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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은 못 받는다?' 국민연금 2057년 고갈설 팩트체크

MZ세대 불안감 확산에 정부 보험료율 인상 추진…전문가들 "불안감 과도, 지급체계 바꿔야"

2022.12.14(Wed) 10:47:55

[비즈한국] 정부가 내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연금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2018년 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전망 결과인 ‘2057년 연금 고갈설’을 재조명하고 있다. 이대로 유지하면 국민연금 재정수지가 2042년 적자로 전환하고 2057년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반발 여론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월급에서 자동으로 납부되는 보험료가 일종의 ‘세금’으로 여겨지는 데다, 때마다 재점화되는 ‘국민연금 고갈론’에 불신이 상당하다. 

 

정부가 내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연금개혁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 지역본부. 사진=임준선 기자​

 

지난 8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국민연금 전문가 포럼에서는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매년 0.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15%까지 인상하면 기금소진 시점을 최대 2073년까지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처럼 보험료율을 올릴 경우 국민연금 최대 적립기금은 기존 1778조 원에서 3390조 원으로 두 배 가량 늘어난다. 이 밖에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수급연령을 늦추는 방안 등도 거론됐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에 다수 보도되면서, 정부가 보험료율 인상을 내년 국민연금 개혁 방안으로 제시했다는 이야기가 기정사실화됐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 주기로 국민연금 재정 수지를 계산한 뒤 혁신안을 마련한다. 4차 재정계산이 ​지난 2018년에 ​이뤄진 만큼, 정부는 내년 3월까지 5차 재정계산 결과를 도출해 개혁안을 마련하고 10월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에 대통령 대변인실은 9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일부 전문가의 제안을 정부안으로 혼동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선을 그었다. 이전 정부에서 개혁안이 ​반발 여론 때문에 ​통과되지 못한 전례가 있는 만큼 여론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건복지부는 12일 ‘제2차 청년 대상 국민연금 간담회’를 열고 20~30대 청년들과 만나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90년대생부터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조성되면서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보험료율 인상 움직임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주제는 상당히 논의가 어려운데, 이를 꺼내든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해줘야 한다”며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렵지만, 다음 세대로 부담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MZ세대가 향후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론’에는 고개를 젓는다. 국민연금법에 ‘국가가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된 만큼, 연금이 고갈되기 전 정부가 국민연금 시책에 변화를 줄 것이고 만에 하나 기금이 고갈된다 하더라도 체계 변화 등을 통해 연금이 지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고갈될 것이고, 고갈되어야 한다. 고갈되지 않으려면 국민들이 낸 것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향후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며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계속 조정되어왔고, 처음부터 ​그러기로 ​계획돼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연금급여를 지속적으로 지급하기 위해 계속해서 국민연금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기금이 고갈되면 현행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변경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국민연금이 시장에 투자한 금액이 1000조 원이나 되는 만큼, 고갈 시 금융시장에 부작용이 생기므로 (만약 고갈이 예정됐다면) 고갈 전부터 국가가 국민연금기금에 출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적립금이 전혀 없는 기초연금은 매년 20조 원을 국가 재정에서 지원하는데, 이것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국민연금 적립금이 사라지는 것에는 과도한 불안감이 조성됐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이 설명하는 것은 연금 재정방식의 근본적인 체계 변화다. 이미 시장에 투자된 기금이 갑자기 고갈될 가능성이 적고, 고갈된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사례처럼 체계를 변화하면 된다는 것. 현행 우리나라의 체계인 적립방식은 가입자 단위로 가입한 기간에 낸 연금보험료의 원리금을 은퇴하면 연금으로 받는 방식이다. 부과방식은 매년 연금 지급에 필요한 비용을 해당 연도 가입자의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고갈돼 다음 세대가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위기론’이 현재처럼 증폭된 까닭은 무엇일까.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계속해서 국민연금 고갈을 언급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수록 국민은 개인이나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사적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이와 관련, 앞서의 이 연구위원은 “현재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감이 과도한 상황인데, 정부는 이를 잠재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연금 개혁 방향에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국민들의 합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전했다. ​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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