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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평고속도로 용역사에 정부·공기업 '전관' 임원만 92명

동해종합기술 핵심임원 104명 중 88%…LH·도로공사뿐 아니라 국토부, 서울시, 수공 출신 다수

2023.09.12(Tue) 17:08:06

[비즈한국] 최근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조사 용역을 맡은 업체에 한국도로공사 1급 출신 전관이 근무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비즈한국은 해당 용역업체의 임원 명단을 입수해 90여 명의 전관 임원이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양평고속도로 용역사인 동해종합기술공사에는 도로공사뿐 아니라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토부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또 LH 취업승인 대상 임원 역시 올해 동해종합기술공사로 자리를 옮겼다.

 

#양평고속도로 용역사 전관 명단 분석해보니

 

 

 

올해 7월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동해종합기술공사 지명원(시공업체로 지목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에 따르면 이 회사 임원 가운데 정부·공기업 출신 전관이 92명에 달했다. SOC사업 부문 조 아무개 사장을 포함해 한국도로공사 출신은 4명이 있다. 국토교통부 출신은 3명으로 파악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1명, 한국수자원공사는 10명, 한국환경공단 출신은 7명이다. 지자체 출신도 많았다. 서울특별시가 21명으로 지자체 전관 가운데 가장 많았고, 부산광역시는 18명이었다.

 

특히 총괄영업 국토건축총괄을 담당하는 이 아무개 사장은 서울특별시 출신으로 근무 경력 34년이 강조됐다. 이 외 국토계획 부문, 건축사업 부문 임원에 모두 서울특별시 유관 부서 출신이 자리했다. 스마트시티사업 부문엔 LH 출신, 물사업 부문엔 한국수자원공사 출신 임원이 있었다. 동해종합기술공사 정책·핵심 임원 중 총 92명이 정부 및 공공기관 전관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그동안 국토부에서 이례적으로 용역사에 책임을 돌린 이유가 ‘전관업체’여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와 용역업체가 깊게 유착된 만큼 국토부에서 책임을 떠넘겨도 업체에서 문제 제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당초 국토부는 양평고속도로 논란이 불거진 후 양평군이 대안 노선을 제시했다고 했다가, 다시 용역사에서 처음으로 대안(강상면 종점안)을 제시했다고 말을 바꿨다. 원희룡 장관은 7월 12일 원희룡TV 유튜브를 통해 “문 정부에서 입찰을 준 민간 용역사가 쭉 작업을 하면서 본 타당성조사 용역을 맡자마자 ‘원안대로는 안 된다’ 그러면서 대안을 제시한 게 지금까지 오고 있는 겁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7월 13일 서울~양평고속도로 주민 간담회에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이 직접 참석해, 노선 변경에 외압은 없었다며 변경 과정을 설명했다. 

 

국토부는 또 양평고속도로 변경안과 윤석열 대통령 처가 소유 땅 사이의 거리를 측정한 이격거리 문서 역시 용역사인 동해종합기술공사에서 디자인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양평고속도로 '대통령 처가 땅 측정한 문서' 놓고 국토부 해명 왜 달라졌나).​

 

원희룡 장관은 이후에도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용역사’를 부르자는 말을 했다. 8월 28일 국토부 출입기자단 정례간담회에서 원 장관은 양평고속도로 의혹에 대해 “국회에서 그렇게 요구해도 이뤄지지 않은, 용역을 진행한 사람들의 설명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용역사가 자발적으로 과업 노선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부, LH에만 강경? 내로남불 전관 대응 

 

비즈한국 취재 결과 동해종합기술공사 지명원 명단 외에도 전관이 또 있었다. LH 2급 전문위원 전 아무개 씨는 올해 동해종합기술공사 재취업 승인을 받았다. 2급 이상, 3년 이내 퇴직한 LH 임직원은 재취업 승인 대상자가 된다.

 


국토부는 그간 LH 전관업체에 강력한 조치를 취해왔다. LH 철근 누락 사태가 불거지자 ​국토부는 ​​8월 15일 ​LH 전관업체 용역 체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관련기사 [단독] '전관특혜 논란' LH 최근 5년 퇴직자 재취업 명단 입수). 이에 용역업체들에게 손해배상을 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계약 해지된 다수 업체가 전관, 철근 누락 업체와 무관하거나 법적으로 계약에 문제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8월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원희룡 장관은 “아파트가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한 원인인 전관 카르텔을 알고 방치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그로 인한 국가적 손해가 LH가 보상해야 할 손해보다 엄청난 더 큰 규모라고 믿는다”며 “손해배상 경우에 대해서는 LH도 법률 검토를 했다. 저희는 LH 전관에 대한 배임보다는 국민에 대한 배신을 (안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월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LH 전관 계약 해지에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박은숙 기자

 

그러나 국토부는 정작 국토부와 산하기관의 전관업체 감시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LH 외에 국토부 등 유관기관의 전관업체는 명단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 지방공사, 정부 기관의 고위공무원이 퇴직 후 2년 이내 재취업 시 승인을 받게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일부 고위직에만 해당해, 한국도로공사 등 일부 기관은 이런 취업 제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9월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평고속도로 용역사가 전관업체라는 지적이 나오자 원희룡 장관은 “전관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계약을 일부러 엉터리로 해왔다면 장관인 저부터 감방에 가야 한다”며 “일방적인 추측으로 억측하지 말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LH 관계자는 “지금 내부에선 LH가 탱커(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국토부에서 우리를 타깃으로 해 이슈가 다른 쪽으로 분산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국토부나 유관기관, 지방도시공사 등 다른 곳을 조사하기 시작하면 모두 문제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관련 업체들이 전관도 많고 다 연결돼 있기 때문에 국토부에 반기를 들기는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양심선언이 나올 수 없다. 대부분 용역사들이 그렇다”고 귀띔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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