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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인간'

일상 속 기후변화 문제와 실천법 재밌게 짚어…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 게 낫다

2023.04.17(Mon) 17:26:27

[비즈한국] “날씨가 정말 이상해.” 일제히 피어난 봄꽃들, 유난히 잦은 산불, 널뛰는 온도, 숨쉬기도 힘들 만큼 심각한 미세먼지. 그 와중에 점점 짧아지는 봄을 즐기겠다고, 자가용을 타고 벚꽃축제에 가서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는다.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틈틈이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담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그래도 머릿속에선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다.

 

에어컨, 난방 없이 못 살게 되면 어떡하지? 마스크를 평생 써야 한다면? 가뜩이나 돈도 없는데…. 날씨로 굶는 시절이 올까? 계속 이런 식이라면 내 미래는? 그리고 내 가족들의 미래는 괜찮을까?

 

20대 청년 구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넘쳐나는 쓰레기와 너무도 이상해진 날씨를 보며 이런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래서 기후위기가 어디서 왔는지, 그 끝은 어디일지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만화 ‘기후위기인간’은 주인공 구희를 통해 ‘기후위기에 처한 인간’이자 ‘기후위기를 초래한 인간’인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 일상을 지구와 연결해보는 이야기다.

 

기후위기인간

: 나의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구희 지음, 이유진 감수, 알에이치코리아 

400쪽, 1만 9500원 

 

당장 기온이 올라가고 봄이 짧아지는 것은 물론 팬데믹을 몰고 온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기후변화와 같은 맥락에 있다.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인간의 개발. 그로 인해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박쥐와 인간의 접촉이 늘고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서서히 극복되고 있으니 이제는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 놉(Nope)! 제2, 제3의 코로나가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구희는 물건들로 가득한 자기 방을 둘러본다. ‘지름신’이 내린 충동구매의 결과물 가운데 정작 자신에게 좋은 것, 필요한 것은 드물다. 그 과정에서 소비가 자기 의지가 아니라 광고와 마케팅에 의해 벌어지는 것도 깨닫는다. 그러면서 변화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딘다.

 

‘기후위기’, ‘환경보호’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단어다. 솔직히 모른 척하고 싶다. 살던 대로 사는 게 편하니까. 그러나 모르던 시절의 나로 살 수도 없다. 나는 어디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 시대,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내가 살던 그대로 사느냐, 알게 된 만큼 변화하며 사느냐. 방향을 선택하는 건 전적으로 내 자신이다. 당신은 어떤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구희는 변화하는 쪽을 선택한다. 플라스틱을 쓰지 않기로 결심한다. 플라스틱은 수백 년 동안 썩지 않을뿐더러 석유를 증류해서 만들기에 생산 과정에서부터 이미 기후 문제를 야기한다. 물은 끓여 먹고, 과포장 물건은 안 사고, 비닐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한다. 그 좋아하는 떡볶이도 배달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용기를 가져가 포장해온다.

 

구희의 시선은 식탁으로 옮겨간다.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밥상을 보며 축산업 문제로 관심이 확장된다. 우리가 먹는 소(고기)가 대체 어떻게 기후변화를 불러온다는 걸까?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총량의 14.5%로 측정된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는 8억 5000만 톤인 반면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는 80억 톤이다. 사실 이건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고, 축산업이 온실가스 총량의 51%를 차지한다는 연구도 있다(월드워치연구소). 

 

우선 소의 트림과 방귀에서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배출된다. 이 두 기체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수십, 수백 배 강하다. 두 번째로 소를 키울 땅과 먹이 때문이다. 1년에 서울 면적의 27배에 달하는 열대우림이 아마존에서 사라진다. 나무가 베어진 땅은 대부분 소에게 먹일 곡식을 키우는 데 사용된다.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요인의 91%가 축산업이다. 세 번째는 물. 축산업 유지를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미국은 가정에서 쓰는 담수의 양이 5%인 반면 축산업에는 55%가 쓰인다고 한다. 네 번째는 분뇨. 소의 분뇨는 바다로 내려가 질소가 과다한 죽음의 해역 ‘데드존’을 만든다. 결국 가축을 기르는 행위만으로도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소고기를 사먹는 유행(?)이 있었는데 그건 마치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야말로 평범한 줄 알았던 나의 한 끼 밥상이 기후변화의 형태로 내게 돌아오고 있었다.

 

카페에 쌓인 일회용 플라스틱 컵. 플라스틱은 수백 년 동안 썩지 않을뿐더러 석유를 증류해서 만들기에 생산 과정에서부터 이미 기후 문제를 야기한다. 사진=이종현 기자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도 바로 달라지기는 어렵다. 플라스틱, 쓰레기 같은 문제에는 그렇게 열을 올렸었는데 식생활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은 알면서도 왜 바뀌지 않을까?’ 고민했던 자신도 고기반찬 앞에선 똑같았다. 고기를 피하려 했더니 양식하는 생선, 팜유가 들어간 과자, 매일 마시는 커피도 모두 고밀도 탄소 배출 식품이다. ​

 

구희는 기후변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2주 동안 자연식물식에 도전한다. 통곡물, 채소, 콩, 과일을 주식으로 하며 고기, 생선, 달걀, 우유는 먹지 않고 기름과 설탕도 자제하는 방식이다. 인생 처음으로 자신이 먹는 밥상 메뉴를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어 먹기 시작한다. 밥상이 건강해지자 살이 빠지고 화장실을 잘 가게 되었다. 

 

물론 100% 비건으로 사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그러나 그런 자신과 현실을 인정한다. “완벽한 한 명의 비건보다 불완전한 열 명의 비건이 낫다.” 그래서 불완전하더라도 계속해보기로 한다. 지구를 위한, 그리고 자신을 위한 밥상을. 

 

사실 가장 큰 탄소배출원은 에너지다. 전체의 73%가 에너지와 관련돼 있다.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불을 켜고 온수를 쓰고 전기로 물을 끓이고 세탁기를 돌리는 우리 일상의 모든 행동이 탄소를 뿜어낸다. 우리 일상에 단 ‘1분’도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은 없다. 우리 삶 자체가 탄소 배출이다. “내 모든 일상이 지구를 망친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까 우린 ‘망했다’.

 

장바구니와 식탁을 넘어 패스트패션과 축산업, 에너지 문제에 이르면 그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나 하나 쓰레기 줄이는 게, 고기 안 먹는 게 과연 지구에 무슨 도움이 될까. 저기서 저렇게 에너지를 팡팡 써대는데. 무기력증에 빠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구희는 다시 털고 일어난다. 

 

기후위기 앞에서 난 매번 좌절한다. 너무 크고 복잡한 담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내가 아무것도 못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작은 것을 하자. 나를 위해 무엇이든 좋으니 매일 작은 것을 하자. 

 

거대 담론에 휩쓸리지 않고 ‘궁상’을 실천한다. 택배 상자나 뽁뽁이를 재활용하고, 휴지나 비닐은 되도록 쓰지 않거나 여러 번 사용한다. 샤워는 10분 안에 끝내고, 쓰지 않는 전원은 끈다. 언젠가 플렉스, 욜로가 멋진 세상이 아니라 자원을 아끼고 궁상떠는 게 트렌드인 세상이 오길 꿈꾸며. 

 

기후위기인간은 기후변화라는 거대 담론에 좌절하지 말고, 장바구니를 사용하거나 재활용하는 등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고 말한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가장 중요한 건, 기후변화는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건 유권자의 관심과 행동, 결국 우리 개개인의 몫이다. 

 

기후위기는 과학자, 정치인, 기업인들이 책임지라고요? 그들 모두 국민들의 지지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바뀌어야 그들이 바뀌고 우리 모두가 바뀌어요. 기후위기 시대, 가장 확실한 것은 ‘행동’입니다.

 

‘기후위기인간’은 기후위기라는 거대 담론을 구희를 통해 우리 일상의 이야기로 바꾼다. 아주 작은 것부터 짚어나간다. 실실 웃으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여운만큼은 묵직하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다가, 장바구니를 쓰다가,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하다가 문득 허탈하고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오면 구희에게 위로를 받자. 그게 우리가 아무것도 못 한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기후위기 앞에서 난 매번 좌절한다. 너무 크고 복잡한 담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내가 아무것도 못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작은 것을 하자. 나를 위해 무엇이든 좋으니 매일 작은 것을 하자. 

 

작가는 이념이나 윤리를 위해서 이 만화를 그린 것이 아니라고 한다. 무사히 할머니가 되고 싶어서,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어서, ‘잘’ 살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기후위기에 관해 좀 더 쉽게 알고 싶은 사람, 무엇부터 실천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동지와 연대가 필요한 일상의 실천가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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