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악취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면서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악취검사’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현행법상 악취검사는 주민 민원이 제기될 때 시행하는데, 주민들은 검사 이후에도 달라지는 게 없다고 호소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악취검사가 폐기물시설에 사전 통보 후 시행되고 있었던 것.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송파구자원순환공원은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시설과 재활용선별처리장 등이 위치해 ‘악취’가 난다는 주민 민원이 수년째 이어져온 곳이다. 이에 송파구가 특별점검 차원에서 정기적인 악취검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검사가 시설에 사전 통보 후 시행된 정황을 포착했다.
#장지동 주민들 악취 호소 10년째…50억 원 공사 했는데 효과는?
송파구 장지동 일대는 음식물처리시설 악취로 인해 10여 년간 주민 민원이 집중됐다. 이에 지난 2022년 12월부터 서울시와 송파구, 운영업체 리클린 등은 50억 원을 투입해 악취개선 공사에 나섰다. 그러나 시운전 중인 지금도 여전히 악취가 난다는 주민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다른 폐기물처리시설보다 주민 민원이 유독 많은데도 ‘악취검사’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그동안 송파구에서 진행한 악취검사 중 기준치를 초과한 적은 단 한 번뿐이다. 이러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선 악취검사 전 검사 사실을 사전에 공유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송파구 맑은환경과 관계자는 “기준치보다 높게 나온 적은 2021년도에 딱 한 번 있었다. 당시 행정명령을 내렸고, 운영 업체에서 개선이행 보고를 해 처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측정 전 방문일자 통보 “문 단속 잘해라”
그런데 비즈한국 취재 결과 악취검사 전 음식물류폐기물처리시설에 사전 고지가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설에 근무하는 직원들에 따르면 송파구 등 외부 기관에서 방문·검사를 진행할 때는 사전에 일시가 공유된다.
직원 A 씨는 “외부기관에서 진행하는 수질, 악취 등 검사는 사전에 알려준다. 지금까지 한 번도 불시 검사를 한 적은 없었다. 구청에서 사전에 일시를 통지해 주면 관리자들이 직원들에 공지를 해준다. 민간업체, 한국환경공단, 송파구청 등에서 악취검사를 나오는데 모두 동일하다. 현장에 직원이 몇 시에 나오니 ‘문 단속 잘 해라’ 하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직원 B 씨는 “시설 내부에서 악취 포집이 제대로 안 된다. 그래서 측정이 나오면 시설의 모든 문을 다 닫으라고 지시가 내려온다. 현재 내부는 연기가 제대로 포집이 안 돼 평소에는 문을 열어두기 때문이다. 문을 열면 냄새가 밖으로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직원 C 씨 역시 “공장동으로 들어가는 큰 문이 30여 개 있다. 이 문을 여름 등 더운 날엔 자주 열어둔다. 공장동 내부 온도가 50도가량 되기 때문이다. 또 음식물에서 나오는 비닐류쓰레기를 모으는 협착물 박스 역시 항상 열려 있는데, 이것도 닫으라고 한다. 방문 일정이 공유되면 당일엔 문을 전부 닫고 악취검사를 진행한다. 공장 내부의 악취를 검사하는 구조가 아닌, 건물 인근에서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송파구도 검사 전 고지 사실을 인정했다. 송파구 자원활용과 관계자는 “운영업체(리클린)에서 통보해달라고 한 건 아니다. 측정하는 업체가 별도로 있는데, 어느 곳을 측정할지 정해야 해서 ‘언제 방문해서 측정한다’고 알리는 정도다”고 밝혔다.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지자체에서 검사를 나올 땐 일정을 협의한다. 시설을 가동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사를 나온다고 해서 문을 닫으라는 등 평소와 다른 지시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주민 민원 비율을 높은 자원순환공원의 악취검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결과를 공개하지는 않는다. 앞서 송파구 맑은환경과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위임받아 송파구에서 관리하고 있다. 현장에 한 번 나가보고 그 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악취검사를 의뢰하는 식이다. 구청에서는 검사 일정에 관여하지 않으며, 검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악취로 인한 주민 불편이 계속되고 있지만 현행법에는 폐기물처리시설 악취검사 규정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폐기물처리시설 검사 관련 규정에 따라 음식물류폐기물처리시설은 매년 검사해야 하지만 악취검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현재 진행되는 악취검사는 건물 외부에서만 포집하며, 24시간 측정하는 구조도 아니다.
한국냄새환경학회장인 류희욱 숭실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민원이 들어오면 검사를 하게 돼 있는데,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지 않는 한 정기적으로 검사해야 할 의무는 없다. 또 시설의 특성상 음식물의 성상에 따라 냄새가 매일 달라지기에 일관된 측정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철용 영남대 작업의학과 교수 역시 “작업장 내부는 측정 기준이 없다. 또 소각장 같은 배출시설은 환경부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음식물류처리시설은 그런 구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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