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6월 7일로 다가온 한국 최대 해양 방위산업 전시회인 마덱스(MADEX)가 다가오면서, 현재 개발 중인 최신 국산 무기 체계들의 정보가 조금씩 공개되고 있다. 특히, 한국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인 차기 구축함(KDDX)의 최신 설계 형상이 공개되고 있다. 최신 정보를 참고하여 KDDX의 설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예상되는 성능이 어느 수준인지 정리해 보자.
KDDX는 초기 KDX-2(A)로 불렀던 차세대 구축함으로, 2009년부터 해군이 도입을 추진하여 10여 년 이상 추진 중인 해군의 숙원사업이다. KDDX 사업이 이렇게 장기 연구 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 이유로는 미래 해군 전력의 핵심으로 목표 요구성능이 매우 높았고, 두 번째 이유로 엔진을 제외한 사실상 ‘완전 국산화’ 함정으로 한국 해군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국산화율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KDDX는 7조 8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어 KF-21 보라매 전투기 다음가는 초대형 국산 무기 연구개발사업이며, 한 척당 가격으로는 9000억 원 이상으로 한국형 항공모함이 불확실한 현재 가장 비싼 한국형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KDDX의 요구성능도 무척 높다. KDDX는 탄도탄 추적/요격 임무와 해상 대공방어 능력, 대 잠수함 작전 능력 및 대지 공격 능력을 주 임무로 삼는데, 그 수준과 능력이 현재 해군의 최고성능 구축함인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과 동등하거나 몇몇 부분은 앞서기까지 한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 KDDX를 ‘미니 이지스함’으로 부르지만 사실상 KDDX의 통합 마스트에 있는 듀얼 밴드 AESA MFR(능동 전자주사 다기능레이더)의 탄도탄 추적능력 및 대공 탐지 능력은 더 우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KDDX는 한국 해군 최초로 통합 마스트(Integrated Mast)를 채용했는데, 한화시스템이 만드는 통합 마스트에는 두 종류의 AESA 레이더 및 전자광학 탐색 장비, 피아식별 장비, 전자 지원 장비(ESM) 등이 거대한 피라미드형 구조물에 모여 있어 건조시간 단축, 업그레이드 편의성 향상, 전파 도달거리 및 송신 효율 향상은 물론 스텔스 성능도 높이는 뛰어난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여기에 충남 호위함과 정조대왕급 구축함에서 적용된 한국형 통합 음파탐지기를 함수와 선체 꼬리 부분에 장착하여, 선체 고정형 음파탐지기와 예인형 능동 음파탐지기가 서로 탐지한 수중 음향정보를 분석 및 대조하여 저소음 잠수함도 탐지가 가능한 능력을 갖추었다.
그리고 KDDX에는 발전용 가스터빈과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통합전기추진(IFEP, Integrated Full Electric Propulsion)을 채용하여 소음을 크게 줄이고 대용량 레이더 작동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며, 무장 탑재량은 적지만 실제 성능은 현재 건조 중인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무장 역시 비슷한 크기의 해외 전투함에 비해서 동등 이상의 수준을 갖출 예정이다. 127mm 함포 1문 및 해상작전 헬기 2기, 해궁 자함방어 대공미사일(SAAM) 및 함대공-II 미사일, 현무 IV -2함대지 탄도탄 및 초음속 함대함 미사일, 그리고 차기 근접 방어체계(CIWS-II)를 탑재한다.
방어력 측면에서 주목할 것은 함대공-II 미사일로, 현재 개발이 막바지 단계인 공군의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L-SAM의 노하우를 활용하여 장거리 항공 표적은 물론 앞으로 탄도탄 요격 능력을 갖출 개량형도 개발될 예정이다. 특히, 이순신급 구축함과 세종대왕급 구축함, 정조대왕급 구축함의 핵심 함대공미사일인 스탠다드 SM-2 미사일보다 동시 다 목표 대응능력 및 고기동 표적 요격 능력이 더욱 뛰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격력 측면에서 주목할 것은 초음속 함대함 미사일과 함대지 탄도 미사일이다. 둘 다 사거리 300~500km 이상, 속도 마하 3에서 마하 5 이상에 이르는 초고속 장거리 공격무기로, 유사시 적 함대는 물론 군항과 적 핵심 지하 표적을 공격할 수 있어 동급 전투함 중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 능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앞서 말했다시피 이렇게 알려질 사실 뿐만 아니라 KDDX에 대한 추가 정보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정보 출처는 크게 HD현대 중공업의 보도자료와 방위사업청의 홍보 동영상인데, 이들 영상과 사진에서 기존의 KDDX에서 변경되거나 새롭게 알려진 내용은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함수의 형상과 함교의 형상이 좀 더 실전적으로 변경되었다. KDDX는 차세대 함정인 만큼 해외 최신 전투함의 형상을 많이 참고하였는데, 과거의 설계안들은 함수 부분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관통형(Wave-piercing) 함수 대신 일반적인 구성으로 바뀌었다. 이 경우 악천후 시 고속성능 및 스텔스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실제 해상 작전환경에서 함선에 필요한 공간 확보가 쉽고, 입출항 및 점검작업 때 승조원이 더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어 운용 효율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함수 이외에 특징적인 것은 함교의 외부 견시통로가 확장되어, 과거 설계에서는 견시병이 쌍안경을 들고 경시를 할 때 배 앞부분을 살펴보는 게 힘들었으나, 이제는 확장되어 견시병이 함 앞부분과 뒷부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역시 실제 함선의 운용에 중요한 부분으로, 카메라 및 센서가 아무리 발달해도 입항과 출항 등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고 주변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해군의 피드백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둘째, 무장 배치의 구성과 내용이 달라졌다. 대공 방어무기의 핵심인 KLVS-1 수직발사대가 48셀에서 32셀로 줄어들었고, CIWS-II가 1기에서 2기로 늘어났다. 또한 함대지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KVLS-2 수직발사대가 굴뚝 역할을 하는 첫 번째 연돌(chimney) 옆에 장착되었으며, 이 때문에 연돌의 위치가 한쪽으로 치우쳐진 비대칭 배치로 바뀌었다.
이렇게 수직발사기 위치와 배치가 달라진 것은 함의 균형 문제로 보이는데, 실제로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의 경우 추가 개량으로 함수에 수직발사대를 추가 설치하자 함의 앞뒤 균형이 문제가 생긴 바 있어, 미사일 발사대의 위치를 분산하여 이런 문제를 미리 예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KVLS-2 수직발사대가 함정 탑재 발사대중 가장 크고 무거운 축에 속하기 때문에 이런 독특한 배치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다가 CIWS-II 근접 방어시스템이 1기가 아닌 2기로 함수에 추가 설치되었는데, CIWS-II는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 무기도 요격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설치를 통해 함선의 자체 방어 능력을 크게 향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헬기 운용 능력이 좀 더 정확히 알려졌다. KDDX는 충무공 이순신급과 같이 2기의 헬기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방위사업청이 공개한 영상 속에서 헬기를 수납하는 데 쓰이는 셔터 문(shutter door)이 2개로 나뉜 것이 공개되었다. 이는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과 비슷한 구조로, 헬기를 수납하는 동선이 절약되는 효과를 가져 더 효율적인 해상작전 헬기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셔터 문의 폭과 높이가 확대되어 현재 운용 중인 AW159 와일드캣과 MH-60R 시호크 헬기는 물론, 최근 연구 중인 마린온 기반 해상작전 헬기의 수납도 문제없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KDDX 차기 구축함이 가진 의미와 함께, 공개된 최신 디자인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정보들을 정리해 보았다. 하지만 공개된 차기 구축함이 현재 건조된 충남 호위함과 정조대왕급 구축함과 상당히 비슷한 모습이기 때문에 개념설계보다 무언가 성능이 떨어지거나 부족한 함선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이것은 개념설계와 상세설계의 차이 때문으로, 개념설계 과정에서는 실용화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설계 도중 검증되지 않은 기술도 반영하다가, 시간이 지나 검증된 기술과 검증되지 않은 기술, 사용해 보니 비효율적인 설계 요소 등을 정리하여 기본설계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KDDX의 모습이 충남급과 비슷하게 된 것은 설계가 퇴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도화된 것이다.
다만 KDDX가 2030년부터 2060년까지 대한민국 해군 전력의 주력 함정으로 사용되어야 하기에 몇 가지 미래전에 대한 대비는 필요해 보인다. 가령, 현재 2기의 헬기 격납고 중 1기는 상황에 따라 무인 해상작전 헬기 혹은 무인수상정을 싣는 컨테이너를 탑재할 수 있게 하거나, 통합전기추진체계의 발전 용량과 냉각 성능을 확장할 수 있는 설계를 통해 레이저 및 HPM 전자파와 같은 고에너지 무기(Directed-energy weapon)의 탑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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