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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이사장 하마평에 '스튜어드십코드' 흔들리는 까닭

기금위 우클릭 이어 경제단체 출신 이사장 물망…주주대표소송·탈석탄 투자 향방 주목

2022.06.15(Wed) 14:03:26

[비즈한국] 최근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 시기와 맞물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외부위원이 변경되면서 보수성향이 짙어진 데 이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도 재계 입장을 대변해온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원이 언급되고 있어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총 4253개 회원사를 보유한 국내 주요 경제단체 중 하나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 시기와 맞물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보수성향이 짙어진 데 이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도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원이 언급되고 있어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임준선 기자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고, 이를 위해 같은 해 10월 기존 의결권전문위원회를 확대·개편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지 4년이 돼가도록 ​국민연금은 ​여전히 ‘종이 호랑이’ ‘주총 거수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간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데다,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위력을 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포스코(포스코홀딩스)가 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 지분 9.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당시 최정우 포스코 회장 연임에 대해 중립을 결정했다. 최 회장이 그해 2월 사상 처음으로 열린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출석해 집중질타를 받은 직후였다. 국민연금은 올 1월에도 개인투자자들로부터 ‘기존 주주가치 희석’, ‘모회사 디스카운트’ 문제가 제기된 포스코 물적분할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이 이처럼 소극적 행보를 보인 배경에는 재계의 비판 목소리가 있다. 재계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당시부터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을 ‘경영권 개입’, ‘연금 사회주의’라며 견제했다. 연금 사회주의란 미국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가 최초로 언급한 말이다. 사회주의를 ‘노동자에 의한 생산수단의 소유’라 정의할 경우, 미국은 노동자를 위한 퇴직연기금이 당시 미국 상장기업 지분의 25%에 달해 기초연금이 기업들을 지배하는 ‘연금 사회주의’가 실현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연금 사회주의’는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관여하며 재벌개혁의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활용하고, 더 나아가 정권에 의한 정치적 도구로 악용된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국민연금은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기금을 운용하는 투자계의 큰손으로 여러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공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주식 종목은 1065개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지분 5% 이상을 보유 중인 기업은 132곳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을 둘러싸고 재계와 시민사회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주주대표소송, 탈석탄 투자 등 주요 정책에 대한 결정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후로 넘어왔다. 이에 정책에 힘이 빠지는 것은 물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자체가 재검토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정권 교체 과정에서 김용진 이사장이 지난 4월 18일 임기를 1년 4개월 남겨두고 직을 내려놨고, 지난달 초 기금운용위원회 외부위원인 이찬진 위원​(참여연대 추천)​​ 또한 임기가 만료되어 그 후임으로 보수성향 시민단체(바른사회시민회의)가 추천한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가 선임됐다. 

 

지난해 1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앞에서 민주노총 국민연금지부 및 전국택배노조원들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동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정책은 주주대표소송의 활성화다. 주주대표소송은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어긋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경영진에 소송을 제기하는 제도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제10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 대표소송 제기 결정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일원화하고 올해부터 주주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상정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결정은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며, 예외적인 사안만 수탁위가 맡고 있다. 

 

재계는 대표소송 제기 결정 주체가 다수의 노동·시민단체 추천 위원이 속해있는 수탁위로 변경될 경우 대표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반면 시민사회에서는 그간 대표소송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만큼 재계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맞섰다. 결국 기금위는 지난 2월 주주대표소송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공을 새 정부로 넘겼다. 

 

이 과정에서 특히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비롯한 경제단체는 지난 3월 말 새 정부에 30개 과제를 전달하며 주주대표소송 개정안 무효화를 제안했다. 경총은 지난 1월과 4월에 정책토론회를 열고 주주대표소송 개정안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의 위법성 주장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최근 개정안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탈석탄을 선언한 국민연금의 ‘석탄채굴·발전산업에 대한 투자제한전략(네거티브 스크리닝)’ 도입 또한 향방을 확인하기 어렵다. 기금위는 지난 4월 29일 전체회의에서 ‘석탄채굴·​발전산업 범위 및 기준 등 마련을 위한 연구’ 결과를 보고받고 최종 의결을 남겨두었다. 그러나 최근 기금위원이 변경됨에 따라 논의가 길어질 전망이다.  

 

다만 시민사회에서는 스튜어드십코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추세인 만큼 정권과 관계없이 추진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있다. 이찬진 전 기금위원은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내 주요 운용사는 물론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도입됐다”며 “정권과 관계없이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대표소송의 경우) 기업에 피해를 주는 횡령 등이 발생했을 때 국민연금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 또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국민 노후자금에 손실이 없도록 장기적인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본시장, 기관투자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시장의 룰을 바로세우는 작업이 이뤄진 만큼 우리나라도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스튜어드십코드 관련 정책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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