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공시] 현대차, 역대급 실적과 배당 잔치에도 주가 서행하는 까닭

[비즈한국]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다트(DART)’는 상장법인들이 제출한 공시서류를 즉시 조회할 수 있는 종합적 기업 공시 시스템이다. 투자자 등 이용자는 이를 통해 기업의 재무정보와 주요 경영상황, 지배구조, 투자위험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트 홈페이지에서는 ‘많이 본 문서’를 통해 최근 3영업일 기준 가장 많이 본 공시를 보여준다. 시장이 현재 어떤 기업의 어느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비즈한국은 ‘지금 이 공시’를 통해 독자와 함께 공시를 읽어나가며 현재 시장이 주목하는 기업의 이슈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내고자 한다. 

지난 1월 30일 ‘많이 본 문서’의 주인공은 현대자동차다. 역대급 실적과 강력한 주주친화 정책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던 만큼, ‘반짝’ 상승 이후 서행하는 현대차 주가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실적 발표 당일인 지난 1월 26일 전일 대비 5.55% 급등한 현대차 주가는 이후 2거래일 연속으로 소폭 하락했다.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들이 줄줄이 현대차 목표주가를 20만 원 선으로 상향조정했지만 주가가 예상외로 지지부진하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된다.

2022년 현대차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 26일 ‘연결재무제표기준영업(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2022년 매출액 142조 527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21.2%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조 81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의 경우 1조 709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8% 급증했다. 

현대차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자세한 이유는 공시에 첨부된 ‘2022 4분기 PT’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가 분석한 연간 매출액 증감 사유를 보면 판매물량 증가 영향이 2조 3010억 원,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 효과가 8조 2410억 원, 환율 상승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가 9조 330억 원, 기타 효과가 5조 3420억 원 발생했다.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 또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한다. 지난 1월 26일 ‘현금·현물배당 결정’공시에 따르면 현대차는 보통주 1주당 6000원, 종류주 1주당 6100원의 현금배당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1조 5725억 4200만 원이다. 중간배당 1000원을 더하면 보통주 기준 현대차의 지난해 주당 배당금은 7000원이다.  

더불어 ‘주식소각결정’ 공시를 통해 자사주 소각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는 보유 중인 보통주 213만 6681주, 종류주 63만 2707주(△우선주 24만 3566주 △2우선주 36만 4854주 △3우선주 2만 4287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총 3154억 1154만 원 어치로,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중 발행주식 총수(보통주 2억 1366만 8187주, 종류주 6327만 871주)의 1% 규모다. 소각예정일은 2월 3일이다.

같은 날 공시된 ‘장래사업·경영계획’공시를 보면 올해 실적 성장에 대한 자신감도 엿보인다. 현대차는 2023년 판매목표를 432만 대로 잡았다. 연결 기준 매출액 성장률은 10.5~11.5% 수준, 영업이익률 목표는 6.5~7.5% 수준이다. 2023년 10조 5000억 원의 투자계획도 밝혔다.

이에 증권사들은 줄줄이 현대차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예상 목표주가는 22만~23만 원이다. 삼성증권은 기존 21만 5000원에서 23만 원으로, 신한투자증권은 22만 원에서 23만원으로, 키움증권은 21만 원에서 23만원으로 상향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배당 및 자사주 소각 정책은 2022년 호실적에 대한 주주환원임과 동시에 2023년 실적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며 “2023년 배당정책을 2022년과 동등한 수준 이상으로 제시해 약 2조 원 수준의 배당 여력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세액 공제(IRA EV tax credit) 수혜 대상 제외 및 2023년 수요 둔화 우려로 한동안 침체되어 있었던 자동차 섹터의 막힌 혈을 뚫어주는 실적, 가이던스, 주주환원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20만 원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차 주가는 예상외로 서행 중이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1월 26일 종가 기준 17만 4900원을 기록했으나 이후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 1월 30일 현대차 종가는 17만 원이다. 

현대차 주가가 기지개를 펴지 못하는 배경에는 미·중 갈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기침체, 금리 변동 등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월 시행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또한 남은 과제다. 이에 대응해 현대차는 오는 2024년까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고, IRA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리스 전기차 비중을 현재 5% 수준에서 30% 이상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미처 예상 못 한 암초도 등장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 당국이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 일부 차량에 대한 도난 사고가 급증한 것에 대해 절도 방지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시애틀 검찰은 “현대·기아차가 원칙을 무시하고 비용 절감을 선택한 결과, 차량 도난 사고가 급증해 납세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차주들에게 핸들 잠금장치를 지원하고 보안 키트를 제공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현대차는 시애틀 현지 매체에 보낸 성명을 통해 “도난을 막기 위한 일련의 조처를 했다”며 “이번 소송은 부적절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송은 현대차와 기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소셜미디어 범죄 놀이 등에 따른 미국 내 이미지 타격은 우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시애틀 당국의 소송 제기나 미국 내 소셜미디어 범죄 놀이 등이 올해 영업 전략이나 미국 판매 예측 등 현대차의 전체적인 흐름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지난해 훔친 기아 차량을 몰던 10대 무리가 충돌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만큼 (시애틀 당국의 소송은) 보다 적극적, 선도적으로 조치를 취하라는 압박으로 읽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의 논란이 자칫 잘못하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위험 관리 차원에서 현대차가 이를 얼마나 빨리, 합리적으로 불식하느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애틀 당국의 소송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는 안전 기준 등이 높은 까다로운 시장인데, 범죄 챌린지가 유행할 때까지 이를 소홀히 한 미 정부 당국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미국 내 현대차 점유율이 11%까지 상승하다 보니 견제의 의미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을 전부 기업에 전가했다는 점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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