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대표 게임 행사인 지스타의 막이 올랐다. 수능 당일인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진행한다. 올해로 19회를 맞이한 지스타는 역대 최대 규모로 42개국 1037개 사가 참가해 3328개 부스가 설치됐다.
이번 지스타는 100%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진행한다. 전시관 내부는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반면 외부 티켓 교환처는 한산한, 대조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행사 첫날 티켓은 평일임에도 빠르게 매진됐다. ‘다리는 아프게 양손은 무겁게’ 즐기는 지스타 2023 관전에 앞서 올해의 지스타를 ‘최초’ ‘BTB’ ‘비주류’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봤다.
#지스타라서 할 수 있는 신작 최초 공개
지스타 메인인 제1전시장 1층 BTC 관을 정면으로 보면 ‘Dark and Darker’라는 강렬한 글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크래프톤은 올해 지스타에서 자회사 블루홀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신작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전면에 세웠다. 중세 던전풍의 전시관에는 긴 갈색 옷을 입은 스태프가 관람객을 맞았고, 관람객들은 거대한 돌문을 거쳐 입장했다.
다크앤다커는 아이언메이스사의 작품으로, 현재 넥슨과 표절 시비로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다크앤다커 모바일 버전의 글로벌 라이선스를 계약한 크래프톤은 불과 3개월 만에 시연작을 게임 이용자 앞에 선보였다. 2023년 상반기부터 블루홀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 AB 애셋에 다크앤다커 이름을 빌렸기 때문.
화제의 게임답게 70석의 시연대는 지스타 첫날부터 빠른 속도로 채워졌다. 16일 오전 11시 30분경, 아직 제1전시장이 덜 붐비는 시간이었음에도 크래프톤 부스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생겼다. 시연을 마치고 나온 고등학생 A 군은 “스팀에서 원작 다크앤다커 플레이테스트 해봤다”라며 “익숙해지면 모바일 버전이 PC 버전보다 쉬운 것 같다. 유료로 나와도 살 생각이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스마일게이트 RPG는 이번 지스타에서 스테디셀러 IP ‘로스트아크’의 모바일 버전과 가상현실(VR) 버전을 최초로 공개했다. 인기 IP답게 스마일게이트 부스는 지스타가 개막한 직후부터 시연하러 달려온 팬들로 북적였다.
스마일게이트 부스는 ‘싱글 플레이’ ‘파티 플레이’ ‘스페셜 플레이’ 세 개로 체험 구역을 나눴다. 이번 지스타에서 깜짝 공개한 VR 콘텐츠의 경우 스페셜 플레이 존에 마련됐다. 메타의 VR 기기 중 상위 버전인 ‘퀘스트 프로’로 시연해 고화질을 구현했다. 스마일게이트는 4면의 대형 LED 벽으로 로스트아크 미디어아트 전시를 병행해 팬들의 반가움을 충족시켰다. 체험존 옆에 이디야커피와 협업한 휴게공간인 ‘모코코 리프레시 카페’를 설치해, 장시간 대기로 지친 방문객과 팬의 피로를 덜어주었다.
웹젠은 이번 지스타에서 수집형 RPG ‘테르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테르비스는 웹젠의 자체 신규 IP이자 최초로 개발에 도전하는 서브컬처 장르다. 2024년 출시를 목표로 자회사 웹젠노바에서 개발 중이다. 웹젠은 올해 ‘라그나돌’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등 서브컬처 게임 2개를 퍼블리싱했다. 천삼 웹젠노바 대표는 “웹젠이 뮤 이미지를 탈피해 새로운 게임을 선보이지 않으면 앞으로도 팬들에게 계속 사랑받을 수 있겠냐는 고민에서 (서브컬처 게임) 출시를 준비했다”라며 “덕후 개발진이 모여 퀄리티 높은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보는 맛이 가득한 게임을 만들겠다”라는 개발진의 설명처럼 테르비스는 전투 중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신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비주얼에 초점을 맞춰 인물과 액션은 2D, 배경은 3D를 사용해 생동감을 살렸다. 전투 시 캐릭터를 기술에 따라 배치하는 것이 전투 전략에 영향을 미쳐, 수집형 RPG지만 MMORPG와 같은 느낌을 준다. 주인공(남성 캐릭터)이 전투에 배치되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게임보다 기술력 과시한 BTB 부스
일반 방문객이 찾지 않는 BTB 관은 인파로 가득한 지스타 내에서 가장 한산한 곳이다. 화려한 영상이나 죽 늘어선 게임 시연대는 없지만, 세계 각국의 클라이언트에게 자사 제품이나 신기술을 보여주고 싶은 기업들의 열정이 가득하다.
지스타는 ‘국제게임전시회’지만 엔터테인먼트사로 알려진 하이브도 참가했다. 정확히 말하면 하이브 산하의 AI 음성 오디오 기업 ‘수퍼톤’이 기술 체험 부스를 차렸다. 수퍼톤은 ‘프로젝트 스크린플레이’ ‘프로젝트 시프트’를 출품했다.
스크린플레이는 게임 캐릭터의 목소리에 풍부한 감정표현을 담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대사를 쓰면 실제 사람처럼 발화한다. 시프트는 사용자의 음성을 원하는 캐릭터의 목소리로 실시간 변환해주는 서비스다. 음성과 변환 사이의 지연이 거의 없어 자연스럽게 구현된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은 4년 만에 지스타에 다시 찾았다.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붉은사막은 지스타 2019에서 처음 나왔지만 발매가 매년 미뤄지면서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올해 BTC가 아닌 BTB로 지스타에 참가한 펄어비스는 이번에도 신작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BTB 부스에서 글로벌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붉은 사막을 비공개 시연했다. 생동감 넘치는 액션 등으로 파트너사 시연에서 “영화 같다”라는 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펄어비스는 지난 8월 ‘게임스컴 2023’의 전야제 쇼케이스(ONL)에서 ‘붉은 사막’의 플레이 영상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비주류의 주류화…인디&서브컬처 게임 페스티벌
제2전시장 BTC관 한편에는 ‘작지만 큰’ 공간이 마련됐다. 스마일게이트의 인디게임 플랫폼 스토브인디, 앱 마켓 원스토어가 협업해 차린 ‘지스타 인디 쇼케이스’다. 이곳에는 사전 투표로 선정된 우수한 인디게임 40개의 시연 공간이 마련됐다.
여느 대형 게임사의 부스와 달리 부스 면적은 작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작품을 출품한 40개의 스튜디오 담당자는 시연 중인 이용자의 옆에서 게임 플레이를 지켜보며 설명을 보탰다. 그래픽이 화려하거나 정교하진 않아도 귀엽거나 독특한 콘셉트의 게임으로 방문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지스타 2023에선 처음으로 ‘서브컬처 게임 페스티벌’이 열렸다. 마니아층이 즐기던 서브컬처 게임이 올해 들어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다. 서브컬처 게임 페스티벌은 컨벤션홀 3층에서 별도로 진행하며 전용 무대가 설치돼 토크쇼, 퍼포먼스 등의 이벤트가 나흘 내내 이어진다. 전시장에는 2차 창작물을 파는 굿즈 마켓이 들어섰으며, 한편에는 팬이 소장한 굿즈 전시 존이 구성됐다.
다만 ‘블루 아카이브(넥슨코리아)’ ‘원신(미호요)’ 등 올해 서브컬처 시장의 흥행을 주도한 업체들이 불참해 첫 서브컬처 페스티벌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인디쇼케이스, 서브컬처 게임 페스티벌 모두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조용히 열어 ‘아는 사람만 찾는’ 행사가 된 점도 향후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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