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6월 7일부터 사흘간 부산에서 열린 해군 및 해양 방위사업 전시회인 마덱스(MADEX) 2023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단연 한화오션의 합동화력함(Joint Strike Ship, JSS)이다. 무인 전력 지휘함, KDDX, KDDX-S, 4만 톤급 항공모함 등 다양한 개념의 미래형 함선의 경우 최신기술과 미래형 디자인이 적용되었지만, 이런 전투함은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이미 제작 중인 것이다. 반면 합동화력함은 미국조차 포기한, 그야말로 아무도 닿은 적 없는 미지의 영역에 처음 도전하는 전투함이라서 그렇다.
합동화력함의 전신은 미국이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 미국 해군은 당시 최신형 스마트 무기인 토마호크 함대지 미사일이 걸프전에서 크게 활약하자, 크루즈 미사일을 대량으로 탑재한 아스널 쉽(Arsenal ship) 을 건조하고자 했다. 수백발의 크루즈 미사일로 항공모함의 지상 공격 임무를 대신하면서, 항공모함보다 싼 건조비로 효율적인 작전을 수행한다는 전략이다.
아스널 쉽은 이 비용 대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 당시로서 최신 기술인 스텔스 기술과 이중선체 기술을 적용하고, 전통적인 전투함 방어를 위한 방어 미사일과 함포는 삭제했다. 그러나 이 개념에 대한 논란이 많아 미국은 결국 전투함의 방어 무장을 충실히 갖추면서도 아스널 쉽의 지상공격 개념을 이어받은 줌왈트(Zumwalt)를 건조했다. 하지만 방어무기도 갖추면서 아스널 쉽처럼 강력한 스텔스 기능을 집어넣었기 때문에 1척당 한화 4조 원에 달하는 엄청나게 비싼 배가 되어 결국 사업과 예산관리에 실패하게 되었다.
미국은 이 아스널 쉽의 주 사용처로 북한을 삼았기 때문에, 한국 해군은 과거부터 아스널 쉽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아스널 쉽이 취소되고 그 후속인 줌왈트급도 3척만 건조되자, 자연스럽게 이 아스널 쉽을 미국 대신 한국이 건조해서 유사시 북한에 대한 대량의 미사일 공격을 해군이 담당하는 방안을 탐색해 왔고, 그 결과가 바로 합동화력함이다.
해군은 몇 년 전부터 합동화력함의 구성이나 목표에 관해서 연구했고, 공식적으로 합동화력함을 건조하겠다고 밝힌 것은 2018년 국회 국정감사 기간이었지만 그 전부터 합동화력함을 준비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13일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이 개념설계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고, 이번에 개념모델이 처음 공개됐다.
개념설계는 말 그대로 개념(Concept)을 잡는 것이다. 세부적인 부품 하나하나까지 정하지 않지만 길이, 폭, 무게, 사용 장비의 큰 틀을 잡고 완성될 때 어떤 성능을 낼 수 있을지, 가격과 제작 시간은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설계이므로, 실제 완성되는 설계와는 세부적인 내용은 매우 다르다.
그 개념설계를 시작한 지 이제 두 달 남짓이니, 한화오션이 공개한 합동화력함 개념설계는 아직 많은 부분이 불확실하지만, 기존에 알려진 ‘5000톤급’ 선체나 ‘상륙함 개조’ 설계와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내놓은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따라서 지금 한화오션이 내놓은 합동화력함의 모습이 실제 결과물과 다르더라도, 어떤 점들을 고민 중인지 살펴보는 것은 합동화력함은 물론 미래 한국 해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한화오션이 지금 내놓은 합동화력함을 가장 간단히 말하자면 ‘모든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부족한 점 없는 중대형 전투함’이다. 최소 10종 이상의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합동화력함의 콘셉트는 일단 다음과 같다. 우선 선체 앞부분에는 함포는 없이 KVLS-1 수직발사대에서 해궁 함대공 미사일, 함대공-2 미사일, 해성-2(현무3) 함대지 미사일, 해룡 함대지 미사일, 홍상어 대잠수함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고, 선체 중앙에 배치된 KVLS-2 수직발사대에서는 현무 4-2함대지 탄도미사일과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여기에 초대형 미사일 3종이 추가되는데, 15기가 장착된 초대형 미사일의 경우 길이 10~13미터의 트라이던트(Trident) 급 대형 탄도미사일을, 4기의 기립형 발사대에는 길이 20m 정도의 미니트맨(Minuteman)급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가장 뒤쪽에 설치되어 있는 것은 대한항공이 누리호 기술을 사용해서 제작할 25m 길이의 500kg급 소형위성발사체다.
즉, 한화오션은 이번 합동화력함 설계를 공개하면서 지금까지 한국이 개발한 거의 모든 장거리 순항 및 탄도미사일 및 현재 국방과학기술 연구소가 비밀리에 개발했거나 앞으로 개발할 대륙간 탄도 미사일 크기의 초 고위력 미사일도 모두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를 진행 중이다. 다만 정조대왕급 이지스함에 정착될 현무 4-2 함대지 탄도유도탄보다 큰 미사일들은 아직 정확한 운용 방식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실제 합동화력함의 현실적 모습은 ICBM급 초거대 미사일을 운용하는 것보다 해성-2 아음속 순항미사일, 초음속 대함미사일, 현무 4-2 미사일 3종을 운용하는 모델을 먼저 건조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모형과 달리 KLVS-2와 미래형 지상공격 함포를 장착한 모델도 이미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LVS-2와 미래형 함포를 장착한 합동화력함의 경우 동해상에서 전개하여, 유사시 활공 유도 포탄을 장착한 장거리 함포로 해병대의 상륙작전을 지원하고, 현무 4-2 미사일과 해성-2 미사일로 1시간 내 100곳 이상의 북한 핵심표적을 타격하는 임무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작전하는 합동화력함의 경우 함선의 생존성 확보가 큰 숙제로 남아있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된 합동화력함의 경우 과거 알려진 상륙함 기반 설계가 아닌 사실상 KDDX 차기 구축함을 확대한 선체인데, 추진체계를 수정하여 속도를 다소 줄이고 대형 고정식 음파탐지기(HMS)를 삭제한 점, 헬기 격납 능력이 없는 점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없다.
그 대신 이지스 구축함 급의 초고성능 레이더를 가진 KDDX의 통합마스트 레이더를 일부 간략화한 준 이지스급 능동 위상배열(AESA)레이더와 해궁 함대공 미사일, 함대공-2 미사일을 장착하고 어뢰음향대항체계(TACM)와 어뢰 탐지 예인식 음파탐지기, 기만기와 근접 방어무기(CIWS)를 장착했다.
이 때문에 합동화력함이 잃어버린 것은 ‘가격 대 성능비’ 일 가능성이 크다. 합동화력함의 참고모델이었던 미국의 아스널 쉽은 원래 승무원 20명이 타고 그 어떤 레이더나 자체 방어무기도 없는 ‘미사일 깡통’이었다. 최소한의 투자로 경제성을 살리기 위한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합동화력함이 작전할 동해상의 적 위협이 크다 보니, 합동화력함은 최소 척당 1조 이상의 가격에 최소 100명 이상의 승무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합동화력함이 ‘빈 깡통과 같은 바다에 떠 있는 미사일 발사대’가 아닌 ‘KDDX의 공격력 강화 버전’, 즉 사실상 중 구축함이 된 것이다. 물론, 최신 증강현실(AR) 및 디지털 트윈, AI 및 로봇 기술을 적용하면 필요 승무원은 줄어들 수 있으나, 이런 기술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아 위험 부담이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런 합동화력함의 성능 강화와 비용상승은 이해할 수 있으나 몇 가지 방향성 정리 및 최소 비용의 생존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합동화력함과 해군 전력 제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KDDX의 KLVS-2 탑재 수량을 소폭이라도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KDDX 구축함의 경우 16기의 KVLS-2를 탑재하는데, 이를 20기에서 24기로 늘리는 것을 고려해 볼 만 하다. 현무 4-2 탄도미사일을 어차피 적 위협이 존재하는 동해상에서 발사해야 할 것이면, 합동화력함보다 더 자체 방어 능력이 뛰어난 KDDX의 무장을 조금 더 늘리는 것이 해군 전체 지상공격 전력에서는 더 나을 수 있다.
둘째로는 합동화력함에 TACM과 함께 ATT(Anti-Torpedo-Torpedo), 즉 어뢰를 요격하는 요격어뢰 탑재를 고려해볼 만하다. ADD에서 관련된 기초 기술을 이미 연구한 바 있는 어뢰 요격어뢰를 탑재하면, 합동화력함은 적극적으로 적 잠수함을 찾진 못하더라도 취약한 대잠수함 능력을 개선하고 생존성을 확보할 수 있다. 어뢰 요격어뢰에 필요한 음파 탐지기 역시 TACM에서 쓰는 적 어뢰 탐지용 음파 탐지기를 그대로 활용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합동화력함의 원거리 탐지 능력 확보를 위한 무인체계 개발이 필요하다. 합동화력함을 노리는 적 항공기 및 해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함대공 요격미사일 탑재나 강력한 레이더보다는 무인체계를 활용한 적 위협정보 획득이 경제적이다. 현재 KAI 등에서 연구 중인 수직이착륙 무인기에 적 전파를 감지하는 ESM(전자전 지원체계) 장비를 탑재하면 수백 km 밖에서 비행 중인 적 항공기나 전투함의 레이더 신호를 잡아낼 수 있고, 일본처럼 크루즈 미사일을 개량하거나 기만용 무인기를 개량하여 고정익 무인기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합동화력함은 북핵 위협이 날로 고도화되는 현재, ‘당장 전쟁이 나면 보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체계이다. 항공기 폭격의 경우 몇 시간, 지상 발사 미사일의 경우 몇십 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지만, 합동화력함의 탄도미사일은 몇 분 안에 즉각 북한의 핵심 목표 수십 곳을 타격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우리 해군과 방위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올바른 합동화력함의 모습을 잘 그려내길 바란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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