험기를 쓸 예정이다.

 

지금까지 저탄고지를 해오면서 무엇 때문에 살이 빠지는지는 알 것 같다. 정말 먹을 게 없다. 정말로 없다. 혹독하게 시행하려면 양념된 나물까지 먹을 수 없다. 결국 삼겹살집이나 고기국물 탕, 그것도 아니면 도시락 외에는 도리가 없다. 또한 지방을 먹다보면 확실히 많이 못 먹게 된다. 먹을 것도 없고, 먹는 양도 줄어드니 섭취 칼로리 자체가 줄어든 효과도 분명 있을 것 같다.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겼다. 새콤한 쫄면이다. 빨갛게 비벼진 쫄면을 입 안 가득 밀어 넣는 ‘맛있는 녀석들’을 보다 심성이 곱기로 소문난 나도 모르게 쌍욕이 나왔다. 그들이 잘 못 한 게 없는데 저절로 그렇게 되어버렸다. 맥주도 마시고 싶다. 향이 강한 IPA를 시원하게 마시고 ‘키야~’ 소리도 내보고 싶다. 라면도 먹고 싶다. 야밤에 후루룩, 후루룩 입안으로 빨아들이는 면발의 탄력을 내 입이 알고, 내 뇌가 기억하고 있는데 ‘먹어봤자 알고 있는 그 맛이야’라며 나를 달랜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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