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 군의 가장 중요한 전략자산이라 할 수 있는 현무 2C 미사일이 북한 미사일 도발 대응 과정에서 발사했으나 발사 직후 지상에 추락한 일명 ‘낙탄 사건’이 발생했다.
현무2 미사일의 발사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9월 15일 북한의 화성-12형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에서 현무 2A가 발사 직후 낙하, 바다에 떨어진 이후 5년 만에 일어난 두 번째 사고이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피해가 훨씬 커졌다. 2017년 발사 실패 사고가 미사일이 바다에 떨어져서 큰 피해 없이 넘어갔지만, 이번 현무 2C 낙탄 사고는 발사 방향인 해안가 반대편 공군기지 내 골프장에 추락하여 미사일 추진체가 큰 불이 났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추락 방향이 조금만 잘못되었어도 큰 민간 피해가 날 뻔한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1998년 12월 인천 나이키 대공미사일 오발 사고 이후 최악의 미사일 발사 사고라 할 만하다.
다만, 이런 미사일 발사 실패 사고는 현대 과학으로는 100% 해결하기 어렵다. 맹렬한 폭발력으로 추진되는 로켓을 아주 정밀하게 조정해야 하는지라 사고의 위험성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현무2 미사일의 10%에 가까운 실패 확률은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현재 훈련 결과대로라면 1000발의 현무2를 발사하면 거의 100발의 불발과 발사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발사 실패 과정에서 발생할 비전투 손실을 생각하면 이 정도 손실은 실전에서 엄청난 문제가 될 수 있다.
더구나 현무 2 미사일과 동시에 발사한 MGM-140 에이태킴스(ATACMS) 미사일은 지금까지 북 미사일 대응 훈련에서 발사를 100% 성공했다. 이를 고려하면 현무2에 지금보다 더 엄격한 유지관리가 필요한 것은 명백하다.
해결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정밀한 원인 분석과 함께, 다만 비축 미사일에 대한 정밀검사를 지금보다 더 자주, 더 치밀히 진행해야 한다. 특히, 현무2 미사일과 같은 고체연료 로켓의 HTPB 추진체는 미세한 실금(crack)으로 인한 분리(debonding) 현상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미사일 관리 문제 외에도 살펴볼 이슈가 하나 더 있다. ‘발사의 왼편’ 전술에 우리 군 역시 취약하다는 점이 이번 사건으로 증명되었다.
발사의 왼편(Left on Launch)은 미국이 전면 전쟁 없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방해 혹은 좌절시키기 위해서 연구 중인 개념으로, 사이버전, 전자전, 각종 교란 활동으로 막 발사한 미사일을 엉뚱한 방향으로 보내거나 추락시킨다는 작전을 의미한다.
발사의 왼편 전술은 직접 미사일로 요격하지 않으니 전면전 상황이 아닐 때도 적을 교란하고 손실을 강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전술이다. 동시에 이 전술은 매우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여 세계 최고의 과학력을 가진 미국도 발사의 왼편 전략을 실행할 능력이 되는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미국이 이 전술을 사용했다고 추정할 뿐이다.
그런데, 이번 현무2 미사일 낙탄 사고는 우리의 미사일 역시 이 발사의 왼편이라는 새로운 공격에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토가 좁아 발사 위치를 공개정보(OSNIT)로 추정하기 쉽고, 발사 전 미사일과 미사일 발사대, 그리고 미사일 운용 요원에 대한 사이버전과 전자전을 할 수 있다면, 의도적인 낙탄 사고로 우리 군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물론, 미국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발사의 왼편을 북한이 시도하는 것은 공상과학 소설에 불과할 수 있지만, 북한은 사이버전 및 전자전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몇몇 무기는 이미 그들의 무기 수출 카탈로그에 올라와 있다.
더구나 최근 우크라이나와 대만 위기로 신냉전 분위기로 가속되는 지금, 과거와 달리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최신 사이버전 기술을 전수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북한이 발사의 왼편을 시도한다면 어떤 방법을 쓸까? 우선 북한이 이미 개발한 GPS 전파 교란 장치나 드론 격추 전자파(HPM) 무기 등 최신 전자전 무기로 민간용 GPS 전파를 사용하는 우리 군 미사일을 발사 직후 교란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고, 소형화가 가능한 EMP 전자기 폭탄을 사용한 발사 방해, 심지어는 민수용 통신망을 교란해서 승무원들을 교란할 가짜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방해할 수 있다. 이런 새로운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의 재래식 무기 위주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 방어전략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가령 현재 우리 군이 추진 중인 미래 전투개념인 아미 타이거 4.0(Army TIGER 4.0)이나 드론봇 전투단에서 연구 중인 무인지상차량 (UGV)에 드론을 요격할 수 있는 전자전 장비와 기관포를 장착하여 GPS 방해나 무선 해킹을 시도하는 적 보병이나 드론을 파괴하거나, 개인용 전투 드론에 수풀 속에 숨은 적을 찾는 초분광 센서, 전자 지원 장비(ESM), 드론탑재 초소형 미사일 등을 장착하여 미사일 발사를 방해하는 적을 탐지, 추적, 무력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대량의 ICBM 이동식 발사기(TEL)를 운용 중인 러시아는 ‘로봇 센트리’(robot sentry)라 불리는 무장형 UGV를 운용 중이고, 미국 역시 MDARS-E라는 복합 로봇으로 핵기지를 감시하는데, 이 로봇은 바퀴가 달린 일종의 무인 자동차이면서, 비행 드론을 탑재하는 ‘복합 드론’ 시스템을 채용했다.
한국 역시 이런 임무에 투입할 수 있는 여러 UGV를 공개한 바 있으므로, 개발 결정이 날 때 빠른 시기에 전력화되어 우리 현무2 미사일을 발사의 왼편 작전으로부터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군이 이번 현무2 낙탄 사고를 거울삼아, 더욱 신뢰성 있는 미사일 전력, 적의 공격을 극복하고 임무에 성공하는 미사일 전력으로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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