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은 뒷전, 가상화폐에 올인" 위믹스 상장폐지는 예견된 참사

[비즈한국]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던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가 상장폐지(거래지원 종료)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게임업계서 발행한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만큼 시장서도 충격이 적잖은 모습. 문제는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가진 코인 리스크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다수의 국내 게임사가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P2E)과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면서 가상자산을 발행했다. 게임사가 본업인 게임 개발은 등한시하고 오로지 수익 창출에만 몰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사 위메이드의 자체 가상자산 위믹스가 유통량 위반으로 투자 유의 종목에 지정된 지 약 한 달 만에 국내 거래소에서 퇴출됐다. 24일 오후 7시 40분 국내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는 위믹스의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거래지원 종료 일자는 12월 8일 오후 3시다. 종료 이후에는 출금과 거래가 불가능하다. 상장폐지 소식에 위믹스 가격은 급락했다. 업비트의 위믹스 종가(한국시간 오전 9시 기준)는 23일 2350원에서 24일 795원으로 66.2% 떨어졌다. 

위믹스 파장은 위메이드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가는 24일 5만 6200원에서 25일 오후 3시 기준 장중 3만 9400원까지 내려가며 전일 대비 30% 떨어진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25일 주가(19만 2000원)와 비교하면 1년 사이 무려 80%나 폭락한 셈이다. 위믹스 홀더뿐만 아니라 위메이드 주주까지 비명을 지르는 이유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위믹스의 거래지원을 종료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위믹스가 국내 거래소에 제출한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이 7000만 개 이상 차이가 난 점. 이로 인해 지난 10월 27일 유의종목으로 지정하며 심각한 수준의 과다 유통이라고 판단했다. 위메이드는 유의 종목 지정 후 유통량이 차이 나는 이유를 “위믹스 예치·보관 수량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며 위믹스 담보 대출까지 정리했다. 

DAXA가 밝힌 두 번째 거래지원 종료 이유는 잘못된 정보 제공으로, 투자자나 DART 등에 유통량 계획을 공시하지 않은 점, 언론 등에 확인하지 않은 거래지원 결과를 알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동안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미디어, 외부 행사 등에서 “위믹스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없다”라고 언급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세 번째 이유는 소명 기간 중 위메이드가 제출한 자료에서 오류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DAXA는 “유통량 관련 등 중요한 정보에 관해 여러 차례 정정과 수정이 발생하는 등 프로젝트의 내부 정보 파악과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공지했다. 

위믹스가 게임업계 대표 가상자산인 데다 거래량도 적지 않은 만큼 이번 결과로 인한 파장은 상당하다. 당장 위믹스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해왔던 위메이드는 DAXA 결과에 불복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거래 종료일인 12월 8일 전까지 거래소별 가처분신청 등 최대한의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DAXA, 특히 업비트를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오전 11시 미디어 간담회에서 장 대표는 “위메이드 블록체인 사업의 축이 글로벌로 이동해 사업이나 영업이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업비트의 슈퍼 갑질이며 매우 부당하다”라고 호소했다. 

장 대표는 “유통량 계획은 거래소 중 업비트에만 제출했다. 문제가 되자 업비트에 유통량 관리 기준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지금까지도 받지 못했다”라며 “기준이 없는데 무엇으로 거래를 종료하나. 설명 없는 일방적인 통보가 바로 갑질”이라고 역설했다. 또 “거래소에 상장한 가상자산 중 유통량 계획 자체가 없는 것이 많은데, 위믹스만 문제를 삼는다. 불공정하다”라며 DAXA 결과에 반발했다. 

장 대표는 거래지원 종료라는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24일 오후 5~6시까지 DAXA에서 요구하는 사소한 자료까지 제출했는데 거래지원 종료가 나왔다는 것. 장 대표에 따르면 위메이드 측은 결과를 공식적으로 받지 못하고 거래소 공지를 통해 인지했다. 장 대표는 “거래 종료 공지에도 위메이드의 소명 절차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라고 분노했다.

한편에선 이번 위믹스 상장폐지가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사들이 P2E, 블록체인 등에 앞다퉈 뛰어들었지만 정작 제대로 된 게임 콘텐츠는 없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코인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는 것. 

국내 중대형 게임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로 블록체인, 메타버스 사업에 나선 상태다. 컴투스홀딩스(토큰명 C2X), 넷마블(MBX), 네오위즈(NPT) 등은 자체 가상자산을 발행했고, 펄어비스·크래프톤 등 블록체인, P2E 사업 진출을 선언한 곳도 여럿이다. 하지만 이들 중 ‘미르4’, ‘액시인피니티’만큼 알려졌거나 흥행했다는 평을 받는 게임을 내놓은 곳은 아직 없다. 

위메이드는 P2E 게임 미르4 성공 이후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왔다. 올해 위메이드의 3~4분기 주요 사업계획을 보면 게임사가 아니라 가상자산 업체로 보일 정도다. 

위믹스는 7월 초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를 출시하고 스테이킹(예치) 서비스 ‘스테이크 360’을 시작했다. 10월에는 위믹스 생태계 내 플랫폼을 위한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 ‘위믹스 3.0’을 정식 론칭했다. 위믹스 3.0 론칭 직후 100% 완전 담보 스테이블 코인 ‘위믹스 달러’를 발행하고, 탈중앙화 금융(DeFi) 플랫폼 ‘위믹스파이’와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프로젝트 플랫폼 ‘나일’까지 연이어 선보였다. 

그러나 3~4분기 신작 게임 소식은 게임전시회 ‘2022 지스타’에서 공개한 MMORPG ‘레전드 오브 이미르’와 ‘나이트 크로우’에 그친다. ‘미르 m’ 블록체인 버전의 글로벌 출시와 애니팡 시리즈 등의 제휴 게임을 위믹스 플레이에 추가하는 것도 발표했지만, 위메이드 자체 신작 관련 계획은 찾기 어렵다.

중소형 게임업체 관계자는 “몇 년간 국내에서 고퀄리티 신작을 보지 못했다. 대형 게임사의 AAA 게임은 사라진 지 오래”라며 “블록체인 게임, P2E 게임을 한다는데 나온 건 없지 않나. 게임사 코인으로 할 수 있는 게 있나”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메타버스는 거품, P2E는 돈벌이 수단이라고 본다. 블록체인 중에선 그나마 NFT만이 게임에 접목할 만하다”라며 “게임사가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이유는 첫 번째는 확률형 아이템을 많이 파는 것, 두 번째는 가상자산을 팔아 현금을 모으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중소형 게임사들이 P2E에 나서는데 확률형 아이템을 중심으로 하면 안 된다. 완전히 무료 게임을 하든지, 가상자산에 안정성을 확보하든지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동의하는 게임사가 없다. P2E 게임은 이미 해외에서도 몰락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위 학회장은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이랑 지식재산권(IP) 우려먹기로 돈을 쉽게 벌려고 하니 그런 것”이라며 “한국 게임시장은 보수화했다. 거액의 비용을 들여 대작을 만들 필요를 못 느낀다. 중국 등 해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 지 오래”라고 짚었다. 

김진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지스타 리포트에서 “다수 회사가 잘나가는 장르 및 경쟁사 게임을 차용해 큰 변화 없이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가 잦다. 이는 단기적 수익을 극대화하는 의지로 보인다”라며 “이런 소극적 전략보다는 개발자를 주체로 차별적인 게임을 기획해 연관된 합리적 BM을 얹어 게임을 개발 및 출시해야 글로벌 업체들과 대등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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