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K에코플랜트 자회사인 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EMC)가 언론 취재에 협조한 직원들을 징계한 사실이 확인됐다. EMC는 2022년 3월 충남 천안시에 있는 하수슬러지자원화처리시설(자원화처리시설) 내 작업 현장을 MBC가 촬영해 보도하자 이에 협조한 직원 2명에게 사규 위반을 이유로 감봉 1개월과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노동조합은 징계 이후에도 해당 노동자들의 보직을 강제로 변경하는 등 사측의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블랙리스트 논란 있던 천안 자원화처리시설…시설 내 안전성도 문제
천안시 자원화처리시설은 인분과 생활하수 등에서 발생한 하수의 슬러지를 모아 숯으로 만든 후 화력발전소에 납품하는데, 천안시에서 민간에 위탁해 운영한다. 2021년 7월 1일부터는 EMC, 두현이엔씨, 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사무소, 씨에스씨, 민성환경 등 5개사가 공동 도급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SK에코플랜트 자회사인 EMC가 주관사다.
이 시설은 과거 ‘노조원 블랙리스트’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2021년 6월 이전 위탁 업체의 운영소장이 직원들의 성향을 기록한 문건을 고용승계 면접 자료로 제공했는데, 노조 활동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개인사 등을 상세히 적어 논란이 일었다. 2022년 이 사건이 알려지자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은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노동자 블랙리스트 사건이 천안에서 나타났다”며 “사업장을 민간 위탁하면서 노동자들 성향을 조사하고 고용승계를 하지 않았다.(천안시 자원화처리시설은) 식당도 없고 휴게시설도 전혀 없는 열악한 환경이다”고 비판했다.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작업장 내부에 휴게시설이나 식당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뿐더러 작업 환경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2021년 안전보건공단 조사 결과 일부 소각장 노동자들의 혈액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 이후 안전 문제는 더 논란이 됐다. 이에 2022년 3월 MBC는 천안시 자원화처리시설 등 하수처리장의 작업 현장을 보도했다. 이 보도 영상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지가 심각하고 위험한 작업 현장 상황이 등장했다.
#위험한 작업현장 알렸을 뿐인데…감봉 1·2개월
문제는 이 보도를 근거로 사측이 감봉 조치를 감행했다는 것이다. EMC는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보안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취재에 협조한 노동자 2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이들은 징계 처분에 반발하며 재심을 청구했지만, 인사위원회는 재심에서도 징계 처분을 인정했다.
EMC는 이들이 성실의무(회사 제규정 준수)와 품의유지 의무(회사 명예 손상 금지), 보안규정(외래인 무단출입 방조 금지) 등을 위반했다고 봤다. 취재진 출입뿐 아니라 방송 내용도 문제 삼았다. 방송에서는 개구부가 열린 상태로 나왔는데, 상시로 개방되는 구조가 아닌데도 의도적으로 위험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재심 조사 과정에서 한 인사위원은 “여러 구성원들의 의견을 같이 조사했다. 개구부에 대한 부분은 평소에 닫혀 있었다는 진술을 저희가 별도로 받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이견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다른 구성원들의 진술로 봤을 때는 이게 상시 열려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는 약간 괴리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위원 역시 “한 달에 한두 번 특별한 작업을 할 경우에 이렇게 되는 건데, 방송을 보면 항상 열어놓고 뛰어넘는 것처럼 방송이 됐다. 제가 봤을 때 연출된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징계를 받은 직원은 “연출이 아니다. 평소 작업할 때와 똑같이 표현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 장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EMC는 방송이 보도된 지 약 6개월 후인 2022년 9월 촬영에 협조한 직원 2명에게 감봉 1개월과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실제 방송된 MBC 보도 영상에는 “사람이 제대로 지나다닐 통로가 없어 말 그대로 허공을 뛰어넘어 곡예하듯 다녀야 하는 곳도 있다”고 표현됐지만 개구부가 항상 열려 있다고 명시하진 않았다.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환경노조)는 언론 취재 협조로 인한 징계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환경노조 관계자는 “천안시 자원화처리시설은 천안시 소유 시설로 그 자체가 공공건물이다. 내부 기밀로 볼 수 없다. EMC 소유도 아닌 건물에 보안 규정을 적용해 징계를 내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보안 규정도 처음에는 시설 내부에 비치도 안 하고 보여주지도 않았다. EMC 내부 온라인 게시판에 게시했다는데, 이번에 징계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게시판에 접근이 안 된다”고 말했다.
환경노조 천안지부 관계자는 “이 시설은 경비 인력이 아예 없다. 작업 노동자들이 외부인 출입을 관리하는 구조가 아닌데도 그 책임을 문 것이다. 처음에는 보안 규정이나 취업규칙 등도 게시하지 않았다. 나중에 관리팀 사무실에만 게시했는데, 이에 대해 작년 말 고용노동부에서 문제를 제기해 현재는 복도 게시판에도 게시된 상황이다. 또 방송 후에 안전조치를 한다면서 개구부에 덮개를 하나 씌워놨다”고 설명했다.
촬영 당시 다른 공동 도급사 소속 직원들도 협조했지만, EMC를 제외한 다른 회사에서는 이와 관련해 징계 조치를 하거나 인사위원회를 연 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EMC 관계자는 “언론 보도 협조가 징계 이유는 아니다. 외부인인 취재진이 사전 승인 없이 시설에 무단으로 들어오는 데 (해당 직원들이) 협조를 하고 연출된 영상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사유를 중심으로 징계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다른 핑계로 추가 징계까지”…사측 “타임오프 적용 안 되는 기간”
환경노조는 방송 보도 이후 징계를 받은 노동자들에 대한 괴롭힘이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앞서 환경노조 천안지부 관계자는 “징계를 받은 노동자들은 이후에도 연이어 징계를 받고 현재 정직 처리된 상황이다. 노조 업무 등을 위해 연차를 초과해 사용했는데, 보도 이후 갑자기 급여를 삭감하고 무단결근으로 처리했다. 당사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직도 변경했다”고 말했다.
환경노조 관계자는 “언론 보도 이후 천안 조합원에 대한 노골적인 괴롭힘이 이어졌다. 근무시간인데도 징계 조사를 통보하거나 가족여행 기간에 징계위원회에 참석하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관리소장에게 하루에 몇십 통씩 문자를 받는다고 생각해봐라. 한 명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직원인데, 이런 압박 때문에 우울증 치료까지 받고 있다. EMC의 다른 사업장은 단체협약(단협) 협상 중에도 노조 활동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는 타임오프를 소급해 적용했다. 그런데 천안에서만 타임오프 사용이 안 된다고 한다. 천안지부는 2021년부터 단협 협상 중인데 결국 1년이 넘게 노조 업무를 하지 말라는 거다”라고 비판했다.
감봉 처분을 받았던 노동자들은 무단결근과 업무 지시 불이행 등의 이유로 2022년 12월 추가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상황이다. 타임오프제 적용에 대해 EMC 관계자는 “현재 EMC에서는 노조 간부에 대해 타임오프제를 시행하고 있다. 노조 구성 비율로 시간을 배분하면 환경노조 천안지부는 연간 13시간 정도인데, 현재 단협 협상 단계이기 때문에 타임오프제 적용은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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