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메타가 유명인을 사칭한 불법 투자 광고를 방치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는 유명인들의 이름을 사칭해 ‘불법 리딩방’으로 끌어들이는 광고가 기승하고 있는데, 사칭 당한 당사자가 이를 신고해도 “커뮤니티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와 논란이 일었다. 비즈한국이 메타의 플랫폼 운영 실태를 짚어봤다.
#사칭 피해자가 직접 신고해도 “규정 위반 아냐”
“성공률 100%”. 최근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경제계 인사, 유명 방송인들을 사칭한 불법 투자 광고가 확산하고 있다. 연예인 홍진경, 송은이, 김숙, 황현희, 배용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김미경 MKYU 대표 등을 사칭해 불법 리딩방으로 끌어들이는 형태다.
사칭 광고에 이용된 유명인들은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호소했다. 10월 12일 홍진경 씨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저의 계정을 사칭해 말도 안 되는 글을 올려놓았네요. 저 아니에요”라며 투자 광고가 사칭임을 밝혔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도 10월 13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이런 불법 사칭 광고가 돌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려주기 시작한 것은 9월 말이었다. 페이스북은 물론 인스타그램, 그리고 카카오에서도 보인단다. 그럴 때마다 직접 신고해달라고 했고 또 많이 사람들이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10여 일이 지난 지금에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며 “내가 이런 광고를 올리는 계정을 가짜 계정이라고 신고했더니 페이스북은 자기네들 커뮤니티 규약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답장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를 예고했다. 10월 13일 방통위는 설명자료를 통해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주식투자 등을 유도하는 광고성 불법금융정보 및 초상권 침해 입증 광고성 정보 등에 대해 심의 및 시정요구 중”이라며 “관계기관과 협조하여 온라인 플랫폼상 타인을 사칭해 투자를 유도하는 광고성 정보에 대해 심의, 시정요구(차단, 삭제) 등의 조치를 통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 역시 “타인의 초상을 불법 영리적인 목적으로 무단 사용하는 것은 권리침해정보팀이 접수해 규정에 따라 심의하고 있다. 시정 요구를 통해 삭제 등 차단 조치를 하고 있다. 초상권 침해 정보 관련해서는 계속 심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또한 관련 내용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초 “커뮤니티 규정 위반이 아니”라던 메타는 부랴부랴 입장을 바꿨다. 방통위에 따르면 메타는 방통위에 “유명인사 사칭 광고는 내부 정책 위반이며 현재 신고나 모니터링 기반으로 삭제 조치 중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18일 메타 관계자는 비즈한국에 “타인을 사칭한 계정은 메타의 커뮤니티 정책에 따라 엄격히 금지되며, 이러한 활동을 적발하기 위해 별도 인력과 기술을 투입해 지속해서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광고 방치·개인정보 무단 도용” 각국에서 소송 중
불법 광고가 게시된 건 한국만이 아니다. 이미 해외에선 페이스북에 게재되는 가짜 광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2년 3월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페이스북이 가상화폐 투자 사기 광고를 방치하고 홍보한다며 메타를 법원에 고소했다. 호주 역시 우리나라와 유사한 방식으로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사들의 이미지를 도용해 사기 투자를 홍보했다. 올해 2월에는 앤드루 포러스 포테스큐메탈그룹(FMG) 회장이 본인의 이미지를 무단 도용했다며 메타를 직접 고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사 시스템이 범죄에 이용되는 데도 충분히 조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6월 말레이시아 정부 역시 메타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방송통신멀티미디어위원회(MCMC)는 “페이스북에는 최근 명예 훼손, 타인 사칭, 온라인 도박·사기 광고뿐만 아니라 인종, 종교, 왕실 등 민감한 주제와 관련된 상당한 양의 부적절한 유해 콘텐츠가 나돌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의 플랫폼 운영 방식이 질타 받는 건 단순히 불법 광고를 방치해서만은 아니다. 그동안 메타는 유해 게시물을 방치하거나 개인정보 등을 무단으로 수집해 광고에 활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22년 9월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메타에 과징금 308억 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메타는 미국에서도 개인정보 무단 수집과 유출 의혹으로 수많은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하고 이를 광고에 활용했다는 이유다.
#유해 게시물 의도적 방치? 2년간 실험해보니…“커뮤니티 규정 위반 ‘0’건”
유해 게시물 관리는 플랫폼 신뢰도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인데도 메타가 가짜 광고를 방치하는 이유는 뭘까.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21년 미국에선 메타가 유해 게시물을 의도적으로 방치한다는 폭로가 나왔다. 유해 게시물,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용자들을 유입시키고, 더 편향적으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페이스북 전 프로덕트 매니저인 프랜시스 하우겐(Frances Haugen)은 2021년 5월 퇴사 후 페이스북의 내부 문건을 언론에 제보했다. 주 내용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알고리즘을 통해 온라인상의 정치적 양극화를 조장하고, 추천 게시물을 통해 가짜 정보, 혐오 발언, 인종 간 폭력을 조장한다는 폭로다. 당시 페이스북은 이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후 사명을 메타로 바꾸는 등 이미지 쇄신을 꾀했다. 그러나 1년도 안 돼 2022년 2월 ‘코로나, 기후변화 등에 대한 허위 정보를 관리하지 않았다’는 등의 추가 폭로가 나왔다.
기자는 하우겐의 폭로가 나온 후인 2021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2년간 페이스북에 게시된 유해 게시물 약 50건을 메타에 신고하며 대응을 살폈다. 신고 대상은 선정적이거나 여성 아이돌의 특정부위를 강조하는 영상, 성희롱 멘트가 포함된 게시물·댓글 등이다.
결론적으로 신고한 유해 게시물 52건 가운데 페이스북이 삭제한 게시물은 0건이었다. 페이스북은 지난 2년간 신고한 52건의 게시물 중 단 1건도 삭제하지 않았다.
기자가 신고한 게시물을 아래와 같이 게시물, 동영상, 댓글별로 분류했다. 신고 내용은 페이스북에서 분류하는 규정 위반 기준인 △성인 나체 이미지 및 성적 행위 △혐오 발언 △폭력 조장 △괴롭힘 및 따돌림 △스팸 등으로 분류했다.
신고한 게시물 52건 중 규정 위반으로 삭제된 게시물은 0건,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통보된 게시물은 34건으로 65.4%에 달한다. 조치사항을 파악하기 어려운 게시물은 7건, 아직 검토 중인 게시물도 11건이나 된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게시물을 살펴보면 의아할 수밖에 없다. 취재진이 신고한 게시물은 주로 ‘성인 나체 이미지 및 성적 행위’ 내용이었다.
페이스북은 여자아이돌의 특정 부위를 확대해 게재하는 동영상도 삭제하지 않았다. 성희롱 발언이 포함된 게시물도 삭제되지 않았다. 여자아이돌을 성희롱하는 영상, 게시물 등을 반복적으로 게시하는 페이지를 쉽게 특정할 수 있었지만, 역시 규정 위반 페이지가 아니었다.
유명인 게시물 댓글에 “아줌마 얼굴 보면 ○○(성적 행위) 생각도 없어진다”라고 단 내용도 커뮤니티 규정 위반이 아니었다. ‘댓글에 야한 거 있다’, ‘○○주의해라’ 등의 닉네임으로 반복적으로 나체 사진 등을 올려도 역시 규정 위반이 아니었다.
페이스북은 이 게시물들에 대해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줄 수는 있지만 특정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등의 답변을 주로 남겼다.
조치사항을 알 수 없는 답변도 있었다. “커뮤니티 규정 위반이 아니다”고 명확하게 답변한 다른 신고 건과 달리 일부 신고 사항에 대해선 “제출해 주신 신고는 원치 않는 콘텐츠에 대처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게시물이 삭제되지는 않았다. ‘저희가 이러한 신고에 대해 취하는 조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세요’ 내용을 클릭하면 영어 원문으로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이 뜨는 형식이다. 이런 신고 건수만 7건이었지만, 모두 삭제되지 않았다.
페이스북이 신고 내용을 검토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았다. 몇 분 만에 검토를 완료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1년이 넘도록 검토 중인 게시물도 있다.
신고 시스템도 매번 달라졌다. 당초 페이스북은 게시물 신고 시 내용을 분류해 신고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분류 없이 신고만 가능하다. 또 페이스북의 검토 내용에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었던 것도 이제는 재검토 요청 자체가 불가능할 때도 있다.
메타는 게시물 삭제 기준에 대해 “타인 사칭 계정과 더불어 말씀주신 유해 콘텐츠 등에 대해서는 ‘커뮤니티 정책’을 기준으로 조치가 취해진다.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한 계정 및 콘텐츠에 대해서는 계정 제한 및 삭제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며 “신고 게시물에 대해선 AI가 검토하거나 사람이 직접 검토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차단해도 알고리즘이 계속 추천…커뮤니티 규정도 확인 어려워
경찰은 유명인을 사칭하는 불법 금융광고가 조직적으로 이뤄진다고 본다. 경찰청 금융수사계 관계자는 19일 비즈한국에 “올해 9월 말부터 투자리딩방 관련해 특별단속을 시작했다.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고 보고 있다. 리딩방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은 각각 다를 수 있지만, 결론은 똑같다. 모두 투자리딩방 사건이다. 수많은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 단위로 범죄가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에 여자아이돌을 성희롱하는 등 유해 게시물이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페이지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추정된다. 페이지 이름은 다 다르지만 올라오는 게시물은 비슷했고, 페이지 디자인도 유사했다. 게시물을 클릭하면 주로 ‘쿠팡 납치 광고’ 등 광고 배너가 게시되는 식이다.
알고리즘도 이상했다. 통상적으로 ‘다시보지 않기’, ‘차단하기’ 등을 누르면 비슷한 내용의 게시물은 추천되지 않는다. 페이스북 역시 ‘게시물 숨기기’ 등 기능 설명에 ‘이와 비슷한 게시물을 지금보다 적게 표시합니다’고 표기했다. 그런데 신고한 게시물, 사람에 대해 ‘숨기기, 차단, 다시보지 않기’ 등을 누른 후에도 매번 유사한 게시물이 알고리즘에 다시 표시됐다.
기자가 지난 2년간 신고한 50여 건의 게시물은 일부러 유해 게시물을 찾아다닌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에 뜨는 게시물 중 ‘성희롱, 혐오 발언’ 등 내용이 있다고 판단될 때 신고하는 방식이었다. 2년 동안 매번 비슷한 유형의 게시물을 차단했지만, 유사한 게시물은 여전히 표시된다.
커뮤니티 규정도 명확하지 않았다. 메타는 자사 홈페이지에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미국 본사 규정에 번역 기능을 추가하는 형태로 열람 가능하지만, 세부 내용은 모두 영어 문서로만 돼 있다. 페이스북은 홈페이지에 ‘커뮤니티 규정의 최신 정책은 미국 영어 버전에 먼저 반영되므로 영어 버전을 기본 문서로 사용해야 합니다’고 명시했다.
전문가는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규제를 주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다국적 기업으로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내부 규정에 의해 운영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문제는 국내법에 따라 문제를 제기해도 잘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본사에서 우리나라에 맞춰 규정을 두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플랫폼보다 소비자 보호에 더 취약한 면이 있다. 그러나 국내 유명인을 사칭한 불법 금융광고는 국내 소비자 피해가 많기 때문에 방통위에서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의 기업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생기는 피해가 있으면 우리나라 법에 따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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