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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서울 ADEX 2023, 방산기업들의 '전투 드론 전쟁'을 주목하라

대한항공은 공격 드론 2종, KAI는 '드론 캐리어' 개념 제시…해외 업체들까지 치열한 경쟁 예고

2023.10.16(Mon) 09:31:08

[비즈한국] 2023년은 대한민국 방위산업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성과를 거둔 ‘대박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무기가 즉시 전력이 가능하고 성능이 검증되었으며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사실상 유일한 국가로 대한민국이 꼽혔다. 이대로만 간다면 ‘자유세계의 무기고’로 미국과 유럽 다음가는 방위산업 수출 대국이 될 것만 같다.

 

하지만 최근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최신 무기 중 유독 우리나라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하나 있다. 일명 ‘드론’으로 불리는 무인비행체(UAV, Unmanned Aerial Vehicle)다. 대한민국은 KT-1, T-50, FA-50을 거쳐 4.5세대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까지 제작한 항공우주 선진국이다. 당연히 무인비행기 개발도 수십 년간의 역사가 있으나 유독 개발과정 중 어려움이 많이 생기고 수출의 기회도 아직 잡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 ADEX 2023이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성남공항에서 개최된다. 사진=ADEX 제공

 

예컨대 올해 양산이 승인돼 2028년까지 생산할 RQ-105K 중고도 무인기의 경우 이미 2006년 개발을 처음 시작해 13년 전에 탐색 개발용 시제기를 완성했지만, 운용시험평가 중 한 대가 추락하고 방빙 시스템 결함이 발견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차기 군단급 무인기(UAV-II) 사업도 착륙 불안정 문제로 고생하는 등 우리 군의 드론 사업이 유독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많은 편이고 현재까지 수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한때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불리는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한국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RQ-105K의 성능을 보고 구매를 추진한 적이 있고 KAI가 UAE와 공동개발 형식으로 무인기 개발을 시도한 적 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성남공항에서 개최되는 서울 ADEX 2023 전시회에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유수의 국내 방위사업체들이 신개념 전투 드론들을 선보이면서 드론사령부를 창설한 우리 국군은 물론 수출 고객에게도 제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많은 판매실적을 보유한 해외의 방위산업체들은 더욱 새롭고 강력한 기능을 지닌 전투 드론을 한국 시장에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 ADEX 2023에서는 ​그야말로 ​국내외 방위산업체들의 ‘전투 드론 홍보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전시회에 가장 주목 받을 회사는 대한항공이다. 신개념 전투 드론 ‘KUS-SX’와 ‘KUS-VX’ 등 2종을 최초 공개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사단급 무인기와 RQ-105K를 만들었으며 ADD와 협력하여 스텔스 무인기 KUS-FC와 저피탐 무인 편대기 KUS-LW를 개발 중이다. 

 

대한항공의 공격 드론 KUS-VX​. 사진=김민석 제공

 

KUS-SX는 일명 ‘한국형 샤헤드’ 드론이다. 샤헤드 136(Shahed 136) 드론은 예멘 내전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실전 투입된 자폭 드론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해 지금도 악명을 떨치고 있는데, 러시아군이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이 부족해지자 미사일 대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주요 에너지 시설 공습에 이 드론을 투입하면서 유명해졌다. 특별히 최첨단 기술이 투입된 것은 아니지만, 가격이 무시무시하게 저렴하다. 수백 km 떨어진 적진을 공격하기 위해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미사일 대신 쓸 수 있는 자폭 드론은 오토바이 엔진과 R/C 무선조종 비행기 기술을 도입해 가격이 2600만 원에 불과하다. 가격이 저렴해 대량 운용이 가능하니 한 번에 수십 기가 영공을 침범해 우크라이나 군을 현재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대한항공의 KUS-SX의 모양과 크기, 형태는 사실 샤헤드 드론의 원조격 무인기인 이스라엘제 하피(Harpy) 무인기와 같다. 길이 2.5m, 폭 3m, 비행고도 4.5km로 하피와 가로세로 크기가 같고, 날개나 엔진 배치도 비슷하다. 대체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기술개발 목적으로 만든 ‘GPS 전파 교란 장치 추적 무인기’의 설계를 바탕으로 파괴력과 사거리를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특징은 ‘이중모드 탐색기’로 다양한 표적에 대응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하피는 적 레이더를 파괴하기 위한 하피와, 전차나 차량을 공격하기 위한 하롭(Harop)으로 나눠서 운용한다. 하지만 KUS-SX는 이 두 가지에 모두 대응하여 임무 수행을 좀 더 융통성 있게 진행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또 다른 ​최신 공격 드론 KUS-VX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드론도 기본적으로 비행기의 일종으로, 활주로가 필요하거나 로켓 부스터로 이륙하는 제품들이 많다. 활주로가 필요한 드론은 운용이 불편하고 이착륙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 헬리콥터형 드론의 경우 활주로는 필요 없지만, 속도가 느리고 탑재량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하지만 KUS-VX는 이를 독특한 형태로 극복했다. KUS-VX는 두 쌍의 날개에 네 개의 하이브리드 엔진 프로펠러를 달고, 이륙할 때는 기체를 앞쪽으로 기울인 상태에서 점점 일어서듯 이륙한다. 착륙할 때는 비행기 동체가 서 있는 상태처럼 바뀌면서 천천히 앞으로 기울어진다. 

 

다른 드론과 형태가 ​다른 덕분에 KUS-VX는 비슷한 크기의 수직이착륙 무인기보다 항속거리와 탑재 중량이 훨씬 향상되었다. KUS-VX의 외형은 지난 5월 공개된 호주-영국 공동개발 공격 드론인 BAE 스트릭스(Strix)와 유사하다. 다만 스트릭스의 임무 중량은 900kg이고, KUS-VX의 임무 중량은 700kg으로 스트릭스보다 다소 작다. 하지만 5km 이상의 순항고도와 600km 이상의 항속거리는 동급 무인헬기와 비교가 불가한 우수한 성능이라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우선 KUS-VX에 두 발의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 탑재를 가정하고 있다. 정부의 투자지원이나 해외 고객과의 계약이 성사되면, 도입국의 요구에 따라 국산 무장 혹은 수입국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을 것이다.

 

완전한 전투 드론 신제품을 전시한 대한항공 외에 다른 국내업체들도 드론 신제품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풍산은 다목적 소형 전투 드론을 전시하고, 중소기업인 퍼스텍은 미국의 유명 자폭 드론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와 유사한 캐니스터 발사 드론을 내놓는다. KAI 역시 수리온 등 여러 플랫폼에서 발사할 수 있는 다목적 드론(MPD)를 전시한다. 

 

LIG넥스원의 KCD-200 드론. 사진=김민석 제공

 

LIG 넥스원은 무장을 갖추진 않았지만, 군사적으로는 물론 민간 시장에서도 큰 혁신을 가져다줄 차세대 드론을 공개했다. ‘KCD-200’으로 명명된 이 드론은 일반적인 프로펠러 비행기의 형태에 수직이착륙을 위한 12개의 프로펠러를 가지고 있다. 디자인은 평범하지만, 그 성능은 비범하다. 최대속도 100km, 비행시간 1시간, 탑재 중량 200kg으로 현재 운용 중인 드론과 비교하면 탑재 중량과 비행시간이 월등히 뛰어나다. 

 

LIG 넥스원은 독특한 수직이착륙 설계와 함께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 하이브리드 추진기관을 채택했고, 이론상 50km 떨어진 목적지에 1시간 안에 200kg의 물자를 수송할 수 있어 도심 물류 수송 및 군사적 군수지원 용도로 매우 뛰어난 효율성을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KAI는 이전부터 공개해온 다목적 소형 무인기를 또다시 선보였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무인 드론이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을 사용한 신개념 미래 무기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바로 국산 수송기로 개발이 추진 중인 ‘MC-X’에 다목적 소형 무인기를 탑재하는 ‘리모트 드론 캐리어’다. 이 계획은 MC-X 수송기에 화물 수송 이외의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고자 하는 계획으로 추진될 것이다. 

 

KAI의 무인항공기 캐리어 MC-X. 사진=김민석 제공

 

이번 계획의 핵심은 MC-X 기내에 19개의 다목적 소형 무인기를 탑재해서 후방 램프도어에서 발진시키는 것이다. 블리자드의 유명 게임 ‘스타크래프트2’의 우주모함(캐리어)를 실제 전장에 투입하는 셈이다. 단 몇 대의 MC-X로 북한 지역 전체를 소형 무인기로 각종 기만, 정찰, 타격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게임 체인저’로서 미래전에 필수 무기체계가 될 것이다.

 

전통적으로 전투 드론 시장을 장악한 해외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자사의 차세대 전투 드론을 이번 ADEX에서 홍보할 예정이다. 공격 드론의 대명사 ‘프레데터’와 ‘리퍼’로 유명한 미국의 제너럴 아토믹(General Atomics)사는 MQ-9B 스카이 가디언(SkyGuardian)무인기를 홍보했다. 이 무인기는 AH-64E 아파치 공격헬기와 각종 감시 무인기와 연동되는 것은 물론, 2발의 JSM(Joint Strike Missile) 미사일을 탑재해서 500km 이상의 초장거리 대함/대지 공격 능력을 갖추었다. 이는 현재 수출시장에 등장한 경쟁 공격 드론 어느 것도 갖추지 못한 능력이다. 무인 드론이 수백 km 밖의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역시 전투 드론 강국으로서 ADEX에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준비 중이다. 이스라엘 IAI사는 이미 한국 육군 특수전사령부에 ‘로템 L(Rotem L)’​ 자폭 드론을 수출한 바 있는데, 이번 ADEX에서는 더욱 발전된 최신형 ‘로템 알파’(Rotem Alpha)를 선보였다. 기존 로템 자폭 드론이 탄두로 수류탄 2개를 탑재했지만, 로템 알파는 전차 파괴가 가능한 성형 작약 복합탄두를 가져 파괴력이 훨씬 강력해졌다. 25kg의 무게에 수직이착륙 기능이 있어 운용이 간편하고, 만약 드론 발사 후 공격을 취소하면 복귀해 재사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저고도 비행 기능과 장시간 대기모드를 가지고 있다.

 

포인트 블랭크(Point-Blank)라 불리는 또 다른 자폭 드론은 손으로 던져서 쏠 수 있는 작은 드론이지만, 쿼드콥터형 드론에 비해서 훨씬 속도가 빠르고 민첩하다. SF 영화 스타워즈의 ‘X-wing’ 전투기와 비슷한 독특한 X자형 날개에 4개의 소형 엔진을 붙인 포인트 블랭크는 공중에서 대기하다가 명령 받으면 매우 빠른 속도로 적을 향해 자동추적 비행을 한 뒤 자폭해 적의 대응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소리도 타 드론보다 조용하고 적외선도 적게 발생해 탐지에도 쉽게 걸리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인 드론의 활약은 그야말로 전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였다. 세계 각국이 전장의 주도권을 잡을 차세대 전투 드론에 많은 투자를 하는 만큼, 대한민국의 방위산업도 세계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K-전투 드론’을 내놓아 지금의 수출 대박 행진을 이어 나가고, 우리 군의 전투력도 강화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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