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천만 송이 백일홍 사이로, 평창에서 가을맞이

[비즈한국] 뜨겁던 여름이 한순간에 물러나고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해마다 가을의 초입이면 강원도 평창에서는 천만 송이 백일홍이 울긋불긋 피어난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염원하며 2015년 시작한 ‘평창 백일홍축제’가 코로나로 잠시 쉬었다 올해 다시 열린다. 푸른 하늘 아래 붉은 꽃밭 사이로 이른 가을 산책을 즐길 절호의 기회다.  

#볼거리와 공연, 체험이 어우러진 축제

멕시코에서 태어난 백일홍은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이름처럼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백일이 넘도록 붉은 꽃을 피운다. 비슷한 시기에 붉은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 또한 백일홍, 혹은 백일홍나무라 불리지만 둘은 전혀 다른 종이다. 

국화처럼 곧게 뻗은 줄기 꼭대기에 소담스런 꽃을 피우는 백일홍은 일찍부터 관상용으로 사랑받으면서 전 세계에 널리 퍼졌다. 덕분에 다양한 품종개량이 이루어져 종류마다 꽃의 크기나 색깔, 꽃잎의 숫자가 다르다. 언뜻 붉게만 보이는 백일홍 꽃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빨간색, 주황색, 분홍색뿐 아니라 희거나 노란 꽃까지 알록달록 피어 있다. 야구공처럼 둥글게 핀 꽃이 있는가 하면 원반처럼 납작하게 피어난 꽃들도 있다. 하루 종일 백일홍 꽃밭을 걸어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다.

축제의 메인 스폿은 형형색색 20여 만 주의 백일홍이 장관을 이루는 ‘백일홍 산책길’이다. 백일홍 산책길은 평창강 둔치 약 3만 ㎡를 3구간으로 나누어 조성되었는데, 아름다운 꽃길 산책과 함께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1구간에선 백일홍 꽃밭을 걷고, 조롱박 터널을 통과하고, 원두막쉼터에서 쉬어 갈 수도 있다. 소망의 돌탑, 포토존, 백일홍 카페 등이 자리한 2구간은 추억의 인증샷을 남기기에 좋다. 3구간에선 백일홍 엽서 보내기, 풍선아트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평창 백일홍축제에 백일홍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특별히 ‘천만 송이 백일홍과 함께하는 꽃말 잇기’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를 준비했다. 꽃밭 사이로 크고 작은 바람개비들이 줄지어 들어선 ‘바람의 언덕’이 조성되어 또 하나의 기념촬영 장소가 되었다. 수백 개 우산이 터널을 이루는 ‘우산 거리’는 아직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는 동시에 색다른 운치를 더해준다. 색색의 우산 아래 백일홍 꽃길에는 예술이 흐른다. 축제 기간에 강원도의 청소년 밴드와 댄스 동아리들이 참여하는 ‘청소년 페스티벌’과 함께 평창음악협회의 클래식과 국악 공연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스키 점프대도 보고, 전나무길도 걷고

평창의 백일홍축제를 충분히 즐겼다면,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감동을 되살리고 싶다면 평창군 대관령면에 위치한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가 딱이다. 영화 ‘국가대표’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이곳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 스키 점프 경기가 치러졌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일반인들도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스키 점프대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스카이 워크를 지나 깎아지는 스키 점프대 출발 지점에 서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20km쯤 떨어진 오대산 월정사는 전국의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천년의 숲길’로 유명하다. 사찰의 첫 문인 일주문에서 본채까지 대략 1km에 걸친 숲길에는 수령 수백 년의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치유의 기운을 뿜어낸다. 천년의 숲길을 따라 도착한 월정사 안에는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8각9층석탑(국보 제48호), 고려 시대에 만들었다는 석조보살좌상(보물 제139호) 등 볼거리가 여럿이다. 좀 더 걷고 싶다면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이어지는 약 9km의 선재길도 좋다.

아이와 함께라면 폐교된 초등학교에 문을 연 평창무이예술관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이 공부하던 교실은 화가의 아틀리에가, 뛰놀던 운동장은 야외조각공원이 되었다. 이곳에선 예술가들의 작품들뿐 아니라 작업 모습도 볼 수 있고, 목걸이와 휴대폰 고리 만들기, 서양화와 서예 체험 등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 

<여행정보>

2022 평창 백일홍축제

△일시: 2022. 9. 6(화)~12(월)

△장소: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평창강변 일원

△문의: 033-333-6033(평창 백일홍축제 위원회)

알펜시아 스키점프대(전망대)

△위치: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솔봉로 325

△문의: 033-339-0000

△영업시간: 09:20~16:55(모노레일 탑승 시간)

월정사

△위치: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374-8

△문의: 033-339-6800

△운영시간: 일출~일몰

평창무이예술관

△위치: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사리평길 223

△문의: 033-335-4118

△영업시간: 3~10월 09:18:30, 11~2월 10:00~17:00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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